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양어선 비인격적 대우가 또 선상살인 불러

입력 2016. 7. 1. 18:26 수정 2016. 7. 1.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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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실질심사 받으러 가는 광현호 베트남 선원
광현 803호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망망대해에서 오랜 기간 조업하는 원양어선의 열악한 환경과 비인격적인 대우 등이 또 선상 참사를 불렀다.

지난달 19일 인도양 세이셸군도 북쪽 640마일 해상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현 803호(138t)'에서 베트남 선원 B (32)씨, V (32)씨가 선장과 기관장을 흉기로 잔인하게 살해했다.

B 씨 등은 평소 일이 서툴고 작업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선장과 기관장으로부터 잦은 욕설을 듣고 구박을 당한 데 앙심을 품어 술을 마신 뒤 조타실과 침실을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해경은 1일 밝혔다.

원양업계에서는 1996년 8월 사모아섬 부근 해상에서 발생한 참치잡이 원양어선 '페스카마 15호(254t)' 사건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선상에서는 여전히 욕설 등 외국인 선원에 대한 상급 선원들의 비인격적인 대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스카마호 사건은 열악한 작업조건과 강제 하선에 반발한 중국 교포 선원 6명이 한국인 선원 7명을 포함한 선원 11명을 무참하게 살해해 시신 일부는 바다에 버리고 외국인 선원 4명을 냉동창고에 가둬 동사시킨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정부는 사고 재발을 막으려고 외국인 선원 복지 수준과 교육 강화, 고정급 외에 성과급 지급 등의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원양어선의 열악한 환경은 여전하다.

험하고 힘이 드는 원양어선 조업과정에서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안전사고 위험이 커 욕설과 폭언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선장 등 상급 선원들은 외국인 선원과 의사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상태에서 조업실적에 쫓겨 급하면 욕설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외국인 선원들이 우리나라 말은 몰라도 욕은 잘 안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다.

원양어선 내에 즐비한 어구들은 언제든 흉기로 돌변할 수 있어 사소한 말다툼이나 폭언, 욕설은 자칫 선상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지난 3년 6개월간 외국인 선원에 의해 발생한 선상 범죄는 67건에 달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상해와 폭행이 21건으로 가장 많았고, 살인(11건), 기타(10건), 치상(4건) 순이었다. 사상자는 사망 11명을 포함해 57명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아프리카 기니국 연안에서 조업 중인 부산 선적 원양트롤어선 A 호(491t) 식당에서 말다툼이 원인이 돼 인도네시아 선원 Y(33)씨가 기관장 이모(51)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일도 있었다.

우리 원양어업은 20∼30년 전 한국 선원이 일본 원양어선을 타면서 배운 것이 기본이 됐다.

당시 일본 원양어선에 탄 한국 선원들은 힘들게 일하며 일본인 선장 등으로부터 욕설과 함께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성장한 우리 원양어업은 이제 국내 선원들이 승선을 기피하면서 외국인 선원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

부산의 한 원양선사 관계자는 "고립된 공간인 원양어선 내에서 상급 선원과 하급 선원과의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그것을 제때 풀지 못하면 선상살인과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win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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