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12년 연속 자살률 1위.."살만한 세상이 아니다"

임태우 기자 2016. 9. 2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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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지?” (뚜벅뚜벅) “밥은 먹었어?” (뚜벅뚜벅) “많이 힘들었구나.” (뚜벅뚜벅) “말 안 해도 알아.”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힘들어했다는 걸 모두 이해한다는 듯한 위로는 마포대교에 적힌 글귀입니다. 다시금 삶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게끔 하려는 자살예방 문구들이죠.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슬픈 발길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마포대교는 자살예방 효과를 보지 못한 채 투신자살률은 높아졌습니다.

[ 마포대교 투신자 수 현황 ]
2011년 (투신자 11, 사망자 5) / 2012년 (투신자 15, 사망자 6)
2013년 (투신자 93, 사망자 5) / 2014년 (투신자 184, 사망자 5)
2015년 9월 (투신자 202, 사망자 7)
 
그러자 최근 서울시는 자살사고를 좀 더 실질적으로 막겠다며, 오는 12월까지 다리 난간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1.5m 높이인 마포대교 난간에 전선과 롤러를 달아 난간 높이를 1m가량 더 올리겠다는 것이었죠.
자살 예방책은 이뿐이 아닙니다.
두 달 전에는 보건복지부가 번개탄 포장지에 자살예방 문구를 써넣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다리 난간을 높이거나 번개탄에 따뜻한 글귀를 새긴다고 자살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겁니다.
 
“난간 올린다고 자살을 결심한 사람이 안 뛰어내릴 것 같습니까?” (inq7****)
“자살하는 이유가 뭔지를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요? 극단에 몰린 사람들 눈에 그런 문구가 보일 리 만무하죠. 그렇게 보이는 효과에 급급할 거면 차라리 버스, 지하철 택시에도 붙이죠.”(kims****)

자살을 결심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하지 않고는 그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 자살의 가장 큰 원인 ‘경제적 문제’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결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공통적인 분모로 나타나는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경찰청이 2014년에 발생한 자살사고 원인을 조사한 자료에는 1위가 정신질환(28.7%)이었고, 그다음 2위는 경제문제(21.2%)였습니다.

정신질환에 의한 충동을 뺀다면 자살을 부추기는 외부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가 제일 큽니다.

통계청이 연도별로 내놓은 ‘사회조사(2006~2012년)’ 결과에서도 자살 충동을 느끼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경제적 어려움’이었습니다.

특히, 자살률의 연간 추이를 살펴봤더니 국가적인 경제 위기가 찾아왔을 때 가파르게 증가하는 양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 불황에 따른 실업률이나 소득 양극화에 따른 상대적 빈곤 등이 극단적인 선택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 박정훈/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
“자살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경제·사회적 원인에 대한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환경인데,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치료조차 받지 못하면 자살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 자살 전 ‘위험 경고신호’ 보내지만….

자살을 결심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시도 이전에 주변인들에게 ‘자살 경고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들은 죽고 싶은 심정과 두려움 사이에서 갈등하고 번민합니다. 그러면서 자기 죽음을 은연중에 암시하거나 발자취를 남기면서 누군가에게 죽음을 ‘막아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자살자와 가장 가까운 가족들은 위험신호를 알아차리고 있을까요?

올해 초 보건복지부 중앙심리부검센터는 자살자들이 보내는 ‘경고신호’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자살자 유가족 212명을 대상으로 벌인 면담을 통해 자살자들의 심리를 유추해본 것입니다.

그 결과 자살자의 93.4%가 자살시도 전에 위험신호를 보냈으나, 유가족의 81%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가족 대부분이 자살자의 심리적 변화를 의식하지 못했거나, 일시적인 우울증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복지부는 주변인들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OECD 회원국 가운데 12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자살자 수는 38명이나 됩니다.

주변인의 관심만으로 이 모든 자살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게 현실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서 살펴본 자살의 근본 원인을 비롯해 사회의 전체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자살이 많다는 것은 살만한 세상이 아니라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저는 자살문제만 따로 떼어내서는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부분에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않은 모습들을 보이기 때문인데, 다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자살문제만 뚝 떼서는 예방할 수 없습니다.”

다리 난간을 1m 더 높이고, 번개탄에 경고 문구를 넣는 것도 궁여지책일 수 있으나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데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지 않을까요?  

(기획·구성 : 임태우, 김미화 / 디자인: 김은정)     

임태우 기자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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