아파트 살림살이, 믿을 만합니까?

송명희 2016. 10. 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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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은 계약 방식에 따라 전기 요금이 크게 차이납니다.

이 아파트 단지는 요금 방식을 잘못 선택해 주민들이 지난 4년 동안 전기요금 수억원을 더 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기요금 뿐만 아니죠. 각종 자재 구입이나 보수 공사 계약 등에 문제가 있어도 그동안 주민들은 무관심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공동주택법이 시행되면서 주민들이 공동주택 살림살이를 직접 들여다 보고, 관리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리포트>

서울 한복판에 있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입니다.

5천5백 세대, 입주민 만7천 명. 한 해 관리비만 170억 원에 이릅니다.

이 아파트에서 지난달 말 전체 주민들을 상대로 직접투표가 진행됐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하러 왔습니다."

아파트 살림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관리규약을 개정하는 투표입니다.

개정안은 주민들이 직접 발의했습니다.

<인터뷰> 하석범(OO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 "(입주자대표회의가) 감독기관의 지도를 거부하고 또 주민의 기본권리를 해치는 안들이 자꾸 다루어 지니까 ''아 안되겠구나..'"

주민 참여를 확대하는 관리규약 개정안은 입주민 64%가 참여한 투표에서 96%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주민전체투표는 전기 요금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습니다.

2년 전 기초자치단체가 이 아파트에 대해 실시한 관리실태 조사 결과입니다.

지적한 여러 문제점들 중에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개선하라는 권고가 눈에 띕니다.

비싼 요금방식으로 계약이 이뤄져 주민들이 2013년 1억6천만 원, 2014년엔 9천만원을 더 부담했다는 겁니다.

<인터뷰> 박정환(입주자) : "굉장히 배신감도 들고요. 자괴감도 들고요, 어떻게 보면 무관심이 이렇게 까지 일을 키운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들어서.."

한국전력의 공동주택 전기요금 계약 방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단일 방식과 종합 방식입니다.

단일방식으로 계약하면 세대별 전기요금은 싸고, 엘리베이터 같은 공용 시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쌉니다.

종합방식은 그와는 정 반대입니다.

때문에 각 아파트 단지는 각자 사정에 따라 두 가지 방식 가운데 유리한 쪽을 선택해 계약합니다.

<녹취> 한전 관계자(음성변조) : "개별세대 사용량과 공용부분 사용량에 따라서 요금차이가 발생하는데 통상적으로 전체 사용량 대비 공동설비 사용량이 25% 이상이 되면 종합계약이 유리하고요. 25% 미만이 되면 단일계약이 유리합니다."

이 아파트의 관리주체, 즉 관리사무소는 그 동안 종합방식으로 한전과 전기요금을 계약했습니다.

하지만 세대 절반을 단일 계약으로 바꾸면 요금은 훨씬 낮아집니다.

이 아파트 단지가 지난해 8월부터 종합방식으로 일년 동안 납부한 전기요금은 19억천만 원.

만약, 단일방식으로 계약했다면 17억5천만 원만 냈으면 됩니다.

1억6천만 원을 더 낸 셈입니다.

<인터뷰> 하석범(OO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 "지금도 계속 손해보면서 내고 있다는 거죠?" "그렇죠 엄청난거죠 사실, 한국전력이 제공하는 자료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거지 않습니까."

하지만 구청에서 전기요금 계약방식을 개선하라고 권고한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파트 관리운영주체는 계약방식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결국 주민들이 나섰습니다.

소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직접투표를 통해 관리규약 개정을 추진한 겁니다.

<인터뷰> 하석범(선거관리위원장) : "주민들 10분의1이 요청하고 20분의1이 서명으로 동의하면 (소위원회)구성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졌어요. 이 전기문제나 이런 것도 동대표들이 해결을 안했잖아요. 몇 차례나..(이제는) 주민들이 직접 다 할 수 있죠."

