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뉴질랜드가 제공하는 '한글판' 지진매뉴얼

안홍기,고정미 2016. 9. 22.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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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사무실 가구 고정 요령, 비상배낭 챙기기 등 국민안전처엔 없는 유용한 정보

[오마이뉴스 글:안홍기, 그래픽:고정미, 편집:손지은]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난 지난 12일 부산 고향집에서 보내온 '피해 현장' 사진. 고향집에 묵을 때마다 내가 자는 자리에 감사패가 떨어졌다.
ⓒ 안홍기
규모 5.8의 지진이 난 지난 12일. 부산 고향집에서 지진피해상황이라며 보내온 사진들을 보다가 경악했다. 책장에 진열해둔 감사패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면이었다.

그냥 물건이 떨어진 장면일 뿐이라면 '별 일 없었네'라면서 넘어갈 수 있겠지만, 감사패가 떨어진 곳은 내가 고향집에 갈 때마다 이불을 깔고 잠을 청하는 자리다. 특히 감사패가 떨어진 곳은 내 머리가 위치하는 바로 그 곳이다. 원목과 쇳덩이로 만들어진 무거운 감사패가 자고 있는 내 이마에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모골이 송연했다.

이같이 선반이나 책장에 올려둔 장식품 같은 물건들은 이번 지진과 같은 규모에도 쉽게 떨어질 수 있고 대형 지진에는 날아다니는 무기로 돌변한다. 액자와 거울도 마찬가지다. 책장과 같은 높은 가구들이 쓰러질 때 사람이 깔리게 되면 치명적이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진만 나면 접속이 안 된다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서 관련 자료를 찾아봤다. 국민재난안전포털 → 재난예방대비 → 자율안전점검 순으로 찾아들어가보니 '우리집 안전점검' 페이지가 있다. "매월 4일은 생활 안전 점검의 날"이라며 점검표를 인쇄해 매달 체크하라고 돼 있는데, 화재·전기사고·가스폭발에 관한 점검 항목들이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는 지진이 난 뒤 행동요령 자료와 동영상은 여러 건 올라와 있지만, 각 가정과 직장이 지진에 어떻게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을지 자세히 알려주는 자료는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화시대. 지진이 잦은 외국의 정부나 지자체들은 각 가정에서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참고할만한 자료를 갖추고 있었다. 무려 한글로 된 자료를 제공하고 있어 쉽게 참고할 수 있다.

한글로 나온 뉴질랜드 EQC와 일본 도쿄도 지진대비 매뉴얼

 뉴질랜드 지진대책위원회의 지진 발생에 대비한 손쉬운 가정 안전 조치’ 중 일부.
ⓒ 뉴질랜드EQC
지진이 빈발하는 뉴질랜드의 지진대책위원회(EQC)는 홈페이지에서 '지진 발생에 대비한 손쉬운 가정 안전 조치'(Easy Ways to Quake Safe Your Home)라는 매뉴얼을 배포하고 있다. 영문뿐 아니라 마오리어, 사모아어, 통가어, 중국어, 힌디어, 한국어, 아랍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있다. ( 한글판 다운로드 )

뉴질랜드와 한국의 주거형태가 많이 다른 탓에 온수실린더 고정, 비상식수공급, 굴뚝 고정 등은 매뉴얼 그대로 따라 하긴 힘들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각 가정에서 지진에 대비해 살펴봐야할 지점들을 제시한다. 각종 장식품, 어항과 도자기, 액자 및 거울, 높은 가구들을 고정하는 건 지진으로 인한 파손뿐 아니라 인명을 지키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도가 발행한 <도쿄보사이>(동경방재) 매뉴얼 중 일부.
ⓒ 일본 도쿄도
지진 하면 일본이 떠오르듯이 일본은 지진 대비 매뉴얼도 철저했다. 도쿄도가 2015년에 발행한 <도쿄방재>는 무려 320여 쪽의 방대한 양을 자랑하고 재해를 당했을 때 각종 세금 감면 항목까지 나와 있는 종합 안내서다. 일본어뿐 아니라 영어·중국어·한국어로도 제공된다. (한글판 다운로드 페이지 )

<도쿄방재>는 "지진 부상자의 30~50%가구류의 전도(넘어짐)·낙하·이동이 원인"이라며 "방에 물건을 놓지 않는 것이 최대의 방어"라고 강조합니다. 이 매뉴얼은 L형 브라켓을 비롯한 다양한 기구를 이용해 가구의 전도·낙하·이동을 방지하는 법을 소개한다.

가구류는 L형 브라켓과 나사로 벽에 고정시키고, 바퀴달린 가구는 잠그거나 미끄럼 방지 고무 등으로 고정시키는 걸 추천한다. 식탁과 의자도 진동이 미끄러지지 않게 미끄럼 방지 조치가 필요하다. 붙박이 찬장의 경우엔 수납물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찬장 잠금장치 부착을 권하고 있다.

천장에 매다는 조명은 체인으로 고정하고, 창문 유리는 비산방지필름을 붙여 깨졌을 때 파편이 날리는 걸 방지한다. <도쿄방재>는 특히 사무실의 지진 대비책을 제시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벽면수납장, 복사기, 파티션, 게시판 등 대형 지진에 대비해 미리 살펴봐야할 부분들을 제시한다.

'비상배낭'에 챙겨야할 물건들

지진이 일어났을 때 행동요령대로 안전하게 대피를 잘 했다면 그 뒤엔 어떻게 될까. 일단 크게 다치지 않은 것에 감사해야겠지만, 무작정 구호를 기다리고 있을 순 없다. <도쿄방재>는 지진을 포함한 각종 재해시 피난생활에 필요한 용품도 꼼꼼하게 제시하면서 비축물품 목록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재해 뒤 유용할 것으로 보이는 건 '비상용 반출 가방'으로, 피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미리 배낭에 넣어뒀다가 챙겨서 대피하는 '비상배낭'이다. 이 매뉴얼에선 ▲ 손전등 ▲ 담요 ▲ 식품 ▲ 젖병 ▲ 휴대용 라디오 ▲ 건전지 ▲ 인스턴트 라면 ▲ 현금 ▲ 헬멧 ▲ 라이터 ▲ 통조림 따개 ▲ 구급함 ▲ 방재두건 ▲ 양초 ▲ 칼 ▲ 적금통장 ▲ 면장갑 ▲ 물 ▲의류 ▲ 인감 등을 '비상배낭'에 미리 챙겨두라고 권하고 있다. 이 중에서 젖병, 통장 등은 각 개인의 사정에 맞게 빼거나 더하면 되겠다.

 <도쿄방재>가 권장하는 비상 배낭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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