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리아 난민 28명, 창 없는 방서 5개월째 햄버거로 끼니

이유정 입력 2016. 4. 25. 02:32 수정 2016. 4. 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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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규정 없어 방치된 '송환 대기실'내전 피해 왔는데 "입국 목적 불명"난민 심사 못 받고 사실상 감금1년 새 난민 급증 .. 입국 불허 늘어
30명 정원의 인천국제공항 내 송환 대기실에는 입국이 거부된 외국인 150여 명이 수용돼 있다. 허가 없이는 외부 출입을 할 수 없는 이들은 항공사 측에서 제공한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창문도 없는 공간에서 한국어가 나오는 TV를 보거나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낸다. [사진 제공자가 익명 요청]

시리아 북서부 알레포 지역에서 소매점을 운영하던 오마르 무하마드(34·가명)는 지난해 12월 말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심해지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무하마드의 자동차 역시 포탄에 맞아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금전적인 문제로 아내와 네 자녀를 두고 먼저 시리아를 떠났다. 레바논 베이루트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를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난민 신청을 했다.

그러나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는 ‘입국 목적 불분명’을 이유로 무하마드를 난민 심사에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심사 불회부자는 국내 입국이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무하마드는 출입국장 내에 있는 ‘송환 대기실(출국 대기실)’에 4개월 넘게 머무르고 있다. 송환 대기실은 여객터미널 동편 끄트머리에 있지만 외부에선 잘 알기 어렵다. 무하마드와 같은 처지의 시리아인 남성이 27명 더 있다. 대부분 20·30대 젊은 층이다.

| 30명 수용공간에 150명 함께 생활
일부는 햄·치킨 빼고 빵만 먹어
항공사 모임이 운영, 세탁도 못해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째 송환 대기실에 머물며 숙식을 해결하는 사람도 있다. 시리아인 28명은 “내전 중인 국가로 돌아갈 수 없다”며 ‘난민 심사 불회부처분 취소소송’을 인천지법에 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송환 대기실엔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정원이 30명인 이곳에선 중국·태국인 등 10여 개국에서 온 150여 명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

송환 대기실에서의 생활은 열악하다. 출입국장 2층의 470㎡ 공간에는 창문이 없다. 나무 평상과 샤워실, 남녀 화장실이 있지만 잠잘 공간은 없고 담요 한 장씩만 제공된다. 식사는 삼시세끼 햄버거·콜라만 준다. 세탁시설이 없어 폐렴·호흡기질환 등에 시달리고 있으며 전염병 위험마저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화상 인터뷰를 한 무하마드는 “하루 종일 멍하니 지내다가 스마트폰 와이파이(wifi)가 잡혀 가족들과 연락이 될 때만 기다린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리아인 A(23)는 “주로 치킨버거가 제공되고 ‘할랄 푸드’가 없어 치킨을 빼고 빵만 먹으며 5개월째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시리아인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난 3월부터는 일주일에 2~3번 항공사 직원 인솔하에 면세구역 구경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송환 대기실의 법적 지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현행 난민법·출입국관리법은 난민 신청 또는 심사 중인 외국인만 국가가 보호하도록 규정돼 있다. 심사에 회부되지 않는 이들에 대한 관리 책임은 이들을 태우고 온 항공사들 자체 모임인 항공사운영위(AOC)에 있다.

난민 신청이 급증한 것도 원인이다. 기존에는 여권 위·변조자 등이 머무는 송환 대기실까지 난민 신청자가 흘러드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지난해 국내 난민 신청자는 처음으로 5000명을 돌파했다. 특히 2011년 내전이 발발한 시리아인의 입국이 급증했다. 인천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시리아인은 2014년부터 올해 3월까지만 345명에 달했다. 이 중 314명은 입국이 허용됐지만 31명(28명 포함)은 심사 불회부가 결정됐다. 난민·출입국 정책을 총괄하는 법무부 측은 “실제 난민인지 불확실한 경우가 많아 공항에서라도 입국 사유가 불분명한 이들을 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① 인천공항에 갇힌 시리아 난민
② 난민 어린이 1만명 어디로 갔나? 성노예로 팔리기도
송환 대기실에 비하면 2014년 난민법 도입으로 법무부가 공항 내에 설치해 운영 중인 난민 신청 대기실은 ‘천국’이다. 송환 대기실과 같은 층에 위치한 이곳은 아랍어와 영어 등의 통역이 지원된다. 의식주는 정부가 책임진다. 24일 기준 28명 정원의 공간(350㎡)에 3명이 머물고 있다. 난민 심사에 회부되면 공항 밖 출입국외국인보호센터 입주 자격도 주어진다.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송환 대기실을 국가 비용으로 운영한다. 대신 정해진 기간에 출국하지 않으면 강제퇴거할 수 있다. 프랑스는 대기실이 없고 기간 내에 출국하지 않으면 강제집행하는 규정만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우리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국내법상 입국 불허자에 대한 보호 또는 송환 강제집행 규정이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 난민 신청 횟수에 제한을 두는 방향으로 법률을 고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난민법을 악용해 외국인들이 체류 기간을 늘리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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