<인터뷰> 박진형(아파트 주민) : "일단은 뭔가 제대로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고요. 찬성, 반대를 말하기 이전에 일단은 프로세스가 제대로 움직이고 있다라는 것에 저는 좀 나름 한 표를 행사한 주민으로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관리사무소 측은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한전에 관련 내용을 문의해 답변받은 대로 계약을 지속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세대수가 많은 이 아파트에서 구간별로 유리한 방식으로 따로 계약할 수 있느냐는 관리사무소측의 질문에 한전은 당초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1년 뒤 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번에는 가능하다고 답변해 혼란을 부추겼습니다.

<녹취> 한전 관계자(음성변조) : "당시에 좀 더 세밀하게 검토를 했었다면 수급계약 단위 변경이 가능할 수 있는 걸로 회신을 할 수도 있었는데 그 때는 약관이라든가 현장상황 이런 것을 감안해서 곤란하다고 회신이 된 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불투명한 관리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살림은 전기요금 뿐만이 아닙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이 아파트 단지는 난방비 문제가 논란이 됐습니다.

전체 천8백세대 가운데 51세대가 3년 동안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겁니다.

화가 난 일부 주민들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녹취> 최○○(아파트 주민/음성변조) : "동대표들이 (세대 난방비가)0원이 나온 거예요. 분명히 때고 있는데, 아 이거 뭔가 부정한 내용들이 있구나 라는 걸 파악을 좀 했죠. 검찰에 조사의뢰를 해가지고 이것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려서 다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

입주자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지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지난해 말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선 연임에 실패한 전 입주자대표의 남편이 현직 입주자대표를 때려 숨지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송주열(아파트 비리척결 운동본부 대표) : "이권이 있기 때문에 다툼이 발생하는 것이고요.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정족수의)과반수만 확보하면요 관리비를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어요, 천세대 아파트 관리비가 연간 25억에서 30억정도 됩니다. 입주민 입장에는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입주자 대표와 관리사무소의 갈등도 잦습니다.

주택관리사 김 모 씨.

지난 5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관리소장으로 일하다 입주자 대표회장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합니다.

<녹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장(음성변조/당시 아파트 CCTV 화면) : "네가 집 주인이야? 네 놈은 종놈이야 알아? 월급받는 놈들이 주인이 시키는데..(중략) 건방지게 말이야.."

폭언이 공개돼 파문이 일자 해당 아파트에선 주민투표를 통해 입주자 대표회장 해임을 결의했습니다.

하지만 회장이 모바일 투표 부정 등을 주장하면서 버티는 사이에 김 씨는 넉 달만에 관리소장직을 내놔야 했습니다.

<녹취> 김○○(전 아파트 관리소장/음성변조) : "입주자 대표회장이 말하는 걸 듣지 않는다고 한다면 단지를 뜨거나 그 사람하고 나쁜 쪽으로 담합이 되어서 진행을 하면서 근무를 하거나 두 가지 중에 하나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가 집계한 전국의 관리소장 이동률은 지난해 43%.

지난 3년 평균은 40%입니다.

전국의 아파트 관리소장 10명 가운데 4명이 1년을 못채우고 다른 아파트로 옮겼다는 이야깁니다.

<인터뷰> 황장전(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장) : "(부정비리가)현장에서 즉각적인 견제가 되고 사전에 차단되는 시스템이 가장 좋은 시스템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관리소장이 부당한 압력을 제어하고 잘못된 비리를 막을 수 있는 그런 기능적인 장치가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살림살이를 둘러싼 대부분의 갈등은 관리가 불투명하게 이뤄지는 데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정부는 지난 8월부터 공동주택관리법을 시행하고 감사 기능과 동대표의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공동주택관리지원센터를 설치해 투명한 운영을 지원하도록했습니다.

그렇다면 공동주택 관리를 투명하게 한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요.

입주한 지 20년 된 940세대 규모 아파트.

여러 기관이 우수관리 아파트로 평가한 이 공동주택의 관리사무소를 찾아가봤습니다.

각종 자재가 들어올 때 동대표가 직접 검수한 증빙 자료가 빼곡합니다.

페인트 한 통, 전구 한 알, 작업용 장갑 한 켤레까지 입고 당시 사진이 첨부돼 있고, 얼마에 구입해 어디에 쓰였는지 낱낱이 자료로 남아있습니다.

