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트럼프 부인 누드사진을 신문에 '떡'
이하늬 기자 2016. 3. 25. 09:03
[비평] 미국 대선 진흙탕 싸움 비판하는 척, 옐로 저널리즘 동참… "안타깝고 부끄럽다"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싸움이 진흙탕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크루즈 지지자들이 트럼프의 배우자 멜라니아의 나체 사진에 “멜라니아 트럼프를 보라, 차기 퍼스트레이디다. 원하지 않는다면 크루즈를 지지해달라”는 문구를 넣어 선거광고에 사용한 것이 발단이다.
사진에서 멜라니아는 나체 상태이며 몸 절반 가까이가 드러나있다. 이 사진은 멜라니아가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남성을 타켓으로 하는 패션잡지 GQ 영국판에 2000년 실린 것이다. 연합뉴스는 “노출 수위가 높아 촬영 배경과 출처 등을 모른 채 보면 포르노그래피로 느낄 법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를 보도하는 한국 언론의 태도다. 언론들은 이를 ‘진흙탕 싸움’ ‘이전투구 양상’ ‘인신공격’ ‘막말’ 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 싸움을 생중계하고 나아가 문제가 된 사진을 기사에 게재했다. 부적절함을 알면서도 한 개인의 16년전 사진의 유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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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사진=Wikimedia Commons |
국민일보는 24일 온라인 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누드 사진을 보고 발끈했다”며 “속옷조차 걸치지 않은 요염한 자세로 가죽소파에 엎드린 멜라니아의 사진이 정치광고에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며 해당 사진을 게재했다.
한국일보도 24일 ‘트럼프-크루즈 진흙탕 싸움…부인 누드사진 vs 비밀 폭로’ 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해당 사진을 게재했고 조선일보도 ‘미 공화 경선 진흙탕 싸움…“트럼프 부인 누드사진” vs “크루즈 부인 비밀 폭로”’ 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사진을 게재했다.
문화일보는 24일 지면 신문에 해당 사진을 게재했다. 나아가 문화일보는 논란이 된 사진뿐 아니라 그 옆에 멜라니아가 모델로 활동하던 시절 속옷만 입고 촬영한 화보도 게재했다. 이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논란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진이다.
이에 대해 문화일보 한 기자는 “오늘 지면을 통해서 확인을 했는데 안타깝고 부끄러웠다”며 “사진이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기사 내용이 전달되고 좋은 신문인데, 이렇게까지 선정적인 사진을 두장 씩이나 그것도 크게 실었어야 했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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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사진=Wikimedia Commons |
실제 다른 언론사들은 해당 사진을 게재하지 않고도 이 소식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관련 소식을 계속 전하면서도 멜라니아의 나체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역시 트럼프의 트위터와 CNN 보도화면을 사용했을 뿐 논란이 된 사진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화보이긴 하지만 이 국면에서 사진 공개는 논란을 정리하기보다는 확대시키는 것”이라며 “사진을 공개하지 않고도 내용전달이 가능한데 굳이 사진을 공개하는 건 눈길을 사로잡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사진 공개는 물론이고 이런 과정을 생중계 하는 것 자체가 선정적인 저널리즘”이라며 “언론이 미국 대선을 보도할 것이라면 사람들이 정말 알아야 할 정보가 맞는가?를 언론 스스로 묻고 보도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황색 저널리즘”이라고 말했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도 칼럼에서 “누드 사진을 게재해서 법적으로 ‘면책’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성과 공익성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이 같은) 사진 게재는 성을 상품화하여 사적 목적을 취하는 행태의 연장선상”이라고 꼬집었다.
프랑스의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될 것을 악착같이 보여주고자 하는 현대의 대중매체를 ‘외설적’ 이라고 비판했다.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보드리야르를 인용하며 “(이는) 민망한 수준으로 타락한 싸구려 야시꾸리 타블로이드 매체를 뜻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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