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넘은 혐오발언·혐오범죄..전문가들 "사회 문화부터 바꿔야"

김수완 기자,안대용 기자 2016. 5. 2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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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발언은 계속 증가 추세..독일·미국은 입법으로 '혐오 처벌' 명문화

(서울=뉴스1) 김수완 기자,안대용 기자 = 성소수자 A씨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굉장히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남자끼리 성행위 마이(많이) 하세요 파오후님('뚱뚱한 사람'을 비하하는 은어), 그들의 존재를 존중합니당!"이라는 댓글을 받은 것이다. A씨는 이 말이 성소수자와 뚱뚱한 사람을 동시에 비하하는 혐오발언(Hate speech)이라며 분노했다.

◇한국 사회 만연한 혐오발언, 혐오범죄…"사회가 묵인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에서는 여성,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 약자를 상대로 한 혐오발언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남윤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년간 여성과 관련된 연관 검색어 빅데이터를 분석했다"며 "여성혐오 현상과 관련된 게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혐오범죄는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증오범죄의 실태 및 대책에 관한 연구'를 보면 조사대상 외국인 665명 중 1.1%(7명)이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말이나 행동으로 폭행의 위협을 당한 경우도 2.4%(16명)이나 됐다. 같은 시기 한국의 범죄피해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0.4%의 사람만이 폭행, 상해를 당했다.

법무연수원이 발간한 '범죄백서'를 봐도 강력범죄 피해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82.9%에서 88.7%로 증가했다. 이 통계는 여성혐오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는 강간, 강제추행 등 비율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이렇게 혐오발언이나 혐오범죄가 한국 사회에 만연한 것은 사회가 혐오를 비공식적으로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30대 여성 B씨는 최근 페이스북에서 자신에게 "보XX" 등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은 10대 남학생을 고소한 경험을 얘기했다. 이 남학생은 경찰 조사를 받게 되자 이 발언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 줄 몰랐다며 B씨에게 용서를 빌었다. 혐오발언이 잘못된 것이며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진다면 인터넷에 만연한 혐오발언도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 B씨의 주장이다.

남윤인순 의원은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공격 이런 부분이 여러가지 사이트에서 있다"며 "남녀관계에 대한 인식이 잘못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종각역 보신각앞에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이주협회) 회원들이 UN이 제정한 인종차별철폐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독일·미국은 '혐오발언' 형사처벌…사회 전반 '혐오' 분위기부터 바꿔야

독일은 헌법인 기본법(Grundgesetz)에 차별금지(Diskriminierungsverbot)가 명문화돼 있다. 또 독일 형법 제130조는 '공공의 평화를 해하는 것에 적합한 방식으로 국민의 일부분에 대한 증오(Hass)를 선동하거나 그들에 대해 폭력적 조치 또는 자의적 조치를 선동하는 자는 3개월 이상 5년 이하의 자유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반인종주의연맹(ADL)의 노력으로 오레곤, 워싱턴주를 시작으로 주마다 각각 증오범죄법령을 마련했다. 1994년 연방의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금지하는 법률 등 혐오범죄 관련법 2건을 통과시켰다

한국에서도 혐오발언을 처벌하자는 논의가 최근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 피해자가 특정된, 즉 특정인을 직접 지칭한 혐오발언은 모욕죄 등으로 처벌될 수 있다. 하지만 '홍어(전라도 지역을 비하하는 표현)', '김치X(여성 비하 표현)' 등을 단순히 사용하기만 했을 뿐이라면 처벌이 되지 않는다. 이런 혐오발언역시 처벌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범행의 동기가 '혐오'인 것으로 명백히 드러날 경우 보통 범죄보다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사회가 단호하게 이런 류의 범죄를 묵과하지 않겠다는 하는 자세나 대응을 보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흔한 범죄인 것처럼 넘어가면 추가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묻지마 식의 여성혐오 범죄, 살해까지 가는 경우에 있어서 처벌 수위 높아져야 한다"며 "극단적 범죄가 단순 살인이라는 이유로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있는데 무작위적인 혐오로 극단적인 행위를 했다면 엄하게 처벌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에 넘쳐나는 '혐오' 분위기를 바꿔나가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남윤인순 의원은 "혐오범죄는 사회 흐름과 관련이 있는 문제이며 청소년기부터 인권에 대한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며 "여성혐오의 경우에는 언론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 언론 보도에서 여성을 혐오하는 느낌이 나는 용어를 지나치게 많이 쓴다"고 말했다.

홍성수 교수는 "혐오범죄의 원인은 차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abilityk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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