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민주주의 실현의 강력한 수단" 카티야 키핑 독일 좌파당 공동대표

노도현 기자 2016. 7. 1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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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살기 위한 노동서 해방된 시민, 공동체 형성 적극적으로 참여”

카티야 키핑 독일 좌파당 대표가 10일 서울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유럽의 좌파운동과 기본소득’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기본소득은 민주주의 실현의 강력한 수단이다. 아무런 조건 없이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단순히 연명하기 위한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사람들을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독일 좌파당 카티야 키핑 공동대표(38)는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기본소득과 유럽좌파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05년 20대의 나이로 독일 연방의원에 처음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한 젊은 정치인이다. 2004년 ‘기본소득독일네트워크’를 출범시킨 대표적인 사회운동가 출신이기도 한 키팅 대표는 기본소득 국제연대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노동당의 요청에 따라 연사로 참석했다.

최근 일자리 감소와 빈부격차 심화 등 사회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국 사회에서도 기본소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노동 여부에 관계 없이 사회 구성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소득을 뜻한다. 지난달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 결과 77%의 반대로 기본소득 도입이 부결됐다. 하지만 투표는 전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논의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일례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강대에서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총회가 열리기도 했다.

키핑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 “기본소득은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보장한다”면서 2014년 발표된 ‘유럽의 민주주의와 연대성과 평등을 위한 시민선언’을 소개했다. 유럽 시민들이 3년간에 걸친 작업을 통해 완성한 이 선언은 유럽 전역에 기본소득을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키핑 대표는 “기본소득은 사회적인 유럽연합 시민권의 표현이며, 억압적인 자선시스템을 폐지하는 일종의 민주주의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독일 좌파당은 총 630석의 연방의회에서 64석을 차지하고 있는 원내 3당이다. 기독교민주당·사회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정부 체제에서 제1야당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 좌파당을 비롯해 유럽의 다수 정당들은 좌파운동을 공개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유럽연합(EU)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제시하고 있다.

키핑 대표는 기본소득이 핀란드·체코·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여러 국가의 좌파정당에서 핵심 의제로 논의되고 있는 데 대해 “별로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물질적으로 보장하고 경제적으로 압박받지 않도록 한다. 공동체 형성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키핑 대표는 생태 문제 해법으로서 기본소득이 갖는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환경 파괴와 오염을 중단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생산양식과 소비양식을 전제로 한다. 이윤 중심의 생산·투자 논리는 생태위기를 심화시킬 수밖에 없다”면서 “모든 사람을 이런 변화 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게 만들려면 기본소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생존에 억눌리는 상황에서는 생태적 전환에 참여하는 것을 어쩔 수 없이 사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좌파적인 성장 관점에서 기본소득은 결코 뺄 수 없는 전환 프로젝트”라며 “기본소득 운동과 탈성장 운동은 민주주의, 사회적 안전, 노동시간 단축, 연대경제의 중요성을 매개로 만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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