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30억 꿀꺽한 기업인에 총리상 준 '황당한 정부'

구교형 기자 2016. 8.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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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정부가 각종 문서를 조작해 ‘나랏돈’ 수십억원을 타낸 중소기업 대표에게 지난해 국무총리상까지 수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회사 대표가 국립대 교수에게 뇌물을 제공해 따낸 사업 등을 기반으로 돈독해진 기업과 대학의 관계는 산학협력 우수사례로 미화됐다.

15일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춘천지검 원주지청은 산학협력 등과 연계된 국비 3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전동카트 생산업체 ㄱ사 김모 대표를 구속해 재판에 넘겼다.

김 대표는 2015년 산업은행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공장 신축비 명목으로 대출을 신청하면서 거액의 채무를 누락시키는 수법으로 재무제표를 흑자로 조작해 30억원을 받아냈다.

이렇게 받은 돈 가운데 일부는 시공사에 대금으로 지급했다가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김 대표의 ‘쌈짓돈’이 됐다.

2014년에는 중소기업청 등에서 “정부 과제를 수행하겠다”는 명목으로 5억원을 챙긴 뒤 이를 회사 자재대금으로 납입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 자금을 곶감 빼먹듯 한 김 대표가 2015년 9월 열린 제16회 중소기업 기술혁신대전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는 점이다.

이 행사는 300여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는 대한민국 중소기업 기술 관련 최대 종합전시회다.

전기 동력장치와 리튬 배터리를 개발하는 ㄱ사는 전동카트를 생산해 유명업체에 납품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기술혁신대전 개막식에는 황교안 국무총리, 쩐 반 뚱 베트남 과학기술부 차관, 왕리샤 중국 산시성 부성장 등 국내외 정부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이뿐만 아니라 김 대표는 정부 과제 수행 과정에서 사례비 명목으로 국립대 교수 ㄴ씨에게 40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김 대표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ㄴ씨 역시 검찰의 구속 수사를 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김 대표는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산학협력 시스템의 맹점을 적극 비리에 활용했다. 그럼에도 지난 7월 교육부 등이 주최한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성과 포럼’에서 ㄱ사와 해당 국립대의 관계는 신규채용 인원이 늘었다는 이유로 일자리 창출 우수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정부는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할 때까지 김 대표가 여러 기관을 농락해 나랏돈을 빼돌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면서 “김 대표가 국무총리상을 받은 지 채 1년도 안돼 법정에 서게 된 데 대해 대출 심사와 수상 과정에 관여한 공무원들을 상대로 진상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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