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사망 아동' 5중 안전장치 소용없었다
[경향신문] ㆍ허울뿐인 아동학대 방지 대책
ㆍ보육원 퇴소 관리·지역 감시망 등 정부 매뉴얼 하나도 작동 안 해
ㆍ관련 예산도 삭감…예고된 비극
정부가 “올해를 아동학대 근절 시스템 구축 원년으로 선포한다”며 지난 3월 내놓은 아동학대 방지 종합대책은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달 2일 햄버거를 먹고 이를 닦던 중 쓰러져 숨진 4세 소녀.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촘촘한 아동학대 방지 그물망을 수립하겠다던 정부 대책은 너무나 쉽게 다섯번에 걸쳐 뚫렸다. 우리 사회는 또 하나의 어린 목숨이 꺼져가는 것을 모른 채 지나쳤다. | 관련기사 6면
보육원에서 엄마 손에 인계된 후 한 달 만에 모진 폭행을 당하다 숨진 것으로 조사된 ㄱ양의 생애 마지막 한 달을 따라가 봤다. ㄱ양이 살던 집 주변에는 도보로 5~10분 거리에 주민센터, 보건소, 병원, 학교, 지구대가 몰려 있었지만 ㄱ양은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보육원 입·퇴소를 관리하는 인력이 1명뿐인 지자체는 아이를 친모에게 보낼 때 양육 가능한 환경인지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 지자체는 보육원 퇴소 아동을 사후 관리할 의무가 있지만, ㄱ양의 집을 방문 점검한 사람은 없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한부모가정인 ㄱ양 모녀의 존재를 읍·면·동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인지했겠지만,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의 관리망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지난 두 번의 대책에서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대폭 늘어났지만 ㄱ양의 행동반경에서는 신고의무자를 접촉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ㄱ양의 사례는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저소득층 가구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사는 경우가 많고, 아동학대 부모 상당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지 않는다. 정부는 지역사회와 밀착한 통반장들에게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해 아동학대 감시망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통반장은 “우리가 어떻게 파악하느냐”고 반문한다. ㄱ양을 보호할 수 있었던 다섯 개의 안전망은 모두 무력하게 아이의 죽음을 방치했다.
정부는 2년 전에도 8세 서현이가 계모의 폭행에 숨지면서 여론이 들끓자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조기발견·보호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지난 1월 부천 ‘원영이 사건’이 발생하자 또다시 ‘종합대책 확대 개정판’을 내놓았다. 하지만 ㄱ양의 죽음을 여전히 막지 못했다.
지난 3월 아동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상복을 입고 영정을 든 채 아동보호 예산을 증액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인력을 확충하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2년 새 두 번의 대책을 내놨지만 올해 편성된 아동학대 예방 예산은 지난해보다 67억원 줄어든 185억원에 불과하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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