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옥시, 가습기살균제 피해글 삭제 파문'..檢, '증거인멸·살인죄' 검토

김준모 입력 2016. 4. 1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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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부터 옥시 홈페이지 후기글로 꾸준히 올라와
원료물질인 PHMG의 유해성, 이때부터 인지했을 듯

【서울=뉴시스】김준모 기자 =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상품 부작용 호소 후기글을 무더기 삭제했다는 사실을 검찰이 밝혀내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1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2001년부터 옥시 홈페이지 고객상담 게시판 등에 올라 왔으나 삭제됐던 수백건의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 후기 글을 복원해 이를 살인죄로 기소할 수 있는 근거로 볼 수 있을 지 법리 검토 중이다.

그간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원료 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위험성을 언제 알았는지에 대해 침묵했다.

이 탓에 PHMG 원료 공급사인 SK케미칼이 2003년 호주 수출 당시 현지 정부에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서 언급한 이 물질의 흡입독성을 구매자인 옥시가 몰랐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특히 옥시가 PHMG의 흡입 독성을 몰랐던 만큼 각 가정에서 이 물질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썼을 경우 독성이 기체화해 공기 중에 떠돌다가 인간 폐에 침착될 위험성도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언급돼 왔다.

검찰이 수사를 마치고 옥시를 기소하더라도 사법처리 수위는 업무상 과실치사에 불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설령 검찰이 살인죄를 적용하더라도 '부작위'라는 단서를 달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형법상 부작위란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 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들은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생산된 제품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데,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방치했기에 도의적으로 그 죄를 처벌해야 한다는 정도가 그간 언급된 처벌 수위의 최대치였다.

하지만 검찰은 옥시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15년 전부터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을 호소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는 점은 이런 상황을 싸그리 뒤집는 반전의 증거로 보고 있다. 사실상 이 업체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있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게 검찰 판단인 것이다.

검찰은 특히 지난 1월말 수사가 본격 시작되자 옥시 측이 홈페이지에 올라온 관련 글들을 무더기 삭제한 것도 이런 점을 다분히 의식한 행위로 보고 있다. 사실상 옥시가 자신들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알고도 이런 사실을 은폐한 채 문제의 제품을 계속 생산하고 판매했다면 형법상 살인죄로 처벌할 수 밖에 없다는 게 검찰의 결론으로 보인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생산 행위를 단순 과실이 아닌 고의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인 것이다.

법조계도 검찰 판단에 동감하는 분위기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옥시 홈페이지에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 호소글이 다수 올라왔고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업체 측이 관련 글을 모조리 없앴다는 것은 사실상 범죄를 인정하고 증거를 인멸한 행위나 다름없다"며 "범죄의 고의성이 다분히 있다고 봐도 큰 무리는 아닐성 싶다"고 말했다.

j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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