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쫙~ 먹었으면 더치페이가 김영란법" 공무원들 열공중

입력 2016. 8. 18.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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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복지부 전직원 대상 청렴교육
사례별 법 적용·대응법 소개

이럴 땐 되나요? 안 되나요?
공무원들 질문 쏟아내
“100% 이해하려면 고차방정식
청탁·뇌물금지 원칙이 중요”

“자자, 밑줄 쫙~ 치세요. 2만9900원어치만 얻어먹으라는 법 아닙니다. 받지 말자는 법이거든요.”

지난 17일 오후, 세종시 보건복지부 청사 대회의실에선 사회복지정책실 소속 공무원 70명가량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에 대비한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강사로 나선 감사담당관실 문승원 주무관은 “언론에는 3만원(1회 식사비 한도), 5만원(선물), 10만원(경조사비) 등 받을 수 있는 한도만 강조되는데 핵심이 그게 아니다. ‘부정청탁·금품수수를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먼저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치 ‘밥 먹지 말라’는 법처럼 알려졌는데, ‘먹었으면 더치페이 하라’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다음달 28일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10일 국장급 간부 이상 고위공직자를 시작으로, 실별로 전 직원 대상 청렴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의 경우, 본부 직원 3060명을 포함해 산하기관과 공공의료원 등에 소속된 4만9천명이 법 적용 대상자다.

“요양원, 복지관 같은 사회복지시설에서 보조금 좀 올려달라는 민원 접해보셨죠? 이런 민원을 부적절하게 처리했을 경우, 기존에는 감사과 조사 뒤 징계처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형사고발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는 점 명심해야 합니다.” 형사고발이라는 단어에 공무원들은 졸음이 확 달아나는 눈치였다.

무엇보다 받아선 안 되는 ‘금품 등’의 정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익혀야 했다. 여기에는 현금뿐 아니라 입장권, 할인권, 숙박권, 취업 제공 등 수십 가지 항목이 포함된다. “복지시설 점검을 나갈 때 터미널로 마중 나온 시설 관계자들의 차량을 얻어 타는 건 될까요?”라는 질문에 문 주무관은 “안 된다”고 딱 잘라 대답했다.

이날 교육에선 대상이 복지부 공무원인 만큼 병원 청탁에 대한 대응법이 주요하게 소개됐다. 복지부 공무원들에게는 평소 병원 진료 접수 순서를 앞쪽으로 당겨달라거나 입원실을 확보해달라는 등 각종 병원 관련 청탁이 쏟아진다. 쉬는 시간에 만난 과장급 간부 ㄱ씨는 “국회 등 정치권은 물론이고 다른 부처 고위공직자, 고향 어르신들까지 병원 진료 순서 좀 당겨달라고 할 때가 가장 곤혹스러웠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돼 솔직히 후련한 마음”이라고 털어놨다. “병원 청탁에 대해 ‘어렵지만 알아보겠습니다’라고 답변하면 안 됩니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서 명확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는 게 좋습니다. 그래도 다시 청탁이 들어오면 복지부 청렴포털 사이트에 신고하시고요.”(문 주무관) 복지부는 조만간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가칭)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

“복지부 직원이라는 사실을 안 밝히고 친인척의 진료 순서를 좀 앞당겨달라고 하는 건 안 되냐” “공무원인 친구로부터 값비싼 결혼선물을 받으면?” “집에 선물이 배달됐는데 어머니가 드셨으면?” 등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질문도 쏟아졌다.

정례헌 복지부 감사담당관은 “어떨 때 법에 걸리고 안 걸리는지를 전부 파악하려면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간단치 않다. 어떤 경우든 부정청탁은 들어줄 수 없다는 원칙을 가지고 문제가 될 만한 소지를 사전에 없애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선물 배송이 될 것이라는 택배회사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바로 반송 요청을 하라는 것이다.

세종/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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