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서울대학교 대학원 미학 석사 출신으로 여러 권의 미학 서적을 낸 진중권 교수는 17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조영남 대작, 재미있는 사건이 터졌네”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진 교수는 조영남 대작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이라면서 “다소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컨셉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앤디 워홀은 ‘나는 그림 같은 거 직접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자랑하고 다녔다”면서 “그림이 완성되면 한 번 보기는 했다고 하지만, 미니멀리스트나 개념미술가들도 실행은 철공소나 작업장에 맡겼다”고 밝혔다.

또 1930년대 전화 회화를 선보인 헝가리 태생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모호이 나지’의 사례를 소개하며 “서로 좌표와 색상표를 공유한 채 전화로 간판집에 그림을 주문하는 (방법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고 전했다.

진 교수는 이번 의혹에 대해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념은 고루하기에, 여론재판으로 매장하기 딱 좋은 상황”이라면서 문제의 본질은 “작품 하나에 공임이 10만원”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영남이 훌륭한 작가는 아니지만, 그림값이 그렇게 높은 편도 아니다”라면서 “웬만한 작가들 다 그 정도는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단 원칙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는데, 좀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검찰이 나설 일이 아니라 미술계에서 논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16일 조영남 씨의 화투 소재 그림들에 대해 ‘대작’ 의혹이 제기되면서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조 씨의 서울 사무실과 갤려리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영남 씨가 무명화가 A 씨가 90%가량 그린 그림을 자신이 손 본 후 본인의 작품으로 발표하고, 1점당 10만원 안팎의 대가를 받고 그림들을 팔았다는 의혹을 수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2009년부터 올 3월까지 300여 점의 그림을 조 씨에게 그려 줬다”면서 “조 씨가 필요한 주제의 작품들을 의뢰하면 해당 작품을 똑같이 2~3점씩 또는 10~20점씩 그려서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