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은 순우리말"..국립국어원 "사실 어원 잘 몰라"

CBS노컷뉴스 강민혜 기자 입력 2016. 6. 1.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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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 인터뷰
'닭도리탕'이 메뉴에 적혀 있는 한 식당 모습. (사진=자료사진)
"그러니까 결국 출처도 근거도 없는데 그냥 일본어 같아 보이니까 닭볶음탕이란 말을 만들었다 그거네요? 그럼 그냥 일본어라고 믿고 있는 사람만 닭볶음탕을 쓰면 되는 거지, 닭도리탕 사용이 틀린 것처럼 밀고 가는 정책은 문제 아닌가요? 같은 논리대로라면 "순화"시키고 새로 바꿔야 할 낱말이 한 두 개가 아닐 텐데요." (강**)

"닭도리탕이 어떻게 닭볶음탕입니까? 닭도리탕을 요리하면 '볶음' 과정은 전혀 없는데 어떻게 닭볶음탕입니까? 정말 웃긴다. 국립국어원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닭도리탕을 볶음탕이라고 해. '닭매운탕'이 옳은 것 아닙니까? 역시 자기들끼리 맘대로 정하다보니 허점이 보이는군." (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 각각 2015년, 2007년 올라온 글이다. '닭볶음탕'으로 순화된 '닭도리탕'에 관한 갑론을박이 수년째 이어진 걸 알 수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닭도리탕' 어원에 대해 '닭'+'니와도리(にわとり, 鷄)'+'탕(湯)'이라고밝히고 있다. '니와도리(니와토리)'는 '닭'을 뜻하는 일본어다.

이를 두고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일본어에서 유래했다는 이유로 순화 대상이 됐던 '닭도리탕'이 순수 우리말이라는 게 요지다.

◇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 "닭을 도리쳐서 만든게 닭도리탕, 순우리말"

31일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식품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보여주기 식으로 비상식적인 결정을 하니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모든 걸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 할머니들이 닭도리탕을 먹을 당시 일본어를 알지 못했다. 닭요리에 굳이 또 '새'를 붙여 음식 이름을 어렵게 부를 이유도 없다. (국립국어원이) 우리 어원을 몰라서 그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닭을 도리쳐서 만든게 닭도리탕"이라며 "'닭을 도리치다'라는 말이 있었다. 우리나라 음식은 닭으로 찜을 만들면 '닭찜'이라 불렀다. 재료 뒤에 과정이 들어간 거다. 닭을 도리쳐서 만든 탕이니까 '닭도리탕'은 순우리말로 맞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권 박사는 "조어시 마지막엔 탕, 국, 찜, 찌개, 무침 등 종류가 들어간다"며 "찜인데 닭을 도려내면 닭도려찜. 도리쳐서 만들면 닭도리찜 같은 식이다. 오이무침도 그렇지 않느냐. 말 가운데 불필요한 '새'를 넣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부연했다.

◇ 국립국어원측 "닭볶음탕으로 순화한 이유 명확하지 않다"

다른 식당의 주방. 메뉴 '닭도리탕'이 눈에 띈다. (사진=자료사진)
이같은 권 박사의 주장에 대해 국립국어원측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을까.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어간 '도리' 다음에 '탕'이 오면 조어법상 자연스럽지 않다"며 "닭볶음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것을 아는데, 자꾸 설이 제기되면 일반인들은 믿을 수밖에 없다. 명백한 문헌 증거가 있어야 한다. 단순 의견 제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른 익명의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사실 '닭도리탕' 어원에 대해 답을 아직 못 찾았다"며 "국립국어원에서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순화한 이유에 대한 정보도 명확히 기록된 게 없다"고 인정했다.

관계자는 "당시 결정할 때는 '도리'가 일본어라고 인식해 순화했을 거라는 추측만 할 뿐이지 최초 자료로 거슬러 올라가도 '도리'에 관한 어원 표기가 어디에도 안 돼 있어서 확정을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근거 자료만 분명하면 제시를 할 텐데 확실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리'라고 하는 것이 일본어 조어 발음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왜 닭이라는 말에 새가 붙었을까. 실은 그것도 석연치 않다"고 세간의 의심에 수긍했다. 이어 "'도려내다'나 '도리치다' 등 요리 방법과 관련이 있을 텐데 이조차 증거가 없어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식재단에서는 '닭매운찜'이라고 쓰고 있더라. 우리도 한식 재단이든 요리 관련 학자든 관련 단체서 어느 쪽으로 쓰기로 했다고 결정하면 내부 논의 후 순화어로 대체하든가 복수 형태로 둘 다 쓰게 하는 등 다른 방안을 취할 수 있다"고 절충방안을 내놓았다.

이어 "기존 순화된 말들 중에서 당시로서는 적절했지만, 시간이 흘러 현실에 맞지 않는 것들도 꽤 많다. 연구 용역 통해 알아보니 재검토 대상으로 500건 정도가 나오더라. '닭도리탕'은 거기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특별 건으로 한 번 다룰 만한 여지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 강민혜 기자] minera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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