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현과 수지 중 누가 좋은지 담배 꽁초로 투표하세요" 논란

김서영 기자 입력 2016. 4. 6. 16:47 수정 2016. 4. 6.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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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설현과 수지 중 좋은 쪽에 투표해 주세요.”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학교 공학원 건물 인근에는 연예인 설현과 수지의 실물 크기 입간판이 배치됐다. 두 입간판에는 각각 ‘설현이 좋아’, ‘수지가 좋아’라고 적힌 투표함이 놓여있다.

촬영 김서영 기자

특이한 점은 의사를 표현할수 있는 ‘투표 용지’가 ‘담배 꽁초’라는 사실이다. 설현과 수지의 입간판은 그 주변 흡연자들이 마음에 드는 한 쪽을 택해 담배 꽁초를 버리게끔 유도하는 장치다.

이는 교양강좌인 <시민사회와 자원봉사> 수업의 프로젝트 일환으로 학생들이 마련한 설치물이다. 학생들이 입간판 뒷편 담에 붙인 안내문에는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인식 차이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캠페인”이라며 “흡연자의 입장에선 비흡연자의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피울 수 있는 장소를 제공받고, 비흡연자의 입장에선 담배 냄새로 인한 불쾌감을 더는 효과를 얻고자 이 장소에 이 시설물을 설치하게 됐다”고 나와 있다.

촬영 김서영 기자

그러나 젊은 여성 연예인의 입간판으로 ‘담배 꽁초’ 투표를 유도한다는 점이 지나친 성적 대상화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학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대학생은 이날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제보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스물 두셋 또래의 젊은 여자 연예인 실물 크기의 판넬을 세워놓고 얼굴이랑 몸매를 비교해가면서 담배꽁초로 투표하는 건 별로”라며 “설현, 수지 여덕(여성 팬)이자 흡연자인 사람으로서도 너무 끔찍하다”고 주장했다.

공과대학 대학원생으로 이 근방을 자주 오가는 흡연자 김모씨(25)는 “일단 보고 아이디어가 좋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기분이 나빴다. 투표를 한다는 것과 그 방식이 꽁초라는 것 모두 부적절하다”라며 “판넬이 놓인 곳은 (남학생이 많은) 공대의 한 가운데였기 때문에 여자 아이돌로 타겟팅을 한 것 같았다. 대놓고 성적 대상화를 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변 흘리지 말라고 여자 사진 붙여놓은 소변기를 보는 느낌”이라며 “물론 담배 꽁초를 처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일 수 있겠지만 그 방식이 꼭 성적 대상화를 통해 이루어졌어야 했는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해당 입간판을 설치한 학생이라고 밝힌 황모씨는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지에 “흡연자와 비흡연자가 공존할 수 있도록, 흡연자가 보행자들이 덜 다니는 장소에서 흡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자 이러한 캠페인을 벌인 것”이라며 “오락적 요소가 가미돼야 흡연자가 관심을 많이 가질 것이라 생각해서 투표를 통한 재미를 느끼는 시설물을 설치했다”는 밝혔다. 그는 “단기 프로젝트인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장안의 화제인 ‘수지 vs 설현’ 투표와 이목을 끌 수 있는 큰 배너를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성차별’ ‘여성혐오’ 지적 받고 철거된 호주 시드니 소재 레스토랑 소변기/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 캡쳐

여성의 신체나 성적인 이미지로 남성의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식의 광고나 캠페인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2012년 호주 시드니의 한 레스토랑은 화장실에 붉은 립스틱을 칠한 여자 입술 형태의 소변기를 설치했다가 성차별과 여성혐오란 지적을 받고 철거했다. 당시 해당 레스토랑은 “무례를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한 200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변기가 설치됐다 비판을 받고 철거된 바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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