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효수, 근무중 국정원 사무실서 댓글..조직적 범죄"

조현호 기자 입력 2016. 4. 27.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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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망치부인’ 이경선씨, 좌익효수 일부유죄에 “모욕죄만 인정, 말도 안돼…국가에도 책임 물을 것”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및 좌파와 호남, 특정 여성(‘망치부인’ 이경선씨 모녀)을 지속적으로 비하하는 댓글을 게재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 이른바 ‘좌익효수’(유아무개씨)가 유죄판결을 받았다.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법원이 인정하고 법적 책임을 물었다는 평가와 함께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려 한 판결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근무시간에 댓글을 작성했을 뿐 아니라 원세훈 전 원장 지시사항을 읽은 적이 있는데도 조직적 범죄 가능성을 따져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판결을 통해 이미 검찰이 2013년부터 유씨를 조사했으면서도 2년 넘게 왜 기소하지 않았느냐는 검찰 책임론도 제기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지난 21일 모욕죄 및 국정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좌익효수’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유씨의 혐의 가운데 모욕죄만 인정했을 뿐 국정원법 위반 혐의 등은 무죄로 판단했다.

유씨에 대해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가공무원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본인과 정치적 신념이나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국민의 한 사람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온갖 욕설은 물론이고, 저속하고도 외설적인 각종 표현을 동원해 1년 동안이나 수십 회에 걸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자들을 인간적, 성적으로 비하하고 모멸감을 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심각한 범행”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당시 만 11세에 불과한 아동인 이경선씨의 딸에 대해서까지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저속하고 비열한 표현으로 피해자를 모욕했다고 이 판사는 지적했다.

▲ 사진=노컷뉴스
이 판사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판사는 유씨에 대해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정보원의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인터넷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자신의 신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을 악용하여 특정한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극도의 적대감과 증오심을 공공연히 드러내면서 위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씨의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이 판사는 △즉흥적이고 일회상 댓글을 게시했을 가능성 △욕설 등 저속한 표현, 과격하고 공격적 표현을 반복적으로 표출한 것에 불과한 것일 가능성 △게시글이 아닌 댓글로만 달았다는 점 △특정후보자 낙선을 도모한다는 의사가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 계획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가 유씨의 범행이 국정원 차원의 조직적 범죄였을 가능성을 덮어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특히 유씨는 댓글 작성 전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원장님 지시말씀’을 본 일이 있다고 진술한 사실이 있으며, 근무시간 중에 국정원 사무실에서 댓글을 작성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밝혔다.

유씨는 지난 2014년 6월 검찰에서 ‘국정원 사무실을 비롯한 직장에서 댓글을 썼느냐’는 신문에서 “2011년 업무 중 인터넷을 보다 사무실 자체가 인터넷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하게 막혀있어서 읽기는 가능하나 쓰기 자체가 불가능하게 차단돼 있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당시 디시인사이드에 호기심으로 게시글에 대한 댓글을 달았다”며 “처음에 당연히 막히게 될 줄 알았던 걸이 실제 게시가 되는 것이 신기했다. 그 후로 여러번 글을 올린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가 원세훈 원장 지시사항을 인지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원 전 원장 지시사항과 유씨의 글이 일치하는 점을 들어 ‘원 전 원장 지시를 잘 따른 것 아니냐’는 신문에 유씨는 “내부 망에서 지시사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콘으로 클릭해서 본 기억은 있지만 선진 강국을 만들자 구호 정도 생각날 뿐 구체적인 원장님 지시말씀을 그대로 인터넷 활동에서 구현하자, 이행하자라고 생각하고 활동한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유씨는 2012년 2월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 관련댓글을 단 것에 대해 “선거 개입 의도는 절대 없었고, 당시 게시물들이 무수히 박원순 병역 비리 의혹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글들이 많았다”며 “제 생각을 단편적으로 올린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좌익효수 유씨가 망치부인 이경선씨 가족에 대한 모욕 및 명예훼손 댓글 56개, 전라도 비방 등 댓글 238개, 국정원법 위반 관련 댓글 735개를 작성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당시 유씨 신문 과정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좌익효수 외에도 닉네임으로 디시인사이드에서만 ‘유시민’, ‘유신민(인민)’, ‘유인민’, ‘좌익좀비청’, ‘좌익척살부’, ‘좌익척살팀’, ‘좌좀척결부’, ‘개대중’, ‘뇌물현’, ‘송영길’, ‘종북빨갱이’, ‘좌익좀비척살’, ‘좌좀척살부’, ‘좌파척살부’, ‘개대중뇌물현’ 등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 조사결과 나타나기도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재판부는 이경선씨 가족에 대한 모욕죄만 인정한 것이다.

▲ 망치부인 이경선씨. 사진=조현호 기자
‘망치부인’ 이경선씨는 2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사기록을 보니 근무시간에 댓글을 작성했으며, 원장님 지시사항이라는 본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국정원이 관련 댓글을 달도록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근무시간에 댓글 달고, 원장 지시사항 참조했다는 것이 조직적 범죄가 아니면 무엇인가”고 비판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조사해서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2년 넘게 기소하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씨는 “개인 모욕죄만 유죄이고, 나머지는 무죄라는 결론인데, 검찰은 그럼 좌익효수가 국정원 직원이라는 사실을 이미 다 파악하고도 왜 2년4개월간 기소하지 않았으며, 국정원은 왜 대기발령했다고 거짓말했느냐”며 “검찰은 2013년 7월에 유씨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며 유씨를 직접 조사했으며, 이듬해인 2014년 6월에도 소환 조사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서울시 공무원이 박원순 시장 칭찬한 페이스북 글에 ‘좋아요’ 두 번 눌렀다고 직위해제됐는데, 국정원 직원이 수천건 악플에, 정치댓글을 달고도 국정원법 무죄를 받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검찰은 반드시 항소해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는 현재 좌익효수 유씨를 상대로 모욕죄 혐의 형사고소 외에도, 국가를 상대로한 민사 손해배상소송, 유씨 개인을 상대로한 1억 원 손배해상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라며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창경 판사는 재판부 추가설명을 통해 적용 법조문과 건수 등이 원세훈 사건과 다르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원세훈 대선개입 사건의 경우 지난 2009년 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모두 11만6960회의 댓글을 국정원장, 3차장, 심리전단장의 조직적 지시로 70여 명의 직원이 가담한 사건인데 비해 △좌익효수 사건은 1명이 기소된 사건이자 정치댓글도 총 16회 뿐 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판사는 쟁점에 대해서도 원세훈 사건은 선거운동 여부와 관계없이 정치관여 행위에 대한 포괄적 판단을 하는데 비해 좌익효수 사건의 경우 피고 유씨의 행위를 좀 더 엄격한 요건인 ‘선거운동’ 여부에 대해 판단해야 하는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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