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가습기살균제 피해 쌍둥이 부모 "검찰, 애경도 수사해야"

박진영 2016. 5. 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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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의 가습기 살균제만 썼다가 목에 구멍을 내 산소호흡기를 달았다 제거하는 큰 수술을 받은 박나원(5)양의 부모가 검찰이 애경도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나원양 어머니 김미향씨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애경은 검찰 소환 대상에서 빠져 있는데 애경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2년 말 폐 손상으로 호흡 곤란이 심해 목의 튜브로 산소를 호흡하다 지난 19일 서울대병원에서 튜브 제거 수술을 받고 이날 퇴원한 나원양은 가녀린 목에 ‘케눌라’라는 호흡 보조 기구를 착용한 채 회견장을 지켰다. 지난해 8월 이미 튜브 제거 수술을 한 차례 받았으나 경과가 좋지 않아 재수술한 것. 키 101㎝에 몸무게는 13㎏으로, 같은 또래보다 왜소한 모습이었다.
23일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나원양의 모습. 목에 호흡 보조 기구를 착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쌍둥이인 나원·다원양 자매는 2011년 겨울부터 3∼4개월간 애경 가습기메이트만 2통 사용하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 관련성 확실(1등급) 판정을 받았다. 다원양도 폐 상태가 좋지 않아 기침을 달고 살며 병원에 계속 다니고 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한 애경 제품에서는 독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한 탓에 애경 제품은 검찰 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다. 나원·다원양 자매는 정부가 이같이 발표한 뒤 피해를 본 것.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드러난 이후 정부가 주요 가습기 살균제 제품의 판매를 중지했지만 당시 애경 제품은 빠졌다”며 “정부가 애경 제품의 판매를 중지했다면 나원·다원양이 이런 안타까운 일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며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을 성토했다.

이에 대해 애경 측은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판매만 맡았다는 입장이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책임이 있는 기업과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피해 구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대다수 피해자가 영유아와 임신부 등이고 생활용품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충격과 아픔을 주는 사건”이라면서 “정부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생활화학제품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유해성 평가 등 관리 체계를 점검해 제도를 개선하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적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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