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빠짐' 의혹 경찰 새 제복..알고보니 경찰 인기투표 '꼴찌' 디자인
[경향신문] ‘물빠짐’ 발생 현상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새 경찰관 근무복이 일선 경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선호도 품평 조사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음에도 선정된 것으로 드러났다. 새 근무복을 선호한 경찰관은 전체 조사 응답 경찰관 중 10% 가량에 불과했고, 90% 가량이 다른 디자인을 선호했던 사실이 새롭게 확인돼, 경찰의 근무복 지정과 관련해 의문이 식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22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경찰청은 올해 초 지방청별로 전국 순회 품평회를 통해 새 근무복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평회에 제시된 디자인은 A·B·C 등 모두 3가지였다. A·B·C안 모두 정복과 점퍼 등의 색상과 디자인이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외근복의 경우 A·B안이 각각 짙은 남색이나 검정색인 것과 달리 C안만 청록색이었다.
현재 교체된 근무복은 C안이다.
그러나 경찰관들을 대상으로 한 품평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A안 695표, B안 750표을 받았지만, C안은 품평회 결과 196표를 받았다. A·B안이 각각 C안에 비해 3~4배 이상 많은 표를 받았지만, 정작 꼴찌를 한 C안이 1등이 된 것이다.
황 의원에 따르면 현재 하복 근무복 교체는 완료된 상태로 비용은 약 110억 원이 소요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 내에선 일부 경찰관들 사이에서 새 근무복의 ‘물빠짐’ 발생 현상이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논란이 된 바 있다.
(▶관련기사 : [단독]경찰 새 제복 ‘물빠짐’ 논란…사실은?)
경찰청은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경찰관 등을 찾아낸 뒤 비교 실험까지 하면서 “초기에 한두 번 빨 때는 물빠짐 현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이럴 거면 왜 품평회를 실시했는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종 선정된 근무복의 경우 청록색 상의를 염색한 업체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사장으로 있던 코오롱의 계열사라는 점에서 의혹은 커지고 있다.
경찰청 측은 “A·B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 절감 차원 등을 고려해 C안을 선정했다”고 설명하면서, 코오롱 계열사 관련 의혹에 대해선 “원단 계약업체가 자체적으로 코오롱 계열사에 염색·가공을 의뢰해서 진행한 것이라서 경찰청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찰청은 지난 3월말부터 4월말까지 2162명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새 근무복을 시범 착용을 한 결과 73% 가량이 ‘전반적으로 만족한다’고 응답했다고 전했다.
황 의원은 “근무복은 말 그대로 근무 일선에서 착용해야 하는 복장으로 현장 근무자의 의견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그들의 의견이 무시됐다는 점에서 문제다”라며 “현장 불만에 따른 논란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의혹까지 일고 있어 경찰 행정 업무 전반에 걸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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