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양산단층, 5년전 활단층 결론 내고도 비공개"(종합)

2016. 9. 20. 15: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질연 "사회적 파장 우려한 듯"..전문가들 "활성단층 지도 제작 시급"

지질연 "사회적 파장 우려한 듯"…전문가들 "활성단층 지도 제작 시급"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12년 양산단층대를 활성단층으로 결론 내렸지만, 공개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생겨 지금까지 발표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활성단층이란 지각활동이 활발해 지진이 발생했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큰 곳을 말한다. 규모 5.8의 대지진이 발생한 경주는 양산단층대에 포함된다.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170km의 양산단층대는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고리·월성 지역과 가깝다.

20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2009년 국민안전처(당시 소방방재청)로부터 3년 과제로 20억원을 지원받아 양산·울산 단층을 중심으로 '활성단층 지도 및 지진위험지도 제작' R&D(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는 지질연뿐만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등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당시 연구책임자였던 지질연 최성자 박사는 20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양산단층과 울산단층 지질자료를 분석해 활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측정값을 선으로 연결해 활성단층 지도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최 박사는 "지질조사 결과 활성단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공청회를 열었지만,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연구 결과 공개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산단층에 밀집된 원전 주변 주민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환경단체가 원전 가동에 반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연구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도 과제 기간이 너무 짧아 조사가 불충분했다며 추가 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공동 연구단 내부에서 지질연과 다른 의견이 제기되자 정부는 3년여에 걸친 연구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 연구과제는 2012년 종료된 뒤 더는 예산을 따내지 못한 탓에 국내 지진 위험지도는 지금까지 만들지 못했다.

정부는 1994년 원전 부지의 활성단층 논란이 일자 "연구 결과 활성 단층대가 아니며,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이런 결론은 일부 국내외 전문가들의 판단과 배치했다.

특히 일부 일본 학자는 원전이 밀집된 고리·월성 일대가 활성단층대로, 30년 이내에 한번은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당시 한국원자력연구소)은 양산 일대가 단층이긴 하지만 6천만 년 전에 생성된 '주향이동단층'이라며 활성단층이라는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성자 박사도 "활단층이라도 한반도 역사상 최대 지진이 규모 6.5로 추정돼 현재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인 2.0g(규모 6.5) 이하는 안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정부가 원전 불안감 때문에 양산단층이 활단층이 아닌 것으로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의심했다.

양산단층대에서 최근 일주일 사이 규모 5.1과 5.8, 4.5의 지진이 발생해 활성단층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지질연 이윤수 박사는 "퇴적물이 오랫동안 쌓여 눌리면 안정기에 접어드는데, 양산단층에서 비교적 최근에 퇴적돼 고화되지 않은 채 어긋나 있는 층들이 발견됐다"면서 "그동안의 지질조사결과 등을 토대로 양산단층을 활단층으로 정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2일 규모 5.1, 5.8 지진에 이어 전날 4.5 여진까지 양산단층대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진 규모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단층대를 따라 일어나는 것은 맞다"고 분석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도 "규모 5.8 지진을 계기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것은 분명해졌다"면서 "주변에 위험 단층이 많은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에서도 규모 6.5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국내 활성단층 지도를 서둘러 제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최성자 박사는 "그동안 한반도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 위험지도에 대한 관심이 적었고, 예산 지원도 중단됐을 것"이라면서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지진이 빈번한 서부에 대한 활성단층 지도만 보유하는 실정으로 이해는 가지만, 국내에서도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만큼 활성단층 지도가 필요하다"가 제언했다.

국민안전처는 내년부터 2021년까지 1단계로 지진 빈발지역과 인구밀집 대도시부터 활성단층 연구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당 예산안은 정부안에 확정했으며 연구개발에는 기존 조사결과도 활용할 방침이다.

jyoung@yna.co.kr

☞ 숨진 부산교도소 재소자 CCTV 8일분 보니 이미…
☞ 신세계 정용진, 고객과 사진 '한컷'…인기ㆍ소탈 과시
☞ 지하방 60대女 변사체 '미스터리' 끝내…
☞ '한국사위' 호건 美메릴랜드 주지사, 한국사위 맞았다
☞ 어린 자녀가 무슨 죄…"일가족 극단적 선택은 명백한 살인행위"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