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안의 괴물] "치료도 싫다, 돌봄도 싫다".. 노인 자기학대도 늘어난다

이가현 기자 2016. 9. 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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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인보호기관 분석 살펴보니

지난 7월 전남의 한 아파트에서 독거노인 A씨(68)가 온몸이 대소변으로 범벅이 된 채 발견됐다. 그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A씨는 5월과 6월에 두 차례나 동네 주민의 도움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2∼3일 만에 제 발로 병원을 나왔다. 퇴원을 하고 나면 다시 술에 의존했다. 스스로를 방치한 것이다.

노인의 ‘자기학대’가 늘어나고 있다. ‘자기학대’는 치료를 거부하거나 신체·정신적 능력을 상실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데도 돌봄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은 2011년 224건이던 노인의 자기학대가 지난해 622건까지 증가했다고 6일 밝혔다. 전체 노인학대 가운데 자기학대는 2011년 5.8%였으나 지난해엔 14.7%로 껑충 뛰었다.

스스로를 학대하는 노인 중 약 40%는 혼자 살고 있다. 이한민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 부장은 “자녀들이 노부모와 함께 살지 않게 되면서 사회구조적으로 노인 단독 혹은 노인 부부 가구가 늘었다”며 “노인 단독 가구의 경우 지원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러 자기방임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혼자 사는 노인은 매년 증가세다. 65세 이상 1인 가구는 2011년 112만4099가구에서 지난해 137만9066가구로 4년간 약 30만 가구가 늘었다.

자기학대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비극’으로 끝난다. 지난 1월 B씨(92·여)는 자신이 살던 서울 양천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변장애를 오랫동안 앓던 B씨는 거동이 불편했다. 그런데도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7년 동안 혼자 산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은 2014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55.5명에 이른다. 노인자살은 경제적 빈곤과도 관계가 깊다.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9.6%(2013년 기준)에 달한다. 한국노인상담센터 이호선 센터장은 “무위고(아무것도 할 게 없어 고통스러움)·빈고(가난의 고통)·병고(질병의 고통)·고독고(외로움의 고통) 등 노인의 ‘사고(四苦)’가 무기력을 만들어내고 이는 자기학대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웃과의 교류가 줄어드는 데다 방치된 노인을 직접 찾고 돕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의 노인학대 관련 예산은 지난해 695억원에서 올해 690억원으로 0.7% 줄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과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들의 사업비도 지난해 대비 각각 16%, 20%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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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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