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업도 '빚'.. 학자금 대출 못 갚아 소송당하는 청년들

안대용 기자 2016. 4. 3.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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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학재단, 해마다 수천명 소송.. 중앙지법 약 370건 계류 "과다 채무 해결하고 청년들 새 도전 하도록 제도 개선해야"
[자료사진]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안대용 기자 = 지난해 2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인이 된 A씨(26)는 대학시절 한국장학재단에서 빌린 학자금 때문에 매달 고민이다. 갚기 위해 달마다 내야 하는 이자도 이자지만, 월급을 생각하면 원금을 갚을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A씨는 "이자로 갚는 돈 때문에라도 원금을 얼른 다 상환하고 싶지만 뻔한 월급을 생각하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며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취업을 못하고 있는 친구들은 훨씬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30)도 대학시절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지금은 모두 갚은 상태지만, 대출금이 남아 있던 때를 떠올리면 요즘에도 마음이 답답해지곤 한다.

B씨는 "취업 전에는 한 달 몇 만원씩의 이자도 그렇게 많아 보일 수 없었다"며 "적지 않은 친구들이 직장인이 된 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가계 경제 불황 등으로 비싼 등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낮고 이용이 쉽다는 이유로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학자금 대출을 받고 있다. 하지만 대출금을 갚지 못해 소송까지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법원에 따르면 한국장학재단이 개인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현재 진행 중인 대여금 소송과 구상금 소송은 약 370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송들은 대부분 청구금액이 2000만원을 넘지 않는 소액사건이다. 특별한 다툼없이 자백간주나 공시송달 절차를 통해 원고 승소로 마무리되는 것이 보통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단독 신혜성 판사는 최근 한국장학재단이 C씨를 상대로 "1060만원을 돌려달라"며 낸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도 공시송달로 진행됐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한국장학재단의 소송통계를 보면 재단이 학자금 대출과 관련해 소송을 내는 대출자 수는 해마다 수천명에 이른다.

한국장학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2013년 3210명, 2014년에는 학자금대출 부실채권을 국민행복기금에 매각하기 위해 채권의 시효를 연장하려고 4069명을 상대로 낸 소송을 포함 총 6086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에도 2000명에 육박하는 1924명이 소송을 당했다. 소송의 특성상 학자금을 갚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계속 누적되고 있는 것이다. 대출금 채무에 따라 한 사람에게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소송 사건 수는 그보다 많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대출금 채권의 시효를 연장해 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차원에서 소송을 낸다고 설명했다.

재단 관계자는 "대출금 채권의 시효는 대출 건마다 다른데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 시효 완성이 임박했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며 "대출자들에게 아무리 상환을 독려해도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의 시효가 완성되기 때문에, 시효를 연장해 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최후의 방법으로 소송을 낸다"고 말했다.

이렇게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소송에까지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경제적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공부한 뒤 여전히 상환 중인 변호사 D씨(31)는 "가뜩이나 등록금 자체도 워낙 비싸고 생활비도 만만치 않으니 갚아야 할 액수 자체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취업을 해도 계획적인 상환이 쉽지 않은데 취업난이 심한 요즘에는 오죽하겠나"라고 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2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12.5%로 1999년 통계 기준을 변경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출받은 학자금을 갚지 못해 소송을 당하고 과다 채무 상태에 놓이는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는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상황을 두고, 이들이 빚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박현근 변호사는 "과다 채무로 빚을 갚기 어려운 청년들의 경우 파산제도를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데 파산을 하더라도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원리금은 면책되지 않는다"며 "학자금 대출을 갚지 않으려고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파산한다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인 만큼 법에도 면책대상에 포함하고 법원이 면책 허가를 결정하는 심사단계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또 "일자리도 부족하거니와 일자리가 있다 해도 대부분 저임금 일자리여서 기초적 생활비와 주거비 등을 사용하고 나면 대출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갚기 어려워 학자금 대출도 연체 상태가 되고 채무불이행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개인회생 절차를 밟게 되면 5년 동안 변제하도록 변제계획을 짜도록 하고 있는데, 학자금 대출금이 청년들에게 가장 큰 채무 규모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5년동안 개인회생 기간으로 묶어두면 새롭게 창업을 한다든지 도전할 의욕을 봉쇄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35세 미만 청년들의 경우 1년짜리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 1년 간 성실하게 채무를 변제한 이후엔 채무에서 면책시켜 정상적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끔 금융적인 면에서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dan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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