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칵 뒤집힌 고추밭.."하자 있으니 9억 물어내"

박조은 2016. 5. 2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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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군에서 사용되는 고춧가루를 납품하는 전남 함평 고추 농가에 요즘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농민 대신 농협이 최신 기계로 고추를 말린 게 문제가 돼 9억 원이 넘는 돈을 물게 됐습니다.

농민 대신 고추를 말린 게 이렇게 큰 죄가 되는 건가요?

박조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밭농사 중에서도 가장 고된 것이 고추 농사라지만 이곳에서는 귀중한 밥벌이고, 농민들의 자부심입니다.

특히 이곳 함평의 고추밭은 더 특별합니다.

방위사업청과 계약 재배를 맺고 최상급의 고추만을 키워, 군 장병들의 김장용 고춧가루로 납품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올해도 군납을 위한 대규모 고추 농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마을에 흉흉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주민 : 놀라고 플래카드 걸 일이지. 알면 조합원들 난리 나지. 근데 일부는 몰라. 잘 모르고 일부 사람들만, 특정인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거든. 다들 그러고 있잖아, 지금 납품할 거라고.]

이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사연은 함평 고추밭에 날아온, 공문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공문에 따르면 군 중앙수사단과 국방기술품질원이 기획 조사를 시작했는데, 지난 2013년과 2014년 함평에서 납품한 고춧가루 가운데 137톤이 품질에 하자가 있는 이른바 ‘불량 고춧가루'라는 겁니다.

[함평 농협 관계자 :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상식선에서 아무리 이해를 하려고 해도. 슈퍼 갑이니까. 갑 중의 갑이니까. 어떻게 방법이 없어요.]

고춧가루가 하자 판정을 받은 이유는 다름 아닌 건조기 때문이었습니다.

군이 문제를 삼은 부분은 바로 '고추를 누가 건조했느냐'였습니다.

[김영수 / 국방권익연구소장 : 계약 조건에는 농민이 수확해서 여기서 다 말려서 말린 고추를 농협이 수매해서 고춧가루로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는 농민이 안 말리고 농민이 홍고추를 바로 농협에서 수매했고, 농협에서 세척하고 말려서 고춧가루로 만들었다는 것이 계약조건 위반이고, 그래서 품질 하자고, 그래서 제재해야 한다.]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은 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농협은 왜 계약조건을 어기면서까지 농협이 농민이 말려야 할 고추를 대신 말렸을까요?

[윤한수 / 농협 조합장 : 지금 농촌에 노동력이 없기 때문에 고추는 가장 손이 많이 들어가는 농사거든요. 그래서 고추 농사를 기피합니다. 저희 농협에서는 농민들 건조를, 노동력을 절감해주기 위해서 홍고추를 수매해서 건조하거든요.]

품질은 어떨까요?

무엇보다 농민들 역시 건조기를 구입해 말리는 경우가 태반인 상황에서, 농협이 대용량 그것도 최신식 기계로 말렸다고 해서 품질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이 민들의 한결같은 이야기입니다.

계약서와 다른 순서로 고추를 말렸다는 이유로 농민들이 감당해야 할 무게는 너무 가혹해 보입니다

수억 원의 과징금에, 부정당업체로 걸려, 올해 고춧가루 납품까지 중단될 처지가 된 겁니다.

함평과 비슷하게 이런 저런 이유로 ‘불량' 판정을 받은 시골 마을은 경북 안동과 영양, 전남 영광, 충북 청양 등 모두 5곳.

농협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하지만 한여름 뙤약볕과 싸우며 땀 흘린 농민 중에는 대체 어떤 잘못을 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엄벌이 내려질지 모르는 분들이 아직 많다고 합니다.

YTN 박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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