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재앙'수도권 젖줄 남한강도 썩어간다
[경향신문] 지난 9일 경기 여주시 남한강 상류 이포보 주변 ‘찬우물 나루터’. 이항진 여주시의원(전 여주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장)이 삽을 들고 물 속으로 2m 가량 들어가자 발목까지 개흙(펄)이 쌓여 있었다. 이 이원이 한삽 퍼올리자 짙은 회색의 펄은 가는 흙이면서 시큼한 냄새가 났다. 그리고 손으로 펄을 헤집자 10㎝ 이상의 실지렁이가 10여 마리 나왔다. 나루터 주변은 저수지나 늪에서 서식하는 정수 수초인 ‘마름’이 수면에 넓게 퍼져 있었다. 4대강 사업을 하기전 지천으로 깔려있던 고운 모래와 자갈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강물은 각종 부유물이 쌓여 썩어가고 있었다.
4대강 사업의 ‘재앙’이 낙동강에 이어 한강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상수원보호구역인 남한강에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다량 발견되면서 강물이 썩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생겨나면서 강물 유속이 느려지고 각종 부유물이 쌓여서 뻘이 생기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주환경운동연합과 이항진 여주시의원, 불교환경연대 등은 최근 4대강 사업으로 보가 설치된 남한강 지역을 조사한 결과, 수질등급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다량 발견됐다고 밝혔다. 실지렁이는 산소가 부족한 곳에 서식하는 4급수 지표생물이다.
실지렁이가 발견된 곳은 모두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남한강 상류 이포보(찬우물 나루터)와 강천보(우만리 나루터) 주변이다. 이 일대는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습지와 모래사장이 있고 여울이 형성됐던 곳이다. 하지만 보가 만들어진 뒤 각종 부유물이 쌓여 펄이 생겨 강물이 썩어가면서 실지렁이가 다량 발견되고 있다.
이항진 여주시의원은 “실지렁이는 유기물이 퇴적되고 유속이 거의 없는 곳에서 사는 생물”이라면서 “특히 실지렁이가 발견된 곳은 펄이 지속해서 쌓이고 있는 곳으로 강물이 썩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불교환경연대 범일 스님은 “낙동강 취수원에서 실지렁이가 발견된데 이어 한강에서도 발견됐다”며 “수도권 식수원인 한강이 4급수로 변화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정부가 책임지고 사실을 밝히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남한강 보 구간 수질은 좋은 수준(1B)을 유지하고 있다”며 “실지렁이가 발견됐다고 전체 수질을 4급수로 매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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