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사건보다 감동사진으로 특진'..경찰, 미담 부풀리기 급급

2016. 3. 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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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급한데도 카메라 챙긴다"..SNS용 사진찍기에 비중
논란이 된 부산경찰청 SNS 사진 (부산=연합뉴스) 지난해 9월 부산경찰청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자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낸 5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부산 자갈치시장 친수공강 끝에 걸터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 부산 중부경찰서 남포지구대 신입 여경이 그를 뒤에 안아 설득하고 있다. 당시 해당 사진과 사연은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져 화제가 됐지만 이 장면을 찍은 사람이 신입 여경과 함께 출동했던 선임 경찰관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2016.3.3 << 부산경찰청 >> osh9981@yna.co.kr

"상황 급한데도 카메라 챙긴다"…SNS용 사진찍기에 비중

(전국종합=연합뉴스) 경찰이 범죄 수사 등 본연의 임무보다 홍보나 실적 내세우기에 집착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미담 사례'를 홍보하려다 보니 내용을 부풀리기도 하고, 현장 상황이 급박한 데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사진 찍기에 더 집중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경찰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일부에서는 실적에 눈이 멀어 수사성과를 부풀리거나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진실인 것처럼 꾸며 발표했다가 질타를 받기도 했다.

◇ 홍보만 잘되면 끝?…보여주기식 행정이 문제

지난해 9월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50대 남성이 부산 자갈치시장 친수공간 끝에 걸터앉아 있고, 이 남성을 신입 여성 경찰관이 뒤에서 끌어안은 모습이었다.

자식을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낸 이 남성은 술에 취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고 했다.

상체만 앞으로 기울여도 물에 빠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새내기 여성 경찰관은 이 남성에게 "힘들 때 지구대로 오시면 딸이 돼 드리겠다"고 위로했고 이 남성은 곧바로 마음을 돌렸다.

사연이 사진과 함께 페이스북에 소개되자 위급한 상황에서 자살 기도자를 구한 신입 여성 경찰관을 칭찬하는 글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해당 사진을 찍은 사람이 여성 경찰관과 함께 출동했던 선임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자살을 생각할 만큼 언제든 돌발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안전한 곳으로 옮기지 않고, 선임 경찰관이 자살기도자 구조를 신입 여경에게 맡기고 사진을 찍은 게 과연 적절했는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당 경찰관들은 "당시 상황이 급박하지 않았고 사진도 SNS나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둔 게 아니라 단순 참고용으로 찍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잠재우지 못했다.

부산지방경찰청은 지난달 MBC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출연한 형사들에게 방송 출연으로 경찰의 이미지를 높였다며 표창을 줬다가 구설에 올랐다.

범인을 체포한 게 아니라 연예인을 붙잡은 이들이 정작 범인을 검거한 경찰관과 함께 표창을 받게 돼 형평성 논란과 함께 경찰이 본연의 임무인 범인 검거보다 이미지 제고를 더 중요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광주에서는 최근 신입 여경이 거리를 헤매는 여성에게 자신의 외투부터 벗어 챙겨주는 모습을 동료 경찰관이 촬영해 미담 사례로 언론을 탔다.

해당 지구대 관계자는 "함께 출동한 남자 경찰관 2명 중 1명이 신고처리 과정을 남기고자 떨고 있던 여성에게 여경이 외투를 입히는 모습, 119구급대 진료 등을 휴대전화로 4장 촬영했다"며 "사전에 의도하거나 조작한 상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함께 출동한 경찰관이 사진을 찍은 것을 두고 뒷말이 적지 않았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SNS 홍보는 일반 시민에게는 경찰 활동상황을 경험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 때문에 긍정적이지만 경찰의 미담사례 장면을 제3자가 아닌 출동 경찰관이 찍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SNS 게시물이 경찰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성과 부풀리기에 거짓 발표까지…기본에 충실해야

부산경찰청은 최근 일선 경찰관들에게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운전 중 담배꽁초 투기 차량을 발견하면 블랙박스 영상을 국민신문고에 등록하도록 해 논란을 빚었다.

한 경찰관은 "공익신고 활성화 차원이라고 하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카파라치' 활동을 직접 경찰관에게 하라고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며 "경찰이 이런 꼼수까지 쓰면서 실적을 강요당해야 하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천안 서북경찰서는 지난달 25일 '21시간 화장실에 갇힌 할머니 구출' 보도자료를 내면서 실적에 급급해 사실과 다른 코멘트를 넣었다.

경찰은 "평소 바로 앞 건물 안 화장실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변인 진술을 토대로 추운 화장실에 갇혀 있던 할머니를 21시간 만에 구조했다며 해당 건물 관리인이 자신의 과실인 것처럼 말했다고 자료를 냈지만,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9월 청주 청원경찰서 율량지구대 소속 팀장은 새내기 여경이 택배 기사로 위장해 수배자를 아파트에서 불러내 검거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언론에 알렸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경찰서 형사과와 수사과 경찰관들은 불만이 많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강력범이나 많은 피해자를 낸 지능범을 잡아도 특진이 될까 말까인데,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관들은 SNS에 잘 올라간 '따뜻한' 사진 한 장으로 특진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25년 경력의 한 강력계 형사는 "치안종합 성과평가에서 홍보 비중이 크다 보니 위에서 SNS에서 히트할 만한 사진을 강조한다"며 "이제 급박한 사건에 출동하면서도 카메라를 챙기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형사는 "이제 묵묵히 어둡고 험악한 범죄현장을 뛰는 경찰관이 대우받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수희 장아름 손현규 김형우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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