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부실 씨앗' 오세훈때 '외주화' 박원순은 '무대책'

2016. 6. 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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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구의역 사고’ 원인 되짚어보니

12년전 안전문 신생업체에 맡겨
8년전 메트로 퇴직자 외주사로
7년전 97개역 공사 한해에 뚝딱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부실의 씨앗’을 뿌렸고, 오세훈 전 시장은 ‘외주화’를 시작했고, 박원순 시장은 ‘무대책’이었다.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스크린도어) 수리 노동자 김아무개(19)군 사망사고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자, 지난 12년간 쌓인 전·현 서울시장들의 무리수와 무대책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03년 지하철 승강장에서 실족·투신 등으로 사망사고 70건이 발생하자, 2004년 이명박 전 시장은 기업에 안전문 광고판의 광고운영권을 주고 안전문 설치·관리 비용을 내게 하는 민간투자방식 안전문 설치 대책을 내놓았다.

박진형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강북3)은 “2004년 안전문 사업에 유진메트로컴만 참여해 유효한 경쟁입찰이 아닌데도 서울시가 계약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유진메트로컴에 2022년까지 광고권을 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했다. 유진메트로컴은 서울시가 공고를 내기 5개월 전인 2003년 10월 설립됐다. 안전문을 설치·관리한 경험도 없었다. 이 전 시장의 앞뒤 가리지 않는 ‘추진력’과 국제적으로 기술 표준화가 덜 된 안전문을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업체에 맡긴 게 부실의 씨앗이 된 것이다.

2006년 취임한 오세훈 전 시장은 2008년 서울메트로의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직원의 20%인 2000여명을 민간위탁·외주화 방식으로 감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서울메트로는 당시는 물론 최근(2013년 1295억원, 2014년 1579억원)에도 큰 적자로 공기업 구조조정의 본보기로 꼽혔다.

당시 구조조정 대상자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퇴직자를 용역회사에 떠넘겼다. 숨진 김군이 일했던 은성피에스디도 2011년 설립될 때 직원 125명 가운데 90명이 서울메트로 출신이었다. 또 전적자(서울메트로에서 퇴직하고 용역회사로 넘어간 직원)에게 기존 임금의 60~80%를 보전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메트로 출신은 다른 직원에 견줘 임금 등에서 나은 대우를 받아왔다.

2009년에는 안전문이 없었던 서울 지하철 1~4호선 97개 역사에서 공사가 시작됐다. 모든 역사에 안전문을 설치하겠다는 오 전 시장의 공약에 따라, 1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열차가 다니지 않는 새벽 1~5시에 공사를 했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은 “안전문 건설을 짧은 기간에 밀어붙였기 때문에 지금 유지·보수하는 데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자 안전문 고장이 잦아졌다. 2011년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사고가 연이어 터지기 시작했다. 2013년 성수역, 지난해 강남역, 지난달 구의역에서 3명의 안전문 수리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똑같은 유형의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박 시장은 비슷한 대책을 되풀이했지만, 이번 사고로 현장은 달라진 게 없음이 드러났다.

‘현장과 공무원을 제대로 파악·장악하고 있느냐’는 박 시장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박 시장은 지난 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방송에서 “이번에는 (공무원의) 보고만 받지 않고 현장에 가서 매뉴얼을 지키고 있는지, 지킬 만한 인력이 있는지 제대로 따지겠다”고 말했지만, 한참 늦어버린 후회였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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