<인터뷰> 최인숙(수원 청명주공4단지 관리소장) : "자료가 준비돼 있으니까 의문점이 생기거나 할 때 와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으니까 좀 더 입주민들이 관리주체에 대해서 조금 더 신뢰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세대 내 조명같은 소모품도 공동구매하고 주민들이 직접 관리합니다.

<인터뷰> 최인숙(수원 청명주공4단지 관리소장) : "실제로 업체에 가서 돈주고 하면 최소한 인건비만 해도 2만원이에요. 그런데다가 안전기 한 5~6천원.. 근데 그런건 저희가 자재값만 딱 받고 가서 해드려요.."

세대별 민원 처리도, 승강기 등 장비 관리도, 10년이 넘는 내역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인터뷰> 백종헌(수원 청명주공4단지 전 입주자대표회장) : "기록을 하다보면 업체가 아무래도 더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할 수가 있는거죠. 이게 어느 업체를 선정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 업체가 그만한 일을 하도록 만들어 내는 것도 이런 데이터를 가지고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문제가 되는 전기요금의 경우, 이 아파트에선 세대와 공용부분 사용량을 매달 비교 분석해 일년에 한 번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한전과 계약합니다.

<인터뷰> 백종헌(수원 청명주공4단지 전 입주자대표회장) : "관리를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가 1년에 1억 이상씩 왔다갔다 하는데 이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게 하고 회의때 동대표 입주자대표 회의때 이것을 가지고 좀 더 논의하도록 만들고 관심을 갖도록 만들면 이런데서 오는 절감이 결국 전체적으로 관리관리비가 절감이되고.... "

또 다른 아파트단지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얘들아 잘있었니? (네, 안녕.) 오늘 뭐하고 있어요?) 만들기."

맞벌이 부부를 위한 공동보육 공간입니다.

단지내 남는 공간을 활용하고 인력은 지역 복지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대현(성남 도촌9단지 임차인 대표) : "(맞벌이 부부)아이들이 단지내에서 방치돼 있는 상태를 봤거든요. 공간이 유휴공간이 있기때문에 이 공간을 좀 우리가 대표자회의에서 의결을 해서 이 장소를 아이들을 위해서..."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각 동별로 건의함을 만들었고, 주차단속도 주민들이 스스로 직접 합니다.

<인터뷰> 김대현(성남 도촌9단지 임차인 대표) : "경비실에 와서 이 스티커 붙인 경비분이나 관리소 직원에세 횡포를 부리는 분들이 계세요. (직접 하면) 누가 붙였냐가 중심이 아니고요 이제 내가 제대로 댔나 안 댔나 문제로 다시 사건이 전환이되거든요..."

지난해엔 십시일반 경비실에 에어컨도 설치했습니다.

<인터뷰> 정영봉(경비원) : "세상에 에어컨 없을 땐 어떻게 살았나 싶어. 최고지, 호텔급이라고 그러지요. '야 나 거기 데리고 가라 날 좀 데리고 가라'고 하는 사람이 많아요. 여기는 (경비)자리가 비지를 않아요. 좋으니까 안 간다고..."

<인터뷰> 김대현(성남 도촌9단지 임차인 대표) : "좋은 아파트요? 좋은 아파트는 우리가 행복한 아파트. 회사를 마치면 '우리동네 가서 쉬고 싶다' 라는 것이 바로 좋은 아파트 아닐까요? 일이 끝났는데 '아.. 아파트 가면 주차할 데가 없어 또 주민들하고 싸워야 돼' 그러면 그것은 내 삶의 휴식처가 아니라 고난의 연속이라고 생각됩니다."

<인터뷰> 하석범(아파트 선거관리위원장) : "대단지 아파트고 또 도심 한복판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그런 공간인데 저희가 일을 해 보니까 가능한 일들이 참 많더라고요."

전국 아파트 관리비용만 연간 12조원.

투명하고 살기좋은 아파트 공동체 실험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송명희기자 (thimbl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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