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江南 안의 강남·북.. '테남·테북' 아시나요
"강북서 강남까진 왔는데 여기엔 테헤란로라는 더 큰 강이 있었네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최현영(40)씨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국제중학교에 보내려고 작년 1월 용산구 효창동에서 대치동으로 이사했다. 최씨는 그러나 대치동 입성 후 자신이 강남구에서도 '테남' 주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강남구 북쪽을 이른바 '테북', 남쪽을 '테남'으로 가르는 '강남 속 강남' 분류법이 있었던 것이다. 압구정동·청담동·신사동이 포함된 테북에는 대를 잇는 부자들이 살고, 대치동·역삼동·도곡동·개포동이 있는 테남에는 자수성가한 전문직 부자들이 살아 동네 성격이 다르다는 것으로, 부동산업계와 학원가에서 통용되는 은어다.
서울 지하철 강남역 사거리부터 삼성역까지 동서를 가로지르는 4㎞ 길이의 테헤란로는 강남구를 남북으로 나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테북에는 대(代) 이은 부자들이, 테남에는 평범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수성가한 전문직군이 많이 산다"고 분석했다. 도곡동에 사는 한 학부모는 "어떤 교장 선생님은 조회시간에 '너희는 테북 애들이랑 다르다. 공부 열심히 해야 한다'고 대놓고 말한다더라"며 "테북 부모처럼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으니 대학이라도 잘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두 지역에 대해 동양대 공공디자인학부 박해천 교수는 "테북으로 대표되는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테남 대표 대치동 은마아파트 첫 입주민의 계층부터 달랐다"고 설명했다. 1976년 입주를 시작한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국내 최초로 중상류층을 겨냥해 만든 40~60평대 아파트였다. 7~15평대의 소형 아파트만 존재하던 때 대형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던 사람들은 사업가, 고위 관료, 국회의원 등 수천만원의 현금을 융통할 수 있던 당시 상류층뿐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1978년 분양한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당시 무주택 서민을 위한 30평대의 보급형 아파트였다. 주택청약부금 가입자에게 우선순위가 주어지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은마아파트의 첫 입주민들은 첫 내집 마련을 하는 1940년대생 대졸자, 즉 당시 신흥 중산층이었다"고 말했다.
대치동 한 학원 원장 A씨는 "테북과 테남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엄마들의 치맛바람"이라고 말한다. 테남 엄마들은 아이들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학원의 특성이나 명문대 진학률, 강사의 교수법 등을 분석하고 고심 끝에 학원 등록을 하는 '학원 쇼핑'을 한다. A씨는 "한때 '돼지엄마'라고 불리며 대치동 일대에서 아이들을 학원으로 몰고 다니던 엄마들은 대부분 테남 엄마들"이라고 말했다. 반면 테북 엄마들은 명문대 진학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테남의 교육열이 높은 이유는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공부하는 방법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치동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한 학원 강사는 "요즘엔 테북 대표 경기고보다 테남 대표 휘문고의 명문대 진학률이 더 높다"며 "경기고 학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못하면 일찍 유학 보내서 사업을 가르치지만 휘문고 부모들은 학원 뺑뺑이를 돌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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