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혼용 "한글 불완전성 보완" vs "필요성 오해·과장"(종합)

윤진희 기자 입력 2016. 5. 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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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전용' 국어기본법 헌법소원 공개변론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글 전용' 국어기본법 제3조 등 위헌소원 사건 공개변론을 앞두고 한글학회와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회원들이 각각 찬반 입장을 밝히고 있다.2016.5.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초·중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을 하지 않고 공문서를 한글로 작성하도록 한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따져보기 위한 공개변론이 열렸다.

헌법재판소는 12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공문서한글사용 원칙과 초·중등 국어교과서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하고 있는 국어기본법에 3조 등에 대한 헌법소원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국어기본법 3조 등은 한글을 우리 고유문자로 정하고 있고, 공공기관의 문서는 한글로 작성하도록 정하고 있다.

초중등학교 재학생과 초중등학교 교사 및 교장, 출판사 대표, 교과서 집필자 등 청구인 332명은 "국어기본법이 한글전용·한자배척의 언어생활을 강요하고 있다"며 국어기본법이 어문생활에 대한 자기결정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청구인측 "헌법도 한자 혼용…한자를 고유글자로 인정해야"

청구인측 대리인인 김문희 법무법인 신촌 변호사는 "한글이 산업근대화 행정현대화애 크게 기여한 점은 높게 평가하지만, 어느 제도나 완벽한 것은 존재하지 않고 한글 역시 그러함을 부정할 수 없다"며 한글의 불완전성을 주장하며 변론을 시작했다.

김 변호사는 "국어기본법이 엄연한 공용문자인 한자를 제외하고 한글만을 고유문자로 정하고 있는 국어기본법 조항들은 한글사용을 국가의 의무로 부과하고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한자사용을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최고규범인 헌법이 한자를 혼용하고 있다"며 "헌법이 한자를 혼용하고 있는데 한자를 고유글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국가 근간인 최고규범이 외국어로 쓰여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주장에 대해 이해관계인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대리인 법무법인 지평의 박성철 변호사가 반론을 펼쳤다.

박 변호사는 "모든 신문이 한글 가로쓰기를 하고 있고, 복잡하고 의미를 명확히 해야 하는 법률용어를 담는 판결문도 한글로 작성되고 있으며, 법제처가 '알기쉬운법령' 사업을 시행해 법률용어와 법문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법을 한글로 알기쉽게 바꾼 결과 국민 88.2%가 법령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했다"며 "한자혼용이 헌법적 관습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 역시 결정을 통해 한글을 우리글로 인정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또 "초등학교 교사들의 한자교육 반대비율은 66%에 이르며 한자교육을 도입하면 유아들의 선행학습 등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자를 모르는 사람의 알권리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한자혼용'주장이 위헌적"이라고 강조했다.

◇ "한글전용은 기본권 침해" vs "한자혼용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는 심재기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한수웅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나서 국어기본법 조항이 한국어에 대한 이해를 저하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교수는 "한자는 국어어휘의 핵심요소"라며 "한자어를 한자로 적지 않으면 문장 이해의 능률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것은 한글맞춤법의 형태소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초등학생들이 한자어 낱말과 한자를 배우지 못해 뜻을 명확히 알지 못하고 짐작해서 읽고, 글자 자체에 대한 제대로 된 가르침을 받지 못해 언어생활을 제대로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한자교육을 하지 않는 것이 기본권 침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어기본법은 국민이 모국어를 온전하게 보전하면서 모국어를 통해 인격을 형성하고 발현할 인격의 자기발현권과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어교육과 어문생활에서 한자를 배제하는 것은 국가가 국민의 어문생활에 직접 간섭하는 것으로 헌법상 문화국가원리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측 참고인들은 한자를 혼용하면 국민들의 '평등한 글자생활"과 '알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먼저 "국어학, 고전문학, 법학과 같은 전문분야 외 일상의 글자생활에서는 한글만 쓰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대학에서 전공공부를 위해 한자가 필요하더라도 이는 전공분야에 입학한 학생들을 교육해야 하는 문제일 뿐"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한글전용에는 '평등한 글자생활'이라는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자를 섞어 쓰면 안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에 정보량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며 "만일 신문, 정부 공문서, 금융약관에 한자를 섞어 쓴다면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은 수 많은 정보에 눈감을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글자생활의 정보화, 과학화를 가로막는 국한문 혼용, 국력낭비 논쟁이 더는 없어야 한다"며 "일상생활에서는 한글전용을 하고,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한문혼용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진술을 마쳤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공개변론 내용을 참고해 심판대상 국어기본법 조항의 위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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