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밥 대신 잠"..벤치서 잠든 A씨의 속사정

이미영|이슈팀 김종효 기자|기자 2016. 6. 1.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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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경제 - 한국인의 잠 ①] 한국인, 하루 수면시간 '6.8시간' OECD 최하위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이슈팀 김종효 기자] [편집자주] 경제생활에서 최선은 좋은 선택입니다.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우선 ‘비교’를 잘해야 합니다. 값싸고 질좋은 물건을 찾아내기 위해서죠. 경기 불황 탓에 이런 ‘가격대비 성능’(가성비)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현명하고 행복한 소비를 위해 대신 발품을 팔기로 했습니다. 넘쳐나는 제품과 서비스, 정보 홍수 속에서 주머니를 덜 허전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작은(小) 범위에서 깊게(深)’ 파헤쳐 보겠습니다.

[[소심한경제 - 한국인의 잠 ①] 한국인, 하루 수면시간 '6.8시간' OECD 최하위]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는 평일 낮 영화를 상영하지 않고 낮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사진=김종효 인턴 기자

# 서울 여의도 은행권에서 근무하는 김모씨(34)는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부리나케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최근 영화관에서 하는 낮잠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술자리가 잦은 김씨는 늦은 퇴근이 일상이다. 반면에 출근시간은 오전 6시30분까지이다. 늘 잠이 부족한 김씨는 종종 점심 먹는 것을 포기하고 영화관에서 낮잠을 자는 것으로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 회사 휴게실이 없어 쇼핑몰 벤치를 전전했던 이전보다는 확실히 피로가 더 풀리는 기분이다. 김씨는 직장 동료들과도 이곳을 자주 찾는다.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만성적인 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14년 한국 성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8시간이다. OECD가 지난해 18개국을 상대로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OECD 국가들의 평균 수면시간은 8.37시간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그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의학계에서 권장하는 수면시간인 통상 7시간에서 9시간에도 못 미친다.

'잠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은 직장인이다. 취업전문사이트 '사람인'이 지난 10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의 하루 수면 시간은 평균 6.1시간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수면시간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수면이 부족한 이유로는 '스트레스로 깊게 잠들지 못해서’(50.2%, 복수응답)가 가장 많았고 ‘야근, 회식 등 회사 일로 귀가가 늦어서’(34.3%),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서’(26.2%) 등이 뒤를 이었다.

불면증·수면무호흡증 등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결과에 따르면 수면장애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2008년 기준 22만여명에서 2012년 35만8062명으로 늘었고 2014년에는 41만4524명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수면부족이 단순 피로를 넘어 정신적 신체적으로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8~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수집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할수록 비만 위험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부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크다. 2013년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은 수면부족으로 인한 미국의 생산성 저하가 연간 632억달러로 우리 돈 7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국에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다. 대한수면의학회의 2010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면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 손실시간은 근로자 1인당 연간 711시간 31분으로 이에 따른 손실액은 연평균 1586만4365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수면은 개인의 몫으로 방치돼 있다. 부족한 잠을 쪽잠으로 채우거나 각성제를 먹으며 졸음을 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낮잠 영화관이나 낮잠 카페, 그리고 갖가지 각성제가 등장하는 이유다.

직장생활을 8년째 이어오고 있는 이모씨(33·여)는 "직장이 늦게 끝나는 편은 아니지만 가사 일에 자기계발 등을 하고 나면 금세 밤 11시~12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에서도 6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경우는 거의 없어 대체로 아침 커피와 10분 낮잠으로 때운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개인은 물론 사회적 차원에서 수면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양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수면장애 중 수면무호흡증 등은 건강에 치명적인 병을 유발할 수 있지만 여전히 그 인식은 낮은 편"이라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서 잠과 관련된 병원이 늘어나고 있고, 수면 관련 치료도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수면 관련 기기나 제품들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누울 수 있는 1인 의자에 캡슐이 씌워진 수면 의자가 상품화 된 것도 대표적이다. 최근 일부 대학과 직장에서는 수면실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기도 하다.

한 수면학계 관계자는 "졸거나 업무 시간에 잠을 자는 것이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금기'시 된 풍토 중 하나"라며 "부족한 수면을 채울 수 있는 방안이나 질 좋은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이슈팀 김종효 기자 kjhkjh37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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