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게이트]판사 집 주소까지 알아내 기습 시위..외부 도움 없인 힘들어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김서영 기자 2016. 4.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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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① 막강한 정보력 - 재판·검찰 출석 일정도 미리 알고 참고인 막아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자신들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주요 인사들의 집 주소를 알아내 ‘기습 시위’를 벌여온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거주지 정보는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개인정보라는 점에서 노인들로 구성된 이 단체가 ‘외부 세력’의 조력 없이 알아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권력기관으로부터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공격 대상까지 특정 받은 정황이 나오면서 어버이연합이 보수세력의 ‘행동대’ 역할을 해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어버이연합 회원들은 2010년 1월19일 국회에서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남부지법 이동연 판사의 자택으로 몰려갔다. 이들은 사건 당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양천구 소재 이 판사의 원룸 앞에서 시위를 시작했다. 당시 이 판사가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었다는 점에서 어떻게 집 주소를 확보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참석자들은 이 판사의 얼굴 사진에 낙서를 한 팻말을 들고 퇴진을 촉구했다. 이 판사는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화를 면했지만 ‘누군가 미행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신변보호를 요청했다. 법원에서 차량과 법원경비대를 동원해 현직 판사를 출퇴근길에 경호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어버이연합은 같은 해 1월21일 서울 용산구 대법원장 공관 주변에 모여 이용훈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출근 차량에 계란까지 투척했다. 2008년 7월에는 주 2회씩 출근 시간에 맞춰 서초구에 있는 정연주 KBS 사장 자택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촛불 불법행진 선동하는 KBS 정연주 퇴진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었다.

법원 재판과 검찰 출석 일정도 손쉽게 알아냈다. 미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제작진에게 무죄가 선고된 2010년 1월20일 오전 11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도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무죄 선고 후 “빨갱이” “매국노” 등을 외쳤다.

2008년 3월11일에는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가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려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다시 돌아가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집 주소나 재판 일정 등은 개인정보”라며 “외부 조력자가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② 탄탄한 자금력 - 임대료 못 내 쫓겨날 뻔했는데 집회 ‘알바비’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사무실 임대료를 자주 연체하면서도 연 수천만원에 이르는 집회 ‘알바비’를 지급할 수 있었던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어버이연합은 서울 종로구 한 빌딩의 2층을 강당으로, 3층 일부를 사무실로 쓴다. 임대료는 월 800만원이다. 해당 빌딩 주인은 뉴스1에 “임대료를 자주 밀리는 편”이라고 전했다. 어버이연합은 2012년 10월에도 월세 500만원을 8개월간 밀려 사무실이 폐쇄되는 등 활동 중단 위기까지 갔다. 당시 추선희 사무총장은 “안보 강연회를 중단하고 어르신들에겐 안 나오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2013년에는 심인섭 회장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금난에 시달렸던 어버이연합이 탈북자들을 ‘집회 알바’로 고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어버이연합에 돈을 대주는 배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추 사무총장은 “회원들로부터 회비와 후원금을 받고 폐지를 판매한 돈으로 운영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그가 보여준 ‘2016년 3월 회비 납부 현황’을 보면 회비는 1만~5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월 총액은 267만원가량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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