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빈민가 신문팔이에서 1조6600억원짜리 기업 일군 30대 CEO

송민섭 2016. 8. 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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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바리시 미트라의 삶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와 몹시 닮았다. 출처=암바리시 미트라, BBC방송

열네살 그는 학교수업을 밥 먹듯이 빼먹던 문제아였다. 1년 뒤엔 인도 뉴델리 슬럼가에서 신문과 차를 파는 가출소년이었다. 열일곱살 때 정보기술(IT) 업체를 경영한 적도 있지만 2000년대 대부분은 하는 일마다 번번이 실패하고 여러 직업을 전전해야만 했던 반백수로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가치만 15억달러(약 1조6627억원)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 최고경영자(CEO)이다. 그의 삶은 빈민가 소년이 퀴즈쇼에서 우승해 백만장자가 된다는 내용의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닮았다.

영화같은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영상인식과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해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블리파(Blippar)의 설립자 암바리시 미트라(37)다. 블리파는 눈 앞에 있는 물건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스캔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해당·관련 상품 정보를 제공해주는 앱이다. 노트북을 스캔하면 ‘랩탑’과 데스크톱, 태블릿PC, 터치패드, 안드로이드 OS 등의 항목이 나타나고 특정 항목을 클릭하면 위키피디아나 언론에 기술된 관련 정보를 표시해준다. 


블리파는 2011년 설립 5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트업이 됐다. 블리파를 다운받은 사람은 7월말 현재 170개국 6500만명. 말레이시아 정부(5400만달러)를 비롯해 9900만달러(약 197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코카콜라와 네슬레, 유니레버 등 세계적 제조사들과 업무협약을 맺고 있다. CNBC와 블룸버그,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이 선정하는 ‘세계 주요 혁신기업’에서 수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미트라 블리파 CEO는 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삶을 "온갖 모험의 연속"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인도 동부 자르칸트주 탄광마을 단바드에서 자랐다. 자신은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싶은 데 아버지가 기능공이 되라고 해 자주 결석을 했다고 한다. 그는 열네살 때 가족에게 "뭄바이로 간다"는 편지를 남기고 ‘기회의 땅’ 뉴델리로 갔다. 뉴델리 서남부의 슬럼가의 화장실도 없는 좁은 방에서 6명과 함께 잠을 자며 낮엔 신문과 잡지를 팔고 밤엔 차를 팔며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생활을 했다.

인도 뉴델리 슬럼가에 살던 시절의 암바리시 미트라(중앙) 소셜앱 '블리파' 공동설립자. 출처=BBC
첫 번째 기회는 열여섯살 때 찾아왔다. 신문에서 우연히 읽은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에 ‘중하류층 인도 여성을 위한 무료 인터넷 제공 사업’을 냈는데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어린 암바리시는 상금 1만달러(약 1100만원)로 여성 생활정보 포털사이트 ‘위민인포라인(WomenInfoline)’을 개설했다. 방문자수가 늘면 광고비가 들어올테고 이를 통해 인터넷망 개설과 또다른 수익사업을 펼친다는 구상이었다. 한때 직원을 125명까지 늘렸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별다른 수익이 없어 2000년 대표직을 사임했다.
그의 생애 첫 사업아이템인 여성 전용 포털사이트는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출처=BBC방송

그는 위민인포라인을 팔고 남은 돈으로 영국으로 건너갔다. 영국 보험정보 제공 사이트 ‘스위프트커버’나 모바일 소셜네트워크 ‘스턱’ 등 여러 IT 스타트업을 시작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미트라 CEO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내가 벌인 모든 일은 재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체로 창업 아이디어는 괜찮은 편이었지만 아이템을 수익으로 연결하진 못했다"며 "2010년 즈음엔 사업 파트너였던 한 보험사로부터 일감을 받기도 했는데 1주일 통틀어 6시간만 일했던 거의 반백수였다"고 말했다.

잇단 실패에 따른 좌절과 분노를 술잔에 채워 잊어버리던 2011년 어느날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런던 한 술집에서 보험사 근무 시절 친하게 지냈던 오마르 타예프와 술을 마시다가 "엘리자베스 여왕이 이 20파운드짜리 지폐에서 빠져나온다면 어떨까"라고 농담을 했는데 타예프가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왕과 미트라, 술집 다른 손님들 얼굴을 겹쳐보이게 하는 기술을 구현한 것이다.

미트라 블리파 대표(왼쪽)와 함께 2011년 AR 기술을 활용한 상품 정보 제공 모바일 앱을 개발한 오마르 타예프. 출처=BBC방송

미트라는 "다음날 동 틀 즈음 우리는 ‘세상의 모든 것을 인식하는 앱을 만들어 이용자들에게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IT 전문가 크리스 그린은 BBC에 "블리파의 급성장 요인 중 하나는 전문가 수준의 사양이나 보조장비 없이 스마트폰만 갖고도 간단하게 특정 상품을 체험하고 빠르게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앱 구현방식이 매우 친숙하고 문화장벽이 없다는 점도 블리파의 인기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미트라 대표의 다음 목표 중 하나는 블리파에 오디오 기능을 추가해 사람들에게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들에게도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최근 뉴델리를 다녀왔다는 미트라 대표는 "10대 시절 뉴델리에 있을 때는 ‘여기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일이든 닥치는대로 하겠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온갖 역경과 모험이 가득했던 그 시절 그 경험으로 지금 매우 들떠 있고, 여전히 살아있다는 사실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내 인생은 모험의 연속이었다"고 말하는 미트라 CEO(오른쪽). 출처=BBC방송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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