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인맥', 김영란법 비웃는다?

강준구 기자 입력 2016. 8. 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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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리 잡은 불법 뇌물·로비 관행이 철퇴를 맞게 됐다. 반면 자본과 권력의 정략결혼 등 출생 단계에서부터 만들어진 ‘금수저 인맥’이나 학연·지연을 고리로 한 ‘그들만의 리그’는 더욱 공고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힘없고 끈 없는’ 이들의 로비 창구가 막힌 만큼 공무원의 직무 기강을 바로잡고, 로비 양성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사회적 파문을 낳은 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NXC 대표는 30년 우정을 자랑한다. 고등학교 때 만나 서울대에 함께 입학한 뒤 사회적 성공을 거둘 때까지 관계를 유지했다. 이들은 단순히 검사·기업인 간 스폰서 관계가 아닌 인맥·학맥 같은 ‘사회적 자본’으로 맺어진 관계다. 일반인이 ‘3만원 이상 식사, 5만원 이상 선물’을 매개로 만들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금수저 인맥이 더욱 각광받게 될 전망이다. 사립초등학교, 명문 중·고교, 명문대, 해외 유학 등 사회 상위 1%가 공유해온 문화는 ‘밥 한끼’를 금지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이명박정부의 고려대 인맥, 박근혜정부의 위스콘신 유학파, 법조계를 주름잡은 외국어고 인맥 등 정권마다 사회 각 분야에서 중용된 이들이 대표적이다.

국회 전 법사위 의원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 검사장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타고난 인맥’의 비위는 적발하기 매우 어렵다”며 “이런 사회적 자본을 갖기 위한 교육열 등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비롯해 의회·행정·사법·경제 권력을 전담하는 수사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또 일반인의 대관(對官)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게 된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중소 건설사 임원은 통화에서 “귀찮아서 인허가 등 일을 해주지 않거나 보신에만 눈이 먼 공무원을 ‘달랠’ 방법이 없어진 게 사실”이라며 “입법 취지엔 동감하지만 다른 대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행태를 바로잡는 한편 합법적인 접근 통로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민주주의회복 태스크포스(TF) 박범계 의원은 “양성화할 수 있는 접촉조차 아예 못하도록 사회 자체가 바뀌는 것은 다소 문제가 있다”며 “일단 시행해 사회 전반의 교류, 접촉, 거래 문화가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본 뒤 대안을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식 로비 제도 도입 주장도 나온다. 미국 시민단체 책임정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로비 시장 규모만 32억 달러, 등록된 로비스트만 1만1000명이 넘는다. 외국에도 로비를 개방해 작년 상반기에만 553개의 외국 기관·개인을 대리해 로비스트 353명이 활동했다. 박 의원은 “미국은 사회 전체가 투명하고 뇌물이 안 통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막 전환점을 마련한 시점”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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