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이들 두고 "여행가다 죽어 황제 대우"..황당한 '정당'

글·사진 강현석 기자 2016. 10. 4.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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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라를 위해 죽은자 거지취급 당하고 여행가다 죽은자 황제 대우 받는다.’

한 정당이 세월호 희생자와 경찰의 물대포와 맞아 숨진 농민 백남기씨, 이슬람, 노동조합 등을 비하하는 플래카드를 광주시청 입구에 내걸었다. 4일 광주 서구 내방로 광주시청 앞 도로에는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과 붉은색 글씨가 쓰인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렸다. ‘기독당’ 이라는 곳에서 내건 플래카드는 읽기에도 거북했다.

기독당이 4일 광주광역시청 앞에 건 플래카드.

이 당은 세월호 희생자와 6·25 참전용사를 비교하며 ‘6·25참전용사들은 최고 10만원 약값 지원받고 세월호 애들은 최고 대우받고, 나라를 위해 죽은자 거지취급 당하고 여행가다 죽은자 황제 대우 받는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걸었다.

경찰의 물대포에 맞은 뒤 숨진 고 백남기씨의 죽음을 호도하기도 했다. 이들은 ‘민주노총은 책임져라! (2015.11.14)공권력을 이렇게 짓밟다니요. 백남기 농민을 퍽치기한 빨간 우의 조사하라’고 썼다.

기독당이 4일 광주광역시청 앞에 건 플래카드.

노동조합에 대해 이 당은 ‘임금이 적어서 노조합니까? 그럼 실업자들 많으니 일자리 그들에게 물려주십시오! 임금이 적은데 왜 일합니까?’라며 비아냥댔다. 이슬람도 공격 대상이 됐다. ‘이슬람국가와 경제협력하다 테러리스트 숨어들어온다’는 플래카드는 광주시청 내부 인도에 걸렸다.

기독당이 4일 광주광역시청 앞에 건 플래카드.

모든 플래카드에는 ‘이 현수막은 정당법 37조, 옥외광물 등 관리법 8조에 의해 훼손될 수 없습니다’라고 적어 마치 강제로 철거할 수 없는 합법적인 게시물인 것처럼 표기했다. 기독당은 홈페이지에 ‘지난 2014년 5월1일 창당해 기독정신의 사회구현과 교회수호를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플래카드에 대해 문의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한 시민은 “아무리 소수 정당이라지만 약자를 비하하고 조롱하는 의견의 플래카드를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시청 앞에 막무가내로 걸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해 했다.

기독당이 4일 광주광역시청 앞에 건 플래카드.

광주시선거관리위원회는 해당 플래카드 내용이 정당법 위반인지를 따져보기로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정당은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플래카드를 걸 수 있고 수량이나 게시 장소의 제한은 별도로 없다”면서 “하지만 행정 기관이 옥외광고물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 철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독당은 등록된 정당이지만 플래카드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현장에 나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광주시도 “현장을 확인해 본 뒤 플래카드의 철거 여부 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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