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팀장이 원장처럼 행세.. "파면은 정당"
국가정보원 팀장급 직원 L씨는 2009년 3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의 지시를 받아 인사에 대한 조언이나 지침을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맡았다. 원래 서울시를 출입했던 그는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청와대에도 파견 근무한 직원이었다.
L씨는 국정원 직원들의 인사 관련 전산 자료를 열람할 권한이 없는데도, 인사부서에 권한을 요구해 수시로 인사 자료를 열어 봤다. 또 인사부서에서 작성한 모든 보고서와 인사 초안을 국정원장이 결재 전에 자신에게 미리 보내도록 한 뒤 내용을 고치기도 했다.
L씨가 직접 보직 이동을 지시한 일도 있었다. 그는 2009년 3월과 10월 인사부서에 요구해 자신과 함께 근무했거나 학교 후배인 친한 직원들을 특정 부서로 보직 이동시켰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들에게 자신과 갈등을 빚던 부서장을 미행하도록 시키고, 소속 상관 몰래 그 결과를 자기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인사 부서엔 '원 전 원장이 지시한 사항'이라고 했다.
L씨의 '인사 개입'은 자리를 옮겨서도 계속 됐다. 2010년 10월엔 "원 전 원장에 대한 유언비어 유포자를 색출하겠다"며 상부에 보고도 하지 않고 직접 직원들을 자기 사무실로 불러 조사를 했다. L씨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소문과 함께 자신에 대해 돌고 있는 부정적인 소문을 냈는지에 대해서도 직원들을 추궁했고, 인사 부서에 압력을 넣어 해당 직원들을 국정원의 지방 지부(支部)로 전출시켰다.
2013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당시 남재준 국정원장은 이 같은 L씨의 행위를 적발해 L씨를 파면 조치했다. L씨의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L씨는 "내가 한 일은 모두 원세훈 전 원장이 지시한 대로 따른 것이어서 직권남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국정원을 상대로 파면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L씨의 손을 들어줬다. 인사에 관한 최종결정권자는 국정원장이기 때문에 L씨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최상열)는 1심을 뒤집고, "L씨에 대한 국정원의 파면 조치는 정당하다"고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L씨가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과의 관계와 청와대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 근무했던 경력을 과시하며 직권을 남용해 인사 자료를 열람하고, 자신과의 친분 관계에 따라 직원들의 보직을 변경하도록 해 비난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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