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기숙형 대학' 본격화에 술렁이는 서울대

2016. 6. 21.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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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거난 숨통 기대 속
특정 단과대 이전 우려 목소리
학교 쪽은 2018년 개교 계획
“동양최대 산학클러스터 구축”
성낙인 총장 강한 의지 드러내

7년 넘게 말만 무성했던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2018년 개교를 목표로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학교 쪽에선 시흥캠퍼스를 ‘국제화의 전진기지’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그리고 있지만 ‘특정 단과대의 시흥 이전’ 등에 대한 우려 속에 학내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 추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대는 이달 중 경기도 시흥시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서울대가 시흥시와 첫 양해각서(MOU)를 맺은 지 7년 만이다. 시흥시가 제공하는 27만3000㎡ 규모 부지를 포함한 66만㎡ 부지에 내외국인 학생이 함께 거주하는 2000명 이상을 수용하는 기숙형 대학을 설립해, 세미나 위주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말하기와 글쓰기, 체육·외국어·의학교육 등 ‘전인형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겠다는 게 학교 쪽 구상이다. 또 국내외 스타트업 창업, 중소기업 기술지원센터와 신에너지·웰빙·헬스케어 등 4차 산업 융합 연구개발센터 등이 들어서게 될 글로벌 융복합 연구단지 조성도 계획에 들어 있다. 이미 지난달 30일 법인 이사회를 열어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 계획안’을 의결한 바 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착공 계획

서울대 기획처는 지난 16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청회를 열어 시흥캠퍼스와 관련된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날 기획처는 “시흥에 국제화를 위한 미래 인프라를 조성해, 서울대 발전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성낙인 서울대 총장도 같은 날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시흥에서라면 동양 최대 규모의 산학협력단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번엔 반드시 시흥캠퍼스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014년엔 유종필 관악구청장과 관악구의회 의원들이 상권 침체 등을 우려해 공개적으로 시흥캠퍼스 추진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서울대가 최근 서울시와 협력해 신림동 고시촌에 ‘반값 원룸’을 마련하고 신림동을 창업 거리로 만들겠다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지역주민들의 반발도 어느 정도 누그러진 상태다.

‘서울대 시흥캠퍼스’ 추진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서울대 학생 사회는 들썩이고 있다. 대규모 기숙사 신축으로 학생 주거난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 속에서도, 연세대 송도캠퍼스의 사례처럼 특정 학년이나 단과대 전체가 시흥캠퍼스 쪽으로 이전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21일 총학생회가 주최한 대토론회에서 발제한 김민석 부총학생회장은 “특정 학년이나 단과대생들을 시흥캠퍼스에 보내지 않는다고 학교가 약속했지만 구체적인 안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 바뀔지 모른다”며 “의결권을 가지는 학생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 자치가 약화될 것이란 불만도 나온다. 서울대의 공공성을 위한 학생모임의 고근형(20·조선해양공학과 2학년)씨는 “비용과 위치 면에서 (새 캠퍼스가) 학생들한테 얼마나 혜택이 돌아갈지 미지수”라며 “현재도 관악캠퍼스 외에 연건·평창·수원 등으로 캠퍼스가 나뉘어 학생들끼리 교류가 활발하지 못한데, 대규모 인원이 또 시흥으로 이전하게 되면 소통이 더 어려워지는 등 학생 자치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지방 출신으로 현재 신림동에서 자취 생활을 하는 사범대생 김아무개(21)씨는 “학교 다니는 내내 주거 문제는 고민할 수밖에 없을 텐데 시흥에서 통학의 어려움 없이 저렴하게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다면 환영”이라고 말했다.

강창우 서울대 기획부처장은 “7월말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숙사 프로그램 및 세부안에 대해 발표할 것”이라며 “학생들의 우려처럼 특정 과나 특정 학년을 보내는 일 역시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23일부터 학생들 의견을 묻는 총조사도 진행해 다음달 7일 최종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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