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지진' 피해 적은 이유.."진원 깊고, 진앙 부근 건물 적어"

심동준 2016. 9. 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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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원깊이 12~15㎞…상대적 피해 적은 낮은 주파수 진폭 발생
진앙 부근 건물 적어, 지역 단층 모습 따라 정밀 분석 필요
지진 피해 대책 경제적 접근해야…거점 건물부터 선택적 강화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역대 최고 규모의 '경주 지진'이 한반도를 덮쳤지만 드러난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13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경상 8명, 재산 피해는 신고 건수 기준으로 253건이다.

인명 피해 현황을 보면 지진으로 텔레비전(TV) 또는 신발장이 떨어져 다치거나, 진동에 놀라 건물에서 뛰어내리면서 다친 경우가 많았다.

재산 피해로는 건물에 균열이 생겼다는 신고가 106건, 수도 배관 파열이 16건, 지붕 파손이 66건, 간판에 문제가 생겼다는 신고가 60건이었다.

한반도 지진 역사에 남을 만한 '준(準)강진'이 발생한 것 치고는 건물 붕괴, 인명 사망 등과 같은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의 부정적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이유로 우선 진원의 깊이를 꼽았다. 기상청 등에 의하면 이번 지진의 진원 깊이는 규모 5.1인 1차, 규모 5.8인 2차 모두 12~15㎞로 깊은 편이다.

요컨대, 지진 규모 자체는 컸을지 모르지만 진원이 깊어 건물에 미치는 파괴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높은 주파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 건물이 흔들렸던 것과는 별도로 지표면 자체가 진동하는 시간이 오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한국지진공학회장인 이철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건물에 피해를 주는 10㎐ 이하의 진폭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한다"며 "땅이 강하게 흔들리는 강진 구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는 점도 피해가 적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구조재나 설비, 취약한 마감재, 담장, 기왓장 정도로 준강진 수준의 지진을 버텨낸 것"이라며 "진원이 좀 더 얕았다면 피해가 커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진 발생 지역 인근에 세워진 건물이 적어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피해가 적었던 이유를 진원 깊이를 토대로 분석하기보다는 지역 단층의 모습에 따라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중요한 원인은 진앙지 주변에 건물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단층의 자세, 발생 등에 따라 전파되는 에너지가 달라 보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다 깊게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진원의 깊이가 그다지 얕은 편은 아닌 것 같다"며 "고주파가 우세한 곳에서도 저주파가 함께 나오는 만큼 주파수만으로 피해를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무작정 모든 내진 설계를 개선하는 식의 접근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천문학적인 비용을 불러와 지진 피해보다 더 큰 규모의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지진 피해 방지 대책은 경제적으로 접근해야할 문제"라며 "내진 강화를 하더라도 재난 상황에서 피난민들이 자주 찾는 공공시설 등 위주로 선택적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현재의 지진 대응 기조에서 현실적으로 취약한 부분부터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진으로 인한 비용보다 더 큰 손실이 국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w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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