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130일 넘게 사경 헤매는데 물대포 쏜 측은 누구도 책임 안 져요"

고영득 기자 2016. 3. 23.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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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청와대 앞 1인시위 나선 백남기씨 장녀 백도라지씨

지난해 11월14일 제1차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백남기씨(69)가 130일이 넘도록 깨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백씨의 딸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수사하고 사과하고 처벌해야” 백도라지씨가 지난 20일 청와대 앞에서 ‘백남기 사태’의 책임자 처벌과 국가의 사과를 촉구하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백도라지씨 제공

지난 22일 백씨의 큰딸 백도라지씨(35)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 섰다. 그는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았습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쳤다. 해당 문구에 해당하는 영어와 중국어도 팻말에 적었다. 그는 오는 26일과 27일에도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앞서 백도라지씨는 지난 20일부터 같은 장소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백도라지씨와 경찰관들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1인 시위를 신고할 의무는 없지만 ‘백남기대책위원회’는 만약을 대비해 경찰에 사전 공지했다.

백도라지씨가 1인 시위를 하기 위해 남편, 대책위 관계자와 함께 청와대로 가는 길목인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을 지나자 30여명의 경찰관이 그들을 막아섰다. 대책위 측은 “대책위 관계자가 ‘백도라지씨 남편과 함께 보호자 자격으로 동행하겠다’고 하자, 경찰은 ‘시위의 목적이 순수하지 않기 때문에 들여보낼 수 없다’고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30분간의 실랑이 끝에 대책위 관계자는 남고, 백도라지씨는 남편과 함께 청와대 앞으로 가서 1인 시위를 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책위까지 포함되면 1인 시위가 아닌 미신고 집회가 되기 때문에 보호자인 남편만 동행하게 했다”고 말했다.

앞서 둘째딸인 백민주화씨(30)도 지난 1월28일부터 2월7일까지 네덜란드 로테르담 중앙역 등지에서 아버지가 쓰러지는 장면의 사진을 붙인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펼친 바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난 독하지도 악하지도 않은 평범한 자식이자 부모일 뿐이지만 마음껏 슬프고 싶다. 울고 싶다. 이 사회가 인간적이지 못해 그렇게 할 수 없을 뿐”이라고 남겼다.

백도라지씨는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1인 시위를 위한 상징성 있는 장소로 청와대를 택했다”며 “청와대 앞에 서니 ‘엄청난 일을 저질러놓고도 저 안에서 편하게 잘 사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건이 발생한 지 130일이 지났는데 그 누구도 책임지거나 사과하지 않았다”며 “아버지가 쓰러진 후부터 우리가 요구하는 건 변함이 없다. 수사하고 처벌하고 사과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백남기씨는 132일째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머리에 욕창이 생긴 데다 췌장과 신장 기능까지 많이 약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기씨 가족은 전날 국가와 경찰청장 등을 상대로 2억40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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