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대출' 논란에 SNS설화 김재수 장관 해임건의..법적강제는 없지만

연선옥 기자 2016. 9. 2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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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 부동산 특혜 대출 이어 청문회 불복 논란해임건의안 법적 강제성 없어…靑 해임안 가결 수용 거부 입장

정세균 국회의장(왼쪽 두번째)이 자정이 임박해 차수변경을 선언하자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교섭단체 대표 간 협의가 없었다며 국회법 위반이라고 항의하고 있다./사진=조선일보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 건의안이 23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 권력이 거대 야당으로 넘어간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결과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처리됐다고 해서 해당 국무위원이 바로 해임되는 것은 아니다. 가결된 해임건의안의 법적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정 사상 장관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사례는 모두 다섯번인데, 해당 장관은 모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김 장관이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인물이라며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적 공세일뿐 이라고 맞섰다. 더민주와 새누리당 모두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키를 쥔 것은 국민의당이었다. 당초 국민의당은 이 장관을 해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해임 건의안 제출에는 함께하지 않았다. 하지만 23일 본회의 표결에서 국민의당 의원들이 해임건의안 찬성 쪽에 표를 던지며 해임 건의안은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해임건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 대립이 커지며 앞으로 정기국회 운영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은 국정감사를 비롯한 국회 일정에 보이콧을 선언했다. 또 청와대가 해임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앞으로 야당의 반발도 예상된다.

◆ 김재수 장관이 왜…해임건의안 왜 발의 됐나

야당은 인사청문회 당시 김 장관의 부동산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장관직을 수행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김 장관이 농협으로부터 낮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마련했다는 것이었다.

더민주는 김 장관이 2001년, CJ가 건립한 88평짜리 빌라를 분양가보다 2억원 이상 싸게 샀고, 매입금의 98%는 농협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받았다고 지적했는데, 특히 당시 대출 금리는 1%대로 평균 시중 금리인 8%보다 낮은 '황제대출'이었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의 어머니가 차상위 계층으로 분류돼 지난 10년간 부당하게 의료비를 수급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당시 청문회에서 김 장관은 "대출을 받으면서 특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국민 눈높이에서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어 송구스럽다"고 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더 큰 논란은 장관 임명 이후 불거졌다. 김 장관이 모교인 경북대 동문 SNS에 "국회 청문회에서 온갖 모함,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며 "장관으로 부임하면 그동안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을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글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는 "시골 출신에 지방 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서 나를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다.

야당은 김 장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청문회에서 사과한 사안에 대해 말을 뒤집으며 청문회 결과에 불복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그리고 야당은 김 장관에 대한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야당이 국회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해임건의에 대한 당론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야당의 공조가 무너지는 듯 했지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은 많은 찬성표를 얻으며 통과됐다. 새누리당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해임결의안은 총 투표수 170표 중 찬성 160표, 반대 7표, 무효 3표로 가결됐다.

원래 23일 본회의는 오전 10시 소집될 예정이었지만 새누리당의 요청으로 오후 2시 30분 시작됐다. 해임건의안 표결이 국회 대정부질문 이후로 잡혔는데, 대정부질문은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졌다. 해임건의안 표결을 막기 위해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어진 질의시간인 15분을 넘겨 계속 질문했고, 황교안 총리와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 등 국무위원 역시 긴 시간 답변했기 때문이다.

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7시 50분쯤 국무위원에 저녁식사 시간을 줘야 한다며 정세균 국회의장에 정회를 요청했다. 야당에서는 이에 대해 ‘필리밥스터(저녁식사를 요청하며 의사진행방해인 필리버스터의 효과를 낸 것이라는 의미)’를 하고 있다는 비아냥이 나왔다.

◆ 정기국회 파행 우려…새누리당 국회 일정 보이콧

김 장관 해임건의안이 야당의 단독 표결로 강행 처리되면서 여야 간 대립은 극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26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비롯한 정기국회 일정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했다. 여야 간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정기국회 파행이 예상된다.

김재수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해임건의안이 가결되고도 장관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첫 사례가 된다./사진=조선일보

정진석 원내대표는 본회의 직후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무시하고 비열한 날치기 처리를 했다"며 "헌정 사상 유례없는 법 위반에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임건의안 통과에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그는 "협치는 끝났다"고도 했다.

해임건의안 처리를 이뤄낸 야당은 대통령의 수용을 촉구했다. 추미애 더민주 대표는 본회의 직후 "민의(民意)대로 보여드린 것"이라며 "대통령께서는 민심을 이기려하지 말고 하루 빨리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돌아가 절박한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 역시 "민주적인 국정운영이 되도록 청와대와 대통령에 보내는 국민의 경고"라며 "대통령이 국회에서 통과된 해임건의안을 무시한 전례가 없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 절망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야권 공조가 굳건하게 이뤄졌다"며 "국민의 뜻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를 무겁게 받아들일것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께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의결돤 김 장관의 해임건의를 수용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이 해임건의안 의결의 효력을 부정하고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는 것은 적반하장이자 몽니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며 "여야가 협력해 국정감사를 열어 의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재수 장관 거취는

청와대는 "야당이 김 장관 해임건의안을 처리한 것은 부당한 정치공세"라며 "해임건의를 수용해 김 장관을 사퇴시키는 일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야당이 주장하는 김 장관 해임 사유가 모두 사실이 아니거나 근거가 없고, 현재 쌀 값 폭락 등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직무 수행 한 달이 안된 장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24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장차관 워크숍은 김 장관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대 해임건의안 당사자였던 장관 5명 중에 해임건의안의 압력을 견딘 장관은 없었다. 해임건의안의 강제 해임 규정이 삭제된 1987년 개헌 이후,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은 해임건의안 가결 하루만에,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은 해임건의안 가결 2주만에 사의를 표했다. 1987년 개헌 이전의 임철호 농림장관(1955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1969년), 오치성 내무장관(1971년)도 헌법에 국회 해임 요구에 대한 강제 규정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김 장관이 장관직을 유지한다면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첫 사례가 되는 것으로, 박 대통령과 김 장관에 대한 야당의 공세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재신임을 하더라도 대국회 업무 등 장관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고,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김 장관이 스스로 사임하는 상황도 상정해 볼수는 있다.

김 장관은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뒤 "저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생각한다"며 "국회의 해임건의 의결에 대해서는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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