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선일보 외부세력 지목된 염씨 "난 성주서 15년째 살아..대부분 나를 안다"

정용인 기자 2016. 7. 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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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염모씨(44·여)는 지난 17일 조선일보·뉴데일리 등 매체의 보도에서 “북핵 옹호 취지 발언”을 했다며 지목된 사람이다. 조선일보는 보도에서 동영상을 통해 공개된 이 여성의 발언 중 “북핵은요, 저희하고 남쪽하고 싸우기 위한 핵무기가 아닙니다”라는 대목을 지목해 “남쪽이 남한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저희’라고 지칭한 것은 도대체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라는 주어없는 언급을 통해 색깔론을 폈다. 조선일보 해당 기사를 보면 #성주 외부인 개입 #통진당 재건 세력 #전문 시위꾼 침투 # 사드 괴담 유포자 등의 태그를 달아 사실상 염씨를 ‘통진당’, ‘외부인’, ‘전문 시위꾼’, ‘사드괴담 유포자’의 핵심인물로 지목했다.

조선일보 등은 사진 속 등장하는 모자를 쓴 여성의 북핵 관련 발언을 두고 북한 옹호발언이라고 주장하며 외부세력의 개입을 의심했다. 사진 속 주인공인 염모씨(44)는 <주간경향>과 단독 인터뷰에서 “북핵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며 외부세력이 아니라 성주에서 생업에 종사하는 개인”이라고 밝혔다. /한국유통신문 동영상 캡처

<주간경향>은 19일 밤부터 20일까지 염씨를 접촉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상보는 7월 24일 발매되는 주간경향 1187호에서 볼 수 있다.

- 15일 경북성주군민 집회 발언과 관련해 검찰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알고 있다. 뭔가 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주변 사람들과 기자회견을 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 “북핵은요, 저희하고, 남쪽하고 싸우기 위한 핵무기가 아니다”는 발언을 일부 언론이 문제삼았다. 언급에서 ‘저희’가 북한이 아니냐는 것인데.

“당연히 북한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 관련 보도나 거기에 달린 댓글을 봤는가

“제가 본 것은 조선닷컴 기사밖에 없다. 검색은 일부러 안했다. 저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기사를 읽은 소감은 어떤가.

“담담하다.”

- 당사자 확인은 거치지 않고 네티즌의 반응을 전하는 식의 기사다. “법적 대응을 할 생각을 하고 있다.”

- 일베 등 혐오사이트에서 신상털이가 일어나고 있다. 고향이 전라도라며 까보전(까고 보니 전라도의 줄임말)이라고 혐오 선동글이 올라오고 있는데.

“광주에 살았던 것은 맞다. 성주가 고향인 남편을 따라와 성주에 산지는 15년이다. 그런 댓글에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 학생운동을 했었나

“부모님이 농사를 지어서 따로 공부를 안해도 세상 현실을 다 알게 된다. 사회가 이렇구나, 잘못되었구나 하는 것을 제가 학교를 다니던 1990년대에는 5.18진상규명이 안되었을 때다. 학생회에 가입을 하진 않았지만 잘못된 것에 반대해서 나선 것을 학생운동이라고 한다면 학생운동을 했다. 정치성향이나 사회성향이 굳이 진보라면 진보라고 할 수 있다.”

- 민중연합당이나 과거 통합진보당 활동을 하셨나

“민주노동당에서 통합진보당까지 당원으로 활동하다, 통합진보당이 해산하고 무당으로 있다가 녹색당에 들어갔다. 현재는 녹색당 당적이다.”

