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뜻 헤아리는 최저임금 '공익 위원'?

김연희 기자 2016. 6. 2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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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원회가 6월부터 2017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지난해 정한 2016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6030원, 월 126만270원이었다. 결정 시한은 6월29일까지이지만 격차를 좁히지 못해 최종 기일을 넘겼던 예년에 비춰보면 2017년 최저임금은 7월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최저임금이나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는 342만명으로 추산되며 전체 임금노동자 중 18.2%에 이른다.

최저임금은 1988년 최저임금법이 시행되면서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적용되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위원회)가 정한다. 위원회는 노동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 위원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매년 3월31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면 4월부터 활동에 들어가 6월 한 달간 전원회의를 거쳐 다음해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내놓는다.

최저임금위원회가 ‘회의’를 통해서 최저임금을 정한다는 건 반만 맞는 말이다. 노·사가 각자 요구하는 안을 두고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하고, 막판에 공익 위원이 제시한 금액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위쪽 표 참조).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최근 10년 사이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2007년 최저임금부터 2016년 최저임금까지 열 번 중 일곱 번이 공익 위원 제시안으로 결정됐다. 지난해 결정된 2016년 최저임금도 마찬가지였다. 최초 제시안으로 각각 1만원과 5580원(동결)을 주장했던 노·사는 3차 수정안으로 8100원과 5715원을 제시했으나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결국 최종 기일을 넘긴 지난해 7월7일, 11차 전원회의에서 공익 위원들은 5940~6120원 사이로 심의 구간을 설정했다. 노동자 위원들은 이 구간이 지나치게 낮다며 전원 퇴장했다. 공익 위원과 사용자 위원만 표결에 참여해 6030원이 2016년 최저임금으로 통과됐다. 이런 모습은 처음이 아니다. 최저임금법이 시행된 1988년 첫해부터 노동자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표결이 진행되었다. 노동자·사용자·공익 위원 전원 합의로 최저임금안이 통과된 경우는 지금까지 일곱 번 있었다.

형식은 표결 처리지만 내용은 대개 정부의 정책 방향을 반영한 공익 위원들 의견에 따르는데, 문제는 ‘공익 위원 제시안’ 자체도 객관적인 산출 근거가 약하다는 점이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4가지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적용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법 조항으로 그칠 뿐이다. 공익 위원들이 앞서 노·사 위원이 내놓은 요구안을 반영해야 할 의무도 없다.

ⓒ연합뉴스 : 6월16일 박준성 위원장이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공익 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을 받아 대통령이 위촉한다. 인사구조상 행정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비판은 학계에서도 나온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발표한 ‘최저임금제도의 과제와 개선 방향’이라는 글에서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의결의 실질적 결정 권한을 공익 위원이 가지고 있다. 노·사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 행정부가 선정한 위원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다. 그 결과 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익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 노동자 측 위원은 '노·사가 다투다가 마지막에 공익 위원들이 조정 구간을 제시한다. 결국 정부의 의중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라고 말했다.

사용자 위원으로 최저임금위원회에 참여한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를 노동계 탓으로 돌렸다. 김 이사장은 '노동계에서 비상식적인 논리를 펴니까 격차가 좁혀지지 않는다. 그러니 늘 공이 공익 위원들에게 넘어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익 위원으로 5년째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는 '공익 위원은 최저임금에 관심 있는 국민들의 얘기를 모두 듣는다. 그 과정에 정부도 있고 최저임금 1만원을 주장하는 노동계도 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6월16일 알바노조 회원들이 ‘최저임금 1만원을 위한 알바들의 1만 시간 단식’에 돌입했다.

노·사 간사의 모두발언까지 숨기는 ‘비밀주의’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 논의 과정 자체가 상세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는 올해부터 회의록을 보다 자세히 작성하고 사무국이 회의록을 검토한 뒤 의결이 끝나는 즉시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즉시 공개는 이뤄졌지만 요약된 형태로 내용이 빈약한 회의록만 공개할 뿐이다.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남신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실상 닫혀 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의사결정 구조가 불투명하기에 청와대나 여당같이 위원회 외부에 있는 손이 개입하기도 쉬워진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홈플러스 노조와 청년유니온에서 위원회에 참여해 여성·청년·비정규직 등 최저임금 당사자 대표성이 강화됐다지만 폐쇄적인 구조가 유지되는 한 어떤 근거로, 무슨 논의가 오간 끝에 최저임금이 결정됐는지 대다수 노동자들은 여전히 알기 어렵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익 위원과 사용자 위원은 투명성 강화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6월9일 3차 회의에서 박준성 위원장은 노·사 간사의 모두발언까지 비공개를 고집했다. 한 노동자 위원은 '덕담 수준인 모두발언까지 숨기려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6월16일 4차 전원회의에서 노·사 위원이 최초 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 등을 놓고 다투다가 회의가 끝나버렸다. 노동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은 각각 시급 기준 1만원과 6030원(동결)을 제시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에도 노동계는 1만원을, 사용자 위원은 동결을 최초 제안한 바 있다.

김연희 기자 /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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