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정보' 엿본 이유 알려달랬더니.."법적 의무 없다"며 거부

입력 2016. 3. 13. 19:56 수정 2016. 3. 13.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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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통신자료 제공 ‘허술한 법’

경찰·검찰·국정원 모두 같은 대답
1년간 자료보관 의무있는 이통사는
“수사기관 영역이라…” 눈치보기
“당사자가 이유 알도록 법 보완해야”

국가정보원과 검찰·경찰 등이 이동통신회사들로부터 가입자의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이유를 묻는 당사자의 요청이 있어도 “법적 의무가 없다”며 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통신사들은 통신자료 요청 이유가 담긴 국정원 등의 ‘자료제공요청서’를 보관하고 있으면서도, 정보·수사기관의 눈치를 보느라 가입자에게 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13일 국정원·검찰·경찰은 ‘개인 통신자료 조회 이유를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한겨레>의 질의에 모두 “법적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0일 자신의 통신자료가 국정원·검찰·경찰에 제공된 걸 확인한 <한겨레> 기자 3명이 기자임을 공개하지 않고 세 기관의 민원실 등에 통신자료 요청 이유를 문의(<한겨레> 3월11일치 2면)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한 뒤 각 기관에 공식적인 입장을 물은 결과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법에는 수사기관에서 통신자료 요청 이유를 알려줄 의무가 전혀 없고 절차 역시 없다. 가입자가 직접 문의를 해도 (자료 조회 이유를) 알려줄지 여부는 사안에 비춰 기관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통신자료 제공을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이 사후 통보 절차를 두고 있지 않을뿐더러, 각 정보주체(가입자)가 자신의 통신자료가 제공된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조항도 없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다.

검찰도 법적 의무가 없어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검찰에서는 검사 전결로 통신자료를 요청하고 있어 실제로 대검찰청 차원에서 현황을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 (내부적으로) 사후 통보 절차도 없다”는 게 검찰 쪽 이야기다. 검사 스스로 ‘내가 ○○한 수사 과정에서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밝히지 않는 한 가입자의 요청이 있어도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국정원은 ‘공개 불가’ 방침이 더욱 확고하다. 국정원 관계자는 “법적 의무가 아닐뿐더러 국정원의 통신자료 요청 이유는 국가안보에 관련된 사안인 만큼 정보공개 청구가 있어도 공개할 만한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가입자들이 이 기관들에 통신자료 조회 이유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볼 순 있겠지만 답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수사나 공소의 제기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가 가능하다. 정보공개 청구가 들어온다고 해도 공개 여부는 사안에 따라 기관이 결정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이통사 역시 통신자료 요청 사유를 가입자에게 알려줄 순 없다는 태도다. 통신사들은 전통법 시행령에 따라, 정보·수사기관 등의 자료제공요청서 등 통신자료 제공 대장을 1년 동안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통신사가 자료제공요청서를 가입자에게 공개한다면, 각 기관이 가입자의 통신자료를 요청한 ‘사유’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에스케이(SK)텔레콤과 케이티(KT), 엘지유플러스(LGU+) 등 통신 3사 모두 “수사·정보기관의 영역인 탓에 우리 마음대로 알려주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료제공요청서에 담긴 내용을 가입자에게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가 수사에 어떤 영향이 미칠지 각 기업이 판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수사기관 등이 요청하니 믿고 제공할 뿐 기업들이 나설 수 없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보호 의무가 있는 통신사들은 정보·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아무런 법적 제재 조치를 받지 않지만 ‘국가기관의 요청에 불응하기 힘들다’는 현실 논리를 내세워 영장 없는 통신자료 요청을 거부하기 힘들다는 태도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양홍석 변호사는 “‘통신자료’가 간단한 인적사항이므로 수사기관이 가져가는 게 괜찮다면, 그 이유를 묻는 것이 왜 문제냐는 반문도 가능해야 한다”며 “수사 단계에 맞춰 수사기관으로부터 제공 사유를 받아볼 수 있도록 전기통신사업법을 보완해야 하고, 통신사도 약관에 통신자료 제공 사유를 밝히는 내용을 담겠다는 ‘사회적 합의’에 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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