- 정당활동을 하셨다는 것이 이른바 ‘외부세력’ 논란의 근거가 될 수는 있을 듯하다. 즉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이나 목적에 이번 성주 사드배치 사태를 이용한다는 시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용을 한다라....(한숨) 이 말을 하고 싶다. 지금 성주는 정치적 목적으로 누군가 이용하기 참 좋은 때다. 새누리 아성이 무너졌다. 그런데 그런 목적을 가지고 한들, 그게 왜 (외부세력이) 나선 건가. 그런 목적이 있으면 안되는 건가. 외부세력이 그런 목적으로 들어온 경우도 지금 없지만, 지금 성주사람들은 성주 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하고, 군수 개인의 잘못된 판단에서 외부세력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그걸 덥썩 물어서 써먹는 언론이 문제이고 그런 식으로 외부와 내부를 갈라놓은 것은 치졸하고 치사한 것이다. 제가 당원으로 있는 녹색당의 경우 이쪽에서 당원 수는 스무 명도 안된다. 올해 당원 모집을 했지만 활동 모임 자체가 쉽지 않다. 어떻게 조직할 여력도 없는데 터무니없는 이야기다. 여기서 당을 목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면 바로 눈치를 챌 것이다. 당을 강조하면 아이고, 이 당 좋다고 환호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 ‘극렬 선동녀’니, 별 달린 모자를 쓴 것을 두고 ‘성주의 붉은 별’ 식으로 딱지를 붙인 글 들이 보인다.

“나는 신문에 나온 사진을 보고 그 모자에 별 달린 것을 알았다. 우리 교육수준은 이렇게 높아졌는데 의식수준은 왜 이렇게…”

- 보도를 보면 자유발언에 대해 ‘북한 옹호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쏟아져 나왔다고 되어 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반발하면서 끝났다고 되어 있는데, 그 발언을 한 사람이 재향군인회 회장인 것으로 아는데 제 다음으로 발언하다 마이크를 뺏기고 쫓겨났다. 그날 제가 북핵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황교안 총리의 발표에 북핵 때문에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북핵에 대해 몰라 북핵에 대해 인터파크에 들어가 북핵 문제를 다룬 책들을 검색해봤다. 황교안 총리 발언의 관점에서는 북핵을 무기로 봤는데, 나는 대미협상용으로 봤다. 다른 관점에서 말했을 뿐이다. 그게 찬양고무이고 북한 옹호인가. 나는 그날 발언에서 분명 핵무기가 너무 무섭다, 나는 평화통일을 원하지 무력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애가 넷이다. 우리 애들이 겁내하는 것이 전쟁 날까봐 하는 것이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것인데 그 핵을 옹호해서 써먹자고? 분단 아래에서는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한다.”

- 보도 나온 뒤 위축되지 않았나. 어제(17일) 통화했을 때도 성주 군민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중이었는데

“워낙에 제가 잘하는 것도 없지만, 끼여들 여지도 없다. 한 사람의 성주 군민으로 참여하고 있다. 누군가가 배후가 될 필요도 없고, 조직할 필요도 없는 군민들 만의 100% 자발성으로 매일 집회가 이뤄지고 있다. 저도 그렇고 주위 사람도 스스로들 깜짝 놀라고 있다. 배후가 있다면 그렇게 자발적으로 나오는 사람들이다.”

- 아이가 넷이라고 했는데 보도에 대해 아이들은 어떤 반응인가

“막내 딸이 태권도를 다니는데 태권도 관장님이 ‘부모님들이 사드반대운동을 열심히 하는 일은 훌륭하고 정말 대단하다’라고 칭찬하는 말을 듣고, 정말 대단한 줄 알고 유튜브를 찾아봤다가 영상에 달린 댓글들을 읽었다. 놀래서 울었다. 집에 갔더니 ‘엄마 나 그것 봤어’라면서 울었다. 달래줬다. ‘엄마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신경을 쓸 필요 없다. 네가 아는 엄마를 믿어라’하면서.”

- 외부세력으로 지목당했는데 저녁 촛불시위에 나오는 성주 군민들은 그 동영상 속의 여성이 외부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다 아나.

“거의 안다. 성주가 의외로 좁은 동네다. 대부분 그런 보도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받으러 나오라면 할 생각인가.

“생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자기들이 와야 하지 않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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