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여성이 온라인을 흔들자, 세상이 흔들렸다"..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인터넷 여론 분석해보니

정선언 2016. 6.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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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 오전 1시,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 노래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됩니다.
가해자는 30대 남성.
이 남자는 “여성이 무시해서 살해했다”고 말했고, 이 말은 여혐 논란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반발로 남혐 논란도 나왔죠.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역 살인 사건, 인터넷 여론을 움직인 건 누구였을까요? 사건 초기부터 여성과 남성이 대립하며 갈등했을까요?

빅데이터 분석업체 셀럽타이드(http://www.celebtide.com)와 함께 2016년 5월 9일~5월 24일 사이 트위터·블로그·커뮤니티·뉴스 댓글 등 강남역과 관련된 글 527만3187건과 2016년 5월 17일~24일 사이 댓글이 많이 달린 기사의 댓글 15만3361건을 분석해봤습니다.

Part1 인터넷 여론을 움직인 건 누구인가

먼저 2016년 5월 9일~5월 24일 사이 트위터·블로그·커뮤니티·뉴스 댓글 등에 올라온 강남역 관련 글을 보겠습니다.인터넷 여론이 폭발한 건 사건 발생 다음날인 18일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18일 언제일까요? 언론이 보도하고 여론이 움직이는 구도였을까요?

이번 사건은 17일 오전 1시에 발생했습니다. 첫 보도는 17일 오전11시30분에 나옵니다. 17일 오전 1시 사건 발생 오전 11시30분 뉴스1 서초동 노래방 화장실서 여 살해한 30대 남 검거 오후 2시42분 뉴스1 서초동 노래방 건물 화장실서 女 살해 30대 男 검거(종합) 오후7시32분 채널A 새벽에 강남 화장실서 20대 여성 ‘묻지마’ 피살 오후8시30분 MBN 건물 화장실서 마주친 여성 살해한 30대 남성 검거 오후8시38분 뉴스1 화장실서 女 살해한 이유?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했다”(종합2보) 오후9시08분 JTBC 강남 화장실서 참혹하게…흉기 찔린 20대 여성 사망 오후9시21분 TV조선 강남 술집 화장서 20대 여성 ‘묻지마 살인’…30대 남성 검거
이날 지상파엔 등장하지 않았고, 이른바 종편 4사(JTBC·TV조선·채널A·MBN) 뉴스엔 보도됐죠. 18일 조간신문엔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언론 보도는 18일 오후 7시 이후 급증합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강남역 10번 출구를 다녀간 이후죠. 18일 오후7시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 강남역 10번 출구 방문 오후7시03분 연합 ‘묻지마 살인’ 피해 20대 여성 온오프서 추모물결 오후8시 채널A 화장실 피살' 남녀노소 모두 추모…국화 동나 오후8시 MBN 경찰 "여성 혐오 아냐"…정신 분열 증세 심해 오후 8시28분 뉴시스 文, ‘강남 20대女 살인’ 추모 동참…“슬프고 미안” 오후8시37분 SBS 여성만 노린 범죄…강남 한복판 ‘묻지마 살인’ 오후 9시40분 KBS ‘여성혐오’ 묻지 마 살인…“공용 화장실 불안해요” 오후9시20분 JTBC 촛불문화제도…강남역 10번 출구 '거대한 추모의 꽃' 오후9시25분 TV조선 묻지마 살인' 촛불 문화제…남녀 갈등도 오후 10시16분 뉴시스 강남역 묻지마 살인범, 정신질환으로 4차례 입원 사실 확인 19일 조간 동아일보 엿보고 찍고 덮치고…잠금장치 없는 공포의 공용화장실
문재인 화장실 피살 추모 "다음 생엔 남자로…" 조간 한겨레 “여성 살해, 사회가 답해야”...강남역 포스트잇 추모물결 조간 경향 “여성이란 이유로...묻지마 아닌 ‘여혐’ 살인”
이날은 지상파 3사 중 KBS와 SBS가 사건을 보도했고, 다음날 조간신문에도 관련 기사가 게재됐습니다.

그렇다면 인터넷 여론은 언론이 본격적으로 보도하면서 폭발했을까요? 시간을 추적해볼 수 있는 기사 댓글을 분석해봤습니다.

18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가장 많은 댓글이 달린 강남역 관련 기사는 17일 저녁 보도된 JTBC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댓글을 시간대별로 쪼개보면, 18일 오후 6시 전에 이미 댓글이 많이 올라옵니다.관련 보도가 급증하기 전에 이미 여론이 움직였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누가 여론을 주도했을까요. 뉴스 댓글을 좀 더 들여다보겠습니다.

18일 관련 뉴스 댓글 많은 기사의 댓글을 뽑아 분석해보니, 여성 댓글 비중은 44.4%였습니다.전체 기사(17~24일) 댓글 중 여성 댓글 비중이 29.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여성 댓글이 많은 편입니다.특히 60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린 17일 JTBC 기사의 경우 여성 댓글 비중이 58%에 달했습니다.네이버 기사 댓글은 주로 2030 참여율이 높은 편입니다. 분석기간 중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사람의 71%가 2030이었죠. 18일날 강남역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 사람 역시 2030이 73.6%였습니다.
2030 여성이 온라인을 흔들었고, 이게 강남역 10번 출구 현상을 만들고,
강남역 10번 출구에 유명인(정치인)이 찾아오면서 언론이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데이터를 분석한 셀럽타이드 문용희 파트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Part2 사건 초기부터 남성과 여성의 대결과 갈등이 시작됐을까

강남역 살인 사건은 여성과 남성이 성대결을 벌인 사건이기도 합니다.

사건 초기 ‘묻지마 범죄’를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남녀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메갈리아(이하 메갈) 회원들이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메갈리아는 남성 중심 사이트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 대항해 만들어진 사이트죠. 일베가 여성혐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면 메갈은 반대로 남성혐오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들이 관련 인터넷 여론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건 그래서입니다.

정말 그랬을까요?
사건 발생 당일인 17일부터 8일간 트위터·블로그·커뮤니티·뉴스 댓글 등에 올라온 강남역 관련 글 526만1454건의 글을 분석해봤습니다.

사건 초기인 18~19일엔 살인, 사건, 범죄, 화장실 같은 사건 관련한 단어와 출구, 포스트잇, 추모 같은 추모 관련 단어가 주를 이룹니다. 여성과 여자라는 단어가 있긴 하지만 추모 관련 단어에 비해 언급되는 빈도가 낮습니다.그러던 게 20일 이후 변화가 나타납니다. 여성이나 남성 같은 단어가 언급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많아지면서 언급 횟수가 많은 단어 상위에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주토피아·화이트보드 같은 단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일베충·만만하다 같은 단어도 눈에 띕니다.

20일 이후 남녀 대결 양상이 펼쳐진 셈인데요, 방아쇠를 당긴 건 핑크코끼리 사건으로 보입니다.

20일 강남역에 핑크코끼리 인형 옷을 입은 사람이 나타납니다.육식 동물이 나쁜 게 아니라 범죄를 저지른 동물이 나쁜 겁니다.
선입견 없는, 편견 없는 주토피아 대한민국.
현재 세계 치안 1위지만 더 안전한 대한민국 남녀 함께 만들어요.
이렇게 쓴 화이트보드를 들고 있었는데요, 추모객들이 이 사람을 일베 회원이라고 생각해 둘러싸는 등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이 사람은 인터넷에 스스로 일베 회원이라고 밝히고 몸싸움을 벌인 이들을 고소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 이후 강남역 관련 글이 다시 늘어났습니다. 18일을 정점으로 20일까지 꾸준히 줄다가 21일 반등한 것이죠.실제로 핑크코끼리 사건 이후 주말인 21일엔 일베 회원들이 사이트에서 ‘반 혐오 시위’를 계획하고 강남역 추모장소에 모이는 등 크고 작은 충돌이 발생했습니다.사건 초반부터 일부 네티즌 사이에선 여성과 남성 갈등이 있었지만, 이게 인터넷 여론 전체로 퍼지진 못했다. 핑크코끼리 사건으로 상황이 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데이터를 분석한 문용희 셀럽타이드 파트너는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인터넷 상의 대립 논쟁엔 어떤 사람들이 주로 참여했을까요?

20일 이후 쏟아진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해봤습니다.사건 초반 기사와 달리 남성 댓들의 비중이 70%가 넘었습니다. “이걸 꼭 남자 vs 여자의 구도로 몰아가야 하나” “단순히 피해자가 여성이면 여혐범죄인가” 같은 댓글이 주를 이룹니다.하지만 남녀 대립 구도는 그리 오래가지 않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강남역 살인 사건 자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습니다. 23일 이후 강남역 관련 글 자체가 전날의 절반 가량으로 급감했죠.여전히 여성이나 남성, 여혐 같은 단어들이 눈에 띄지만 추모나 포스트잇 같은 단어가 다시 상위에 올라오며 분위기가 다소 달라지기도 했습니다.개가 꼬리를 흔드는 게 정상이죠. 하지만 반대로 꼬리가 개를 흔들기도 합니다.
주객이 전도된 거죠. 이런 현상을 왝더독(Wag the dog)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사건에도 이 말을 적용해볼 수 있을 겁니다. 오프라인 세계는 실제 존재하는 세계고 온라인 세계는 가상 세계입니다. 헌데 사건 발생 이후 18일부터 이틀간의 상황을 보면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흔들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죠. 20일 이후엔 온라인이 만든 오프라인 움직임이 다시 온라인에 영향을 줬으니까요. 어쩌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앞뒤 선후를 구분하기 어려운 뫼비우스의 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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