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허덕이는 지방공항, 부담은 국민이 진다

정민규,조정훈 2016. 6. 2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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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이 뭐기에④] 정치가 만든 지방공항들, 11곳에서 617억 적자

[오마이뉴스 글:정민규, 글:조정훈, 편집:장지혜]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어 비행훈련원으로 쓰이고 있는 울진공항. AFP는 “1억4000만 달러를 들여 짓은 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다”며 울진공항을 2007년 황당뉴스로 선정했다.
ⓒ 부산지방항공청
지난해 전국 11개 지방공항의 적자는 모두 617억 원. <오마이뉴스>가 한국공항공사를 통해 받은 지난 3년간의 지방공항 운영 실적을 보면 14개의 공항 중 김포, 김해,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방공항이 적자를 기록했다.

영남권에서는 항공 수요 증가로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지만 지난해 대구, 울산(-114억 원), 포항(-78억 원), 사천(-44억 원) 공항은 적자였다. 대구공항은 그나마 사정이 나아서 2013년도 37억 원이었던 적자가 지난해에는 5억 원대로 줄었다.

울산공항은 오히려 2013년 92억 원이었던 적자 폭이 지난해에는 100억 원으로 벌어졌다. 포항과 사천공항은 적자가 소폭 늘거나 줄어드는 제자리 수준이었다. 이는 KTX 등 내륙 교통망의 발달로 국내선 이용객이 크게 줄어드는 등의 변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고 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데 있다. 정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의 특성상 지방공항들의 적자는 정부의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성 없던 지방공항들, 모두 장밋빛이었다

 한국공항공사가 밝힌 2015년 공항별 경영수지. 공사가 운영하는 14개 지방공항 중 11개가 적자를 기록했다. 11개 지방공항의 적자를 모두 합하면 617억 원에 이른다.
ⓒ 정민규
호남 지역의 허브공항을 꿈꿨던 전남 무안국제공항이 기록한 지난해 적자는 89억 원. 120억 원의 운영비용이 들었지만 고작 30억 원밖에 벌어들이지 못해 생긴 손해이다. 이 무안공항의 경제성 타당성 조사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1998년 합격점을 받은 무안공항의 경제성은 이후 편익·비용 분석항목으로 계상할 수 없는 비목을 계상해 경제성 타당성을 돋보이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878만 명을 예상한 무안공항의 이용객은 실제 10만 명 남짓에 불과했고, 166만 명을 예측한 강원도 양양공항도 수요는 뚜껑을 열자 2만 명에 머물렀다.

울진공항은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1000억 원이 넘게 든 울진공항은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어 지금은 비행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다. 울진공항 건설에도 태백산맥 넘어 양양·봉화군 주민들까지 울진공항을 이용할 것이라는 뻥튀기 경제성 타당성이 밑그림이 됐다. 이를 두고 AFP는 "1억4000만 달러를 들여 지은 공항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없다"며 울진공항을 2007년 황당뉴스로 선정하기도 했다.

영남권 신공항 역시 2011년 국토해양부 용역에서는 합격점을 받지 못했다. "(100점 기준) 밀양은 39.9점, 가덕도는 38.3점의 평가를 받아 2개 후보지 모두 공항 입지로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당시 정부의 판단이었다.

기적에 가까운 공사비, 일단 짓고 보자?

 가덕신공항 조감도.
ⓒ 부산광역시
2011년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자 신공항 유치 희망지들은 이번에 기적에 가까운 공사비를 써냈다. 부산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면 6조 원이 들 것이라 주장하고 있고, 밀양은 4조 6천억 원이면 활주로 2개짜리 공항이 만들어진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서병수 부산시장은 3조 원의 예산만으로 공항을 짓겠다고까지 선언하고 나섰다. 나머지 3조 원은 민자를 유치해서 보충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정부의 셈법과는 차이가 있다.

2011년 정부가 파악한 2008년 기준 공항 건설 비용은 9조 5천억 원이었고, 2017년 이후 실제 사업에 들어갈 경우를 예상한 금액은 13~14조 원 가량이다. 무안과 양양공항을 30~40개 지을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사업에 들어갈 경우, 5조 8천억 원이면 만들 수 있다던 고속철도가 실제 20조 원이 넘게 쓰였던 것처럼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걱정이었다.

전문가들의 우려 "공항건설은 다다익선 아냐"

 밀양 신공항 조감도
ⓒ 밀양시
허희영 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공항이 현재대로 가덕이나 밀양으로 됐을 때는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단언했다. 허 교수는 "신공항으로 영남권 항공 수요가 모두 몰린다는 걸 가정하지만 추정된 수요가 정말로 신공항을 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허 교수는 "현재의 공항 건설은 정부가 100% 투자하고 운영까지 떠안다 보니 생기는 문제"라면서 "정부가 책임을 지니 지역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어 공항 유치에 뛰어드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을 기획한 박연수 고려대 그린스쿨대학원 교수는 영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국제선 항공 노선과 승객이 확보되느냐인데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면서 "항공교통의 허브화 추세를 볼 때 미래도 불투명하고 국내경쟁 측면에서도 육상교통의 속도와 편리성을 볼 때 국토가 좁은 우리의 경우 항공교통의 경쟁력이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미 국내 다른 공항건설에서 입증되었듯이 막대한 투자가 수반되는 공항건설은 다다익선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국가전략과 백년대계의 관점에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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