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 원 도입한 독일, 일자리 안 줄었다"

김시연 2016. 7. 1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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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티야 키핑 독일 좌파당 대표 "기본소득-최저임금은 잘 어울리는 한 쌍"

[오마이뉴스김시연 기자]

 카티야 키핑 독일 좌파당 공동대표(왼쪽)과 구교현 노동당 대표가 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본소득 도입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은 굉장히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지난 7일 개막한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서울 행사 참석차 한국에 온 카티야 키핑(39) 독일 좌파당 공동대표는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에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알바노조 사진을 올렸다.

독일 기본소득 운동 개척자인 키핑 대표는 11일 "뿌리가 같은 기본소득과 최저임금 운동은 반드시 결합해야 한다"면서 "(트위터로) 최저임금을 도입해 놓고 기본소득은 나 몰라라 하는 (독일의) 일부 좌파 진영에 메시지를 던져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너도나도 기본소득? 재산-가족-대가 '묻고 따지지도 않아야'

키핑 대표는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구교현 노동당 대표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엔 두 사람 뒤에는 '독일이든 한국이든, 세계는 지금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현수막이 붙었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적인 생계 유지에 필요한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지난 6월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부결됐지만 이제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노동당 같은 좌파 정당뿐 아니라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 같은 보수 정당조차 '기본소득 도입'을 언급할 정도다.

하지만 좌파정당에서 요구해온 기본소득은 이들과 결이 다르다. 15년 전부터 기본소득 운동을 벌여온 키핑 대표는 "뭐든 유명해지면 상표권을 도용하려는 사람이 나온다"면서 "기본소득이라고 하면서 많은 억압적인 내용이 숨어있는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기본 소득의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기본 소득은 첫째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가족 부양 같은 문제가 슬쩍 들어와선 안 된다. 둘째, 어떠한 자산 실사도 없어야 한다. 셋째, 어떤 대가도 없어야 한다. 넷째, 가장 중요한 건 최소한 빈곤선 이상이어서 빈곤 퇴치 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사회정치적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키핑 대표는 "지난 20년간 모든 나라에서 소득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면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면 소득 최하위층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중산층까지 포함해 소득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키핑 대표는 "소득에 개인적 격차가 있을 수 있고 소득이 모두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과연 그게 생산적 격차인지 늘 의심해야 한다"면서 "아이 3명을 데리고 간호사로 일하는 여성과 기업 매니저 임금이 약 400배 차이가 나는데, 매니저가 400배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따졌다.

최저임금 1만 원 처음 도입한 독일 "일자리 안 줄었다"

공교롭게 독일은 지난해 처음 최저임금을 도입했는데, 그 액수(시간당 8.5유로: 약 1만600원)가 지금 한국 노동계에서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 원과 비슷하다.

키핑 대표는 "물론 지금 최저임금은 신자유주의적 보수정당 대연정에서 도입돼 적용 예외 조항이 많지만 그럼에도 빈곤 억제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최저임금 도입으로 일자리 축소를 염려했지만 일자리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 독일은 최저임금 도입 이후 임금이 크게 올랐지만 소비 증가로 이어지며 오히려 고용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키핑 대표는 "좌파당이 20년 전 최저임금을 도입하려고 싸울 때 보수 정당뿐 아니라 일부 노조까지 반대했는데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라면서 "처음에 내가 기본소득을 말했을 때 어처구니 없어 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찬성으로 돌아서고 있다"고 밝혔다.

 기본소득 운동가인 카티야 키핑 독일 좌파당 공동대표가 지난 9일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캠페인을 진행하는 한국 알바노조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 카티야 키핑
"브렉시트는 큰 악과 작은 악 선택 강요, 민주-사회적 유럽연합 만들어야" 

독일 좌파당은 지난 2013년 연방하원 총선에서 64석을 차지한 원내 3당이자 기민-사민-기사당 연합정부에 맞선 제1야당이다. 키핑 대표는 2005년 이후 3차례 연속 연방의원으로 당선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이 유럽위원회, 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힘센 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민주적이고 사회적인 유럽연합으로 만드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키핑 대표는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유럽연합은 긴축 정책에 입각한 사회복지 축소, 반민주적 제도, 로비가 횡행하는 사회지만 내가 생각하는 유럽은 민족적 경계를 넘어 모든 유럽인에게 사회보장을 제공, 빈곤선 이상의 삶을 제공하는 곳"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키핑 대표는 "EU 잔류파는 신자유주의자들이고 탈퇴파에는 우파, 극우 포퓰리즘이 주도했고 인종주의에 가까운 사람도 섞여 있어 좌파적 관점에서 브렉시트는 큰 악과 작은 악 사이에서 선택의 강요였다"면서 "우린 브렉시트를 축하할 순 없고, 신자유주의 EU에 잔류하는 것도 축하할 순 없다, 아래로부터 민주적, 사회적 유럽을 만드는 게 좌파의 투쟁"이라고 밝혔다.

기본소득 역시 유럽을 이처럼 민주적으로 바꾸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기본소득이 도입될 경우 자칫 자본가가 임금을 동결하거나 깎는 명분을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키핑 대표는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노동자들이 더 많은 협상력을 갖고 노조의 투쟁력도 강화되기 때문에 오히려 임금이 상승할 것"이라면서 오히려 "최저 임금을 높여, 기본소득으로 지급된 조세가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려는 기업에 흘러들어가는 걸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도입 성공으로, 기본소득도 도입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 최저임금이 노동시간에 대한 임금을 높이는 거라면 기본소득은 노동 외 시간에 소득을 부여하는 거다. 여기에 노동시간 단축까지 덧붙여 '트라이앵글'이 되면 모두에게 가장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아시아 노동자 임금이 낮다면서 최저임금을 못 올리겠다고 하는데, 거꾸로 한국에서도 최저임금이 높아지면, 아시아 쪽도 높은데 이쪽도 높여야 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이게 (전세계 노동자들이) 서로 돕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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