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말춤 동상, 한강 괴물 동상..명물일까, 흉물일까

김민관 2016. 5. 1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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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코엑스 앞에 설치된 ‘강남 스타일’ 동상. ‘말춤’ 안무 중 손목 모양을 본 떠 만들었다. 제작비 3억7780만원. 높이 5.3m, 길이 8.3m 김경록 기자
한강에 설치된 ‘괴물’ 동상. ‘한강 이야기 만들기 사업’을 통해 제작됐다. 제작비 1억8000만원.
지난해 4월 국회 앞마당에 설치된 과일나무 동상. 8개월 뒤 국회 가장자리로 옮겨졌다. 제작비 8000만원. 이동 비용 1733만원.

잇따르는 '랜드마크' 동상 논란

한강 ‘괴물’ 강남 ‘말춤’ 국회 ‘과일나무’
7억원 들였지만 “이해 안 된다” 반응 많아
“시민 공감 못 얻은 세금 낭비” 지적도

‘랜드마크의 도시’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동상, 6번가의 빨간색 ‘LOVE’상 앞에는 ‘인증샷’을 남기기 위한 관광객들의 긴 줄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에서도 이런 랜드마크를 만나 볼 수 있을까. 서울시와 관계 부처는 7억여원의 예산을 편성해 지난해부터 한강·여의도·코엑스 앞에 특색 있는 조형물을 차례로 설치했다. ‘성공이냐, 실패냐’를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 조형물들에 대한 시민과 관광객의 반응은 느낌표보다는 물음표에 가깝다.

지난달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앞.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에 나오는 ‘말춤’ 안무 중 손목 모양을 본뜬 거대한 청동 조형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8.3m, 높이 5.3m의 이 동상을 만드는 데 배정된 예산은 4억1832만원. 이 중 제작 및 설치 비용으로 3억7780만원이 사용됐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세계적인 도시에는 저마다의 랜드마크가 있다”며 “뉴욕 월스트리트의 황소 동상, 파리 라데팡스의 엄지손가락 동상처럼 강남 한복판에 들어서는 강남스타일 동상은 서울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코엑스에 근무하는 박모(34·여)씨는 “지금 당장 외국인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 수는 있을 것 같다”면서도 “요즘처럼 트렌드가 급변하는 때에 20년 후에도 사람들이 이 동상을 보고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를 떠올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이모(28)씨는 “손목 두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으니 조금 징그럽다”며 “제작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한강변에는 영화 ‘괴물’ 속 캐릭터가 실제로 등장했다. 서울시는 ‘한강 이야기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밋밋한 한강에 이야기를 입혀 서울의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영화 속에 등장하는 ‘괴물’ 캐릭터를 길이 10m에 높이 3m, 무게 5t의 동상으로 구현해냈다. 영화 속 괴물의 소리도 그대로 재현했다.

괴물 동상을 만드는 데 든 비용은 1억8000만원. 하지만 ‘명물’보다는 ‘흉물’에 가깝다는 반응이 많다. 한강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양모(27)씨는 “10년 전 국내에서만 흥행했던 괴물의 조형물을 왜 이제 와서 설치했는지 모르겠다”며 “흉물스러움을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위해 국민 세금이 낭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산책 나온 변호사 윤모(34)씨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생김새도 그렇지만 기괴한 소리가 나와 정말 놀랐다”며 “작은 아이가 깜짝 놀라 울음까지 터뜨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국회 앞마당에 들어섰던 알록달록한 색깔의 과일나무 동상도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높이 7m에 지름 5.5m, 무게는 2.5t에 이르는 거대한 과일나무 동상은 지난해 5월과 10월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주말전통공연을 위해 ‘시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며 세워졌다.

이 동상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진흥기금 1억2000만원이 배정됐으며 이 중 제작 및 설치 비용으로 8000만원이 들었다. “참신한 발상”이라며 과일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도 있었지만 “과일나무의 색깔과 모양이 국회의사당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보좌관 A씨는 “생뚱맞은 모양도 문제지만 설립 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 소문이 무성했다”며 “국회 내부적에서도 동상에 대한 여론이 우호적이진 않다”고 말했다.

결국 과일나무 동상은 지난해 12월 헌정기념관 앞으로 옮겨졌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본래 열린 국회마당을 위해 설치한 작품이기 때문에 행사가 끝나고 이동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상을 옮기는 데 든 비용만 1733만원. ‘2중 예산 낭비’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경희대 산업디자인학과 김규현 교수는 “조형물은 도시 속 환경·시민·문화 등과 함께 어우러졌을 때 그 의미가 있다”며 “시민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는 조형물은 ‘알 수 없는 상징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 김성현 인턴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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