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퇴 거절했다고 하루 종일 벽만 보게 했다

박상주 2016. 3. 21.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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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업체 두산모트롤업무 안 주고 사직 압박 의혹회사 측 "단순한 인력 재배치"
두산모트롤은 명예퇴직을 거절한 직원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고 수개월간 책상도 사물함이 놓인 벽을 바라보게 배치했다. 사진은 대기발령을 받은 당사자가 촬영했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이 대기발령을 내린 직원에게 보낸 인사대기자 준수사항.

두산그룹 계열사가 직원에게 스스로 직장을 떠나도록 종용하는 방법 중 하나인 ‘면벽(面壁) 책상 배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별다른 업무를 주지 않은 채 하루 종일 벽을 바라보게 해 심리적 압박을 주는 방식이다. 해당 직원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자 두산 측은 해당 직원만을 상대로 1인 교육을 하고 경력과 무관한 직무로 발령을 내기도 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유압·방산업체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말부터 지난 3월 15일까지 수개월간 명예퇴직을 거절한 직원 이모(47)씨의 책상을 사물함 방향으로 배치했다. 별다른 업무도 주지 않았다.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11월 사무직 20여 명을 대상으로 명퇴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 중 40대 직원 1명이 명퇴를 거절하자 두산모트롤은 곧바로 그에게 대기발령을 내렸다. 이후 회사는 해당 직원의 자리를 동료 선후배가 멀리서 보이는 사무실 구석에 사물함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배치했다.

두산모트롤은 대기발령과 함께 해당 직원에게 ‘인사대기자 준수사항’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르면 대기발령을 받은 사람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1시간의 점심시간과 15분씩 두 차례의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7시간30분 동안 책상에서 대기해야 한다. 10분 이상 자리를 비우려면 팀장의 허락을 받도록 했다. 졸 아선 안 되고 통화는 물론 인터넷도 활용하지 못하게 했다. 사보를 포함한 서적조차 읽을 수 없고 어학 공부도 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회사가 컴퓨터를 지급하지 않자 해당 직원은 소명자료라도 만들겠다며 회사로 개인 노트북을 들고 왔다. 그러자 회사는 ‘보안규정 위반’이라며 그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이에 해당 직원은 지역 노동위원회에 부당 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했다. 회사는 노동위원회에 “재교육을 위한 조치”라고 답한 뒤 해당 직원을 대상으로 한 1인 교육을 실시했다. 면벽 책상 배치 후 2개월이 지난 뒤였다. 교육 직후엔 경력직으로 입사한 이 직원을 경력과 무관한 직무로 발령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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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직원의 사건 대리인인 법무법인 여는의 김두현 변호사는 “면벽 자리 배치는 해당 직원에게 사직서를 종용하는 강한 심리적 압박 수단이 된다”며 “경력 입사자를 경력과 무관한 직무로 발령하는 조치 역시 부당 인사 명령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두산 관계자는 이 같은 조치를 취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단순한 인력 재배치”라고 해명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말 신입사원 명퇴 논란을 빚었다. 박용만 전 회장이 직접 나서 신입사원은 명퇴에서 제외한다며 ‘인재중심 경영’을 재확인했다.

박상주 기자 sa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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