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운호 개인돈 워낙 많아"..검, 횡령혐의 불기소 '궁색한 해명'

2016. 5. 2.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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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 ‘봐주기 기소’ 도마에

조폭 등에게 수십억대 빌린 뒤
회사 계좌서 돈 빼 도박빚 정산
검찰, 계좌추적·압수수색 않고
“개인돈 사용” 해명 그대로 수용
법원 판결문엔 ‘횡령 정황’ 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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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회삿돈 횡령 정황을 확인하고도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일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해 정씨의 고액 도박 혐의를 수사하면서 정씨가 수십억원대의 도박자금을 회삿돈으로 사용한 정황을 확인했다. 정씨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마카오 등에서 도박을 하면서 조폭 등으로부터 수십억원의 카지노칩을 빌려 도박을 한 뒤, 회삿돈을 관리하는 계좌에서 돈을 빼내 도박빚 정산에 사용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검찰은 정씨가 수사기관의 원정도박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이런 ‘돈세탁’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씨의 횡령 혐의에 대해 더이상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정씨의 계좌를 추적하거나 회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없이 “개인돈으로 도박했다”는 정씨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제대로 수사했다면 도박보다 형량이 훨씬 센 횡령 혐의(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형)를 적용할 수 있었다. 당시 수사팀이 정씨를 봐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정씨가 제출한 회계 관련 자료를 보니, 회사 계좌에 개인돈을 수시로 넣고 빼고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가 개인돈이 워낙 많은데다, 네이처리퍼블릭이 비상장이고 개인회사 비슷해서 횡령이라고 보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주식회사는 비상장이라 할지라도 개인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회삿돈과 개인돈을 구분 없이 사용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회삿돈 여부를 당연히 확인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가 정씨의 횡령 정황을 판결문에 전제사실로 기록한 것도 관심을 끈다. 재판부가 검찰의 ‘봐주기 기소’를 겨냥해 의도적으로 이를 적시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재판부는 “판결문 내용 외에 더 할 말이 없다”고 밝혔지만, 법원 안팎에선 “도박 사건에서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것을 보면 재판부가 검찰 수사를 겨냥해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정씨에게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씨에게 도박자금을 빌려준 조폭 조직원은 외국환 거래 자격이 있는 금융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정씨의 도박자금 100억원은 모두 검찰이 추징해야 한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정씨가 여러 차례에 걸쳐 100억원을 송금했기 때문에 외국환거래법에서 정한 신고금액을 넘지 않았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정씨가 경찰과 검찰에서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과정은 더욱 의심스럽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013년 1월 정씨의 원정도박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했다. 정씨가 2012년 6월3일부터 7일까지 마카오 카지노 3곳에서 300억원대의 도박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2014년 7월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이 사건을 송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자가 수사 협조를 거부했다. 정씨가 출입했다는 증거가 없어 무혐의 의견을 낸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도 그해 11월 정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무혐의 처분된 사실을 몰랐던 정씨는 검찰에 또 다른 증거를 제출했다. 마카오 카지노 관계자로부터 “정씨가 카지노를 출입한 적 없다”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과 녹취록을 받아온 것이다.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자 검찰은 이를 근거로 수사 자료를 보강해 2015년 2월 또다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똑같은 사안에 대해 2번이나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는 보기 드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정씨는 결국 지난해 10월 상습도박 혐의로 구속됐다.

이 때문에 경찰과 검찰 수사 단계에서 정씨의 변호를 맡은 검찰 출신 변호사들의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검사장 출신인 ㅎ 변호사가 정씨의 혐의를 덜어주기 위해 대대적인 로비를 했다는 말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에 대해 ㅎ 변호사는 “정씨가 도박을 했다는 호텔에 갔다는 증거가 없어서 무혐의 된 것이다. 나는 당시 검찰 고위 간부들을 포함해 수사팀 누구한테도 전화를 건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춘재 서영지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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