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좁고, 시끄럽고'..판매점 반려동물 수난기

이슈팀 김종효 기자 2016. 4. 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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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 대형마트·동물거리 등 반려동물 판매 실태 추적

[머니투데이 이슈팀 김종효 기자] [[이슈더이슈] 대형마트·동물거리 등 반려동물 판매 실태 추적]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에서 한 남성이 동물 우리 앞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사진=김종효 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A(43)씨는 얼마 전 딸의 성화에 못 이겨 대형마트에서 새끼토끼 한 마리를 샀다. 구입 당시 움직임이 없고 구석에 숨어 나오려 하지 않았지만, 긴장해서 그러는 것이라는 담당자의 말만 믿고 집으로 데려왔다.

A씨는 앞으로 함께 살게 된 가족이라는 생각에 딸이 흥미를 잃은 후에도 토끼를 극진히 보살폈다. 하지만 토끼는 며칠간 움직이지 않더니 이내 죽고 말았다. 마트 측에 항의했지만 관리자는 심드렁하게 "15일 내에 폐사하면 환불받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A씨는 비어버린 토끼우리를 볼 때마다 속상했다.

2015년 농림축산검역본부의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따르면 전체 가구의 21.8%가 반려동물과 살고 있다. 2010년의 17.4%와 비교하면 5년 만에 25%가 증가한 셈이다.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동물학대에 대한 국민적 인식도 개선되고 있다. 해당 조사 중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과 동물복지를 위한 법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서는 92.9%가 찬성했고, 71.7%가 국내 동물보호 수준이 선진국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반려동물이 판매되는 과정에서 학대에 가까운 수난을 겪는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대형마트 판매 동물 불매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동물 자유연대'는 판매되는 소동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좁은 진열장 안에서 지나치게 밝은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소리, 지나다니는 사람들에 의해 극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 애완동물 코너, 관리는 '아르바이트생 1명'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앵무새가 답답한지 진열장의 문을 잡아당기고 있다. /사진=김종효 기자

실제 서울 용산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애완동물 코너에서는 모든 동물들이 강한 조명 아래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야행성인 햄스터는 유리로 만들어진 진열대 구석에서 자고 있었고 앵무새는 좁은 우리가 갑갑한지 연신 잠긴 문을 부리로 잡아당겼다. 구경 하러 온 아이들은 관리자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진열장을 두드렸고 동물들은 구석으로 숨기 바빴다.

전문적인 관리 인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애완동물 코너에 상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은 애완동물 관리뿐만 아니라 어항, 둥지, 먹이 판매 등 다른 업무도 담당했다. 동물 자유연대는 "각 동물마다 선호하는 환경과 사육 방법이 다른데 전문가가 아닌 아르바이트생 1명이 이를 전부 관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트가 폐장하면 동물들은 어떻게 될까. 폐장 시간이 가까워지자 관리자는 천막을 가져와 그대로 진열대를 덮었다. "마트 내에 따로 동물들을 풀어놓는 공간은 없다"며 "질병에 걸린 동물은 격리하지만 나머지 동물들은 판매되기 전까지 진열장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관리자는 전했다.

◇ 분변·매연·담배 냄새 뒤섞인 애완동물 거리

애완동물 거리에 진열된 앵무새를 보고 있는 사람들. /사진=김종효 기자

'못 구하는 동물이 없다'는 청계 애완동물 거리도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돼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인도와 차도가 맞닿은 곳에 위치한 청계 애완동물 거리는 동물들의 분변 냄새와 각종 매연, 담배 냄새가 뒤섞여 역한 냄새를 풍겼다.

그 중 좁은 우리 안에서 뜨거운 햇빛에 지친 듯 가픈 숨을 몰아쉬고 있는 토끼가 눈에 띄었다. 관리를 이렇게 해도 동물들의 건강에 문제가 없느냐는 질문에 한 점포 주인은 "여기서 장사를 오래 했다"며 "이 정도로 동물이 죽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자유연대 정윤경 간사의 말은 달랐다. 그는 "대형마트와 시장에서 판매되는 소동물은 천적이 많기 때문에 외부자극에 민감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후에 제대로 된 반려인을 만나 보살핌을 받는다 하더라도 수명이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애완동물 거리에서 판매되는 토끼들이 이른 더위에 지쳐 자고 있다. /사진=김종효 기자

그는 이어 "대량으로 관리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질병에 걸린 동물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좁은 진열대 안에서만 살다 병을 키우고, 반려인의 집에서 죽게 되는 경우도 쉽게 발견된다"고 전했다.

정 간사는 건강한 반려동물을 맞이하고 동물들의 복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마트나 시장에서 반려동물을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신 동물들을 오랫동안 길러왔던 지인에게 양도받거나 유기동물 입양을 권했다.

이슈팀 김종효 기자 kjhkjh37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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