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총리 성주 방문..욕설·물병·달걀 세례, 6시간 넘게 갇혀

2016. 7. 1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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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사드 배치 불가피성을 설명하기 위해 15일 경북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로 고립됐다가 6시간 30분 만에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황교안 국무총리가 경북 성주를 방문했다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로부터 고함과 욕설을 듣고, 6시간 넘게 갇혔다.

15일 경북 성주군청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주민설명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며 인구 4만 5000명의 소도시는 벌집을 쑤셔 놓은듯 어수선했다.

성난 군민은 황 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를 둘러싸고 6시간 넘게 격렬한 대치전을 벌였다.

설명회는 처음엔 비교적 질서 정연했다.

오전 10시 군청 앞 주차장에는 ‘사드 결사반대’ 등을 적은 붉은색 머리띠를 한 학생과 주민 등이 모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참가자는 늘었고, 행사를 시작한 오전 11시쯤 주민 3000여명(경찰 추산)이 군청 주차장, 주변 도로 등을 꽉 메웠다.

사드배치에 항의해 등교를 거부하거나 조퇴·결과(缺課) 등을 한 학생도 800여명에 이른다.

참가 주민은 ‘사드 목숨으로 막자’, ‘우리도 국민이다’, ‘얘들아 미안해. 그래도 엄마 아빠가 끝까지 지켜줄께’ 등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었다.

주차장 주변 도로 곳곳에는 ‘성주 무시하는 사드배치 결사반대’, ‘사드배치 최적지란 없다’는 등이 적힌 대형 현수막 수십개가 걸려 있었다.

군청 주차장을 채운 이들은 함께 “사드배치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거나 연설을 들으며 박수를 보냈다.

본 설명회에 앞서 도의원 2명과 군의원 5명이 삭발하며 사드 배치 반대 의지를 보였다.

경찰은 성주군청, 도로 등 마을 곳곳에 14개 중대 경력 1200명을 투입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황 총리, 한민구 국방부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완영(경북 고령·성주·칠곡) 국회의원 등이 도착했을 때부터였다.

예정 시간을 조금 넘겨 이들이 군청 정문 앞 계단에 들어서자 바로 날계란 2개와 물병 등이 날아들었다.

황 총리는 셔츠와 양복 상·하의에 계란 분비물이 묻은 상태로 주민에게 “사드배치를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며 “정부는 주민이 아무런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 국방부장관 역시 “사드 전파가 주민 건강에 전혀 유해하지 않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민심은 거셌다.

주민은 설명회 도중 수차례 욕설과 고성을 쏟아내며 정부 관계자들 쪽으로 물병 수십 개, 계란, 소금 등을 던졌다.

상당수 군민이 “학생들이 보고 있다”며 자제하자고 외쳐 잦아들기도 했으나 물병 던지기는 계속 이어졌다.

일부 주민은 정부 관계자에게 뛰어들려다가 경호 인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결국 상황이 악화하자 황 총리 일행은 군청사 안으로 급히 들어갔다.

주민 설명회는 이때부터 파행이었다.

오전 11시 40분쯤 군청과 붙어있는 군의회 건물 출입문으로 빠져나온 황 총리 일행은 청사 북쪽에 있던 미니버스에 올라탔으나 바로 주민에 둘러싸였다.

총리 일행이 탄 미니버스 천장은 주민들이 던진 날계란으로 더럽혀졌다.

약 500명의 주민은 버스 주변을 둘러싸고 출입을 봉쇄했다.

경찰도 버스 주변에 진을 쳤고 주민들은 버스 주변을 둘러싸고 출입을 봉쇄했다.

이때부터 더운 날씨 속에 몸싸움과 말싸움, 소강상태의 반복이었다.

오후 1시 30분쯤 일부 주민은 주차장 출구를 트랙터 2대로 막았다.

버스에 탄 황 총리를 비롯해 정부 관계자, 경찰, 주민 모두 점심을 거른 상태였다.

간간이 김항곤 성주군수가 나서서 자제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으나 성난 민심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약간의 몸싸움과 소강상태가 이어지던 중 오후 2시 50분쯤 현장에 나와 지휘하던 조희현 경북경찰청장은 날아온 물병에 맞아 왼쪽 눈썹 윗부위가 5㎝ 가량 찢어졌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극렬한 대치는 없었다.

일부 다툼이 있기도 했지만 대다수 주민은 “폭력을 쓰지 말자”라거나 “의경은 적이 아니다”며 자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주민 사이에선 “한국에는 안 된다”란 의견과 “한국에는 필요하지만 성주에는 안 된다”란 의견이 나뉘기도 했다.

좀처럼 사태가 진정하지 않자 오후 4시 15분쯤 주민 대표 5명은 미니버스 안에서 황 총리 등을 만나 40분간 면담을 했으나 뾰족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처럼 밀고 당기는 대치전이 계속 이어지자 황 총리는 오후 5시 38분쯤 수행원 등을 대동해 미니버스에서 빠져나와 군청 뒤편으로 나갔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에서 분말이 뿜어져 나왔고 쫓고 쫓기는 추격전에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그는 준비해 놓은 승용차로 옮겨 탔으나 이를 발견한 주민에 막혔다.

경찰의 경호 도움을 받은 그는 다른 승용차를 옮겨탄 뒤 오후 6시 10분쯤 성주읍을 떠나 성산포대로 이동해 헬기 편으로 서울로 돌아갔다.

6시간 넘는 대치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주민은 총리가 떠난 뒤 대다수 집으로 돌아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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