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대 규모 지진에도 "가만히 있으라"는 학교들

김주영 입력 2016. 9. 13. 03:30 수정 2016. 9. 1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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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 사상 최대 규모 강진 속 학교 행태 고발하는 SNS 게시글 잇따라 / 교육청 지시에도 야자하는 학생들 귀가 안 시켜.. 외출 금지한 곳도 / "교장, 교사 징계해야..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불감증 반복"
12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으로 울산시 남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이 취소돼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경주에서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의 강진이 발생한 12일 일부 학교가 야간자율학습 중이던 학생들에 “금방 사라질 지진이니 가만히 있으라”, “공부하는 데 지장 없으니 계속 자습하라”고 했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규모 5.0 이상의 강진이 잇따라 한반도를 강타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학교의 이 같은 대응은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지진 이후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게시글들이 빗발쳤다. 부산의 한 고교 3학년 심모군은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저희 학교는 1, 2학년만 귀가시킨 후 그대로 자습을 강요했다”며 “전화를 건 학부모들에게 학교가 안전을 책임지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 학교 교감은 1차 지진 이후 1, 2학년과 함께 바로 귀가했다고도 덧붙였다.

부산의 한 고교 3학년생이 야자를 강요한 학교 측 대응을 고발하기 위해 올린 게시글. 페이스북 캡쳐
부산의 또 다른 학교는 학생들에게 “방금 잠깐 여진이 있었으나 공부하는 데는 지장이 없으니 자습을 마저 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교육청이 지진 발생 직후 교육감 지시로 각급 학교에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야자 참여 학생들의 귀가 등 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자칫 학생들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을 경우 건물 안보다 밖이 더 안전하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종배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교육기관 건물 내진 적용현황’에 따르면 전체 교육기관 중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24.4%에 불과하다. 다행히 이날 지진으로 학교들에서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경주의 한 여학교 기숙사에서는 “건물에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에도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뛰쳐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수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무단외출시 벌점 10점을 부과하겠다”는 방송까지 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해당 학교 책임자와 교사들을 중징계 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반복되는 안전불감증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게시글. 트위터 캡쳐
해당 학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모씨는 트위터를 통해 “해당 학교 책임자와 교사들을 중징계 해야 한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반복되는 안전불감증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모씨는 “애들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생각하면 분노가 치민다”는 글을 올렸다.

부산교육청 총무과의 한 관계자는 “(학교들이 그렇게 대응했는지 여부는)아직까지 파악이 안 됐다”며 “안전팀 등에 사실 관계 확인을 해보라고 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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