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애경 정말 책임없나?
#고교 1학년이던 철호군은 2010년 12월 18일 세상을 떠났다. 담당 의사 소견은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인한 호흡부전 폐렴 가능성’ 이었다. 철호의 아버지는 억장이 무너졌다.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암 완치 후 철호의 건강을 생각해 구입했던 가습기 살균제였다. 자신이 산 가습기 살균제가 아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은 견디기 힘들었다. 철호의 머리 맡에 켜뒀던 가습기에 들어간 제품은 애경산업의 ‘가습기 메이트’였다.
‘가습기 메이트’를 팔았던 애경은 현재 검찰 수사 대상이 아니다. 검찰은 '가습기 메이트'의 성분인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는 폐 손상 유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 애경 수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29일 “(CMIT·MIT 관련)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유해성 인과관계가 없다고 했다”며 “현재 (애경 측을)불러 수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2년 3월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 CMIT·MIT는 페섬유화와 연관성이 발견돼지 않았다는 것이다.
■환경부 CMIT·MIT 피해자 총 35명 확인
그러나 환경부는 CMIT·MIT와 폐손상 사이의 연관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2012년 9월 위해성심사 결과 급성경구, 경피흡입, 수생태 독성이 확인돼 CMIT·MIT를 유독물로 지정했다. 피해신청자 조사·판정 과정에서도 해당 성분이 함유된 제품만 단독으로 사용한 3명에게서 다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났다고 판단, 피해자 지원을 했다.
환경부는 CMIT·MIT 성분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총 35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정부 지원을 받은 3명은 피해 1, 2 등급을 받았다. 3등급 5명, 4등급 27명으로 분류하고 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옥시레킷벤키저 등이 살균제 원료로 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외에 CMITㆍMIT도 추가 독성연구 및 역학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CMITㆍMIT 관련) 정부 차원의 연구 조사가 국립환경연구원에서 진행중”이라며 “정부는 CMITㆍMIT로 인한 폐손상 유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전했다.
■애경 수사 촉구 피해자들, 판매 금지 후에도 유통 의혹
이에 따라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애경도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애경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자는 없다는 것이다.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정부가 피해를 인정해 지원까지 했는데도 검찰이 연관성이 없다고 수사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체 피해자 가운데 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규모가 옥시에 이어 두 번째"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애경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 판매 금지된 후에도 시중에 유통되고 소비자에게 판매됐다는 의혹이 많아 사례를 취합 중”이라고 설명했다.
relee@fnnews.com 이승환, 신